아드리안 샤 교수의 문학강연을 듣고

독문과 주최로 지난 10월 29일(월)~31일(수) 열렸던 「90독문학제」행사의 하나로 캐나다 맥길대학 독어독문학과에 재직중인 아드리안 샤 교수의 문학강연이 있었다.

그는 이 강연에서 『「중국의 고아」와 「백묵원」의 예를 통해서 본 외국문화 수용과정에서의 생소화(Verfremdung)와 전유(Anegnung)』를 주제로 하여, 동아시아로부터 유쾌한 두 작품이 유럽에서 어떻게 달리 수용되어지고 있는가를 중국 작품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그는 각국의 문화간의 차이를 규정하는 근본적 요인으로 「역사의식」을 들면서, 역사를 해석함에 있어서 개입되는 요소로써 각기 다른 사회적인 요구들에 대해 언급했다.

즉, 동아시아 3국인 한국·중국·일본을 서로 다른 문화적 특성을 가진 나라로 만드는 것은, 상이한 사회적 요구를 통해 정화된 역사의식의 차이라는 것이다.

그것에 더하여 고정된 것이 아닌, 객관적인 상황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시대적인 시각이 작용을 하게 되는데, 그러한 시각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과거·현재·미래를 통해 일관하는 하나의 지속성이 총체로써 한나라를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서로 이웃의 관계를 갖고 있는 동아시아 국가들은 서로 독자적인 발전을 거쳐왔고, 그들만의 다른 사회적 요구들을 가져왔으나, 긴 세월에 걸친 상호관계속에서 이 세나라는 「동아시아 문화권」이라는 통일성을 갖게된다.

그는 유럽 문화권을 이러한 동아시아 문화권과 가장 멀리 떨어진 문화권으로 전제하면서 이러한 거리를 사이에 두고 전해진 중국 작품들의 수용과정을 유도해 내었다.

강연의 내용을 요약해보면, 그 첫번째 작품으로 「중국의 고아」를 예로 들고 있다.

이 작품은 18세기에 제수이트 교단의 신부에 의해 불어로 번역되어 처음 소개되었다.

이 작품을 소재로 하여, 유럽에서는 당시 명망있는 작가 네사람이 작품을 쓰게 된다.

영국의 아더·머피, 프랑스의 볼테르, 이탈리아의 메타스타지오, 그리고 독일의 괴테가 그들인데, 중요한 점은 그들이 각기 자기들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이 작품을 평가하고, 그것을 자신의 작품속에 상이하게 전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러한 수용과정에 깊이 관여한 것은 작가 자신의 생각은 물론 작가가 속한 그 나라의 시대적·문화적 특성이었다.

샤교수는 그러한 수용 과정에서의 차이를 각기 국적이 다른 네사람의 작품을 통해 비교 설명하였다.

두번째 작품은 「백묵원」으로, 이 작품을 소재로 금세기에 와서 3편의 작품이 씌어지면서 본격적으로 유럽, 특히 독일어권 지역에서 명성을 누리게 되었다.

「백묵원」이란 백묵으로 그린 원으로써, 한 어린 아기의 생모를 구별해 내기 위해 원밖으로 아기를 잡아당겨 이기는 사람이 아이의 어머니임을 인정받게 되는데, 물론 생모라면 아기가 찢기울 것을 염려하여 지고 말 것이며, 그럼으로써 어머니의 권리를 인정받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이 「백묵원」을 소재로 하여 클라분트와 요한네스 폰 귄터가 작품을 썼으나, 이 작품은 베르롤트 브레이트에 와서 만족할만한 작품으로 쓰여진다.

「코카서스의 백묵원」이라는 제목으로, 비록 배경은 그루지니엔 지방으로 옮겨지지만, 서막에서 이 드라마가 중국의 오랜 전설을 다루고 있으며, 불론 그 형태를 변형시켜 공연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있다.

브레이트의 극에서는 박대한 유산의 상속자인 아이를 놓고 생모와 양육모 사이에 백묵원에서의 재판이 벌어지는데, 어머니의 권리는 오히려 유산을 탐낸 생모보다는 양육모에게 돌아가게 되고, 이 사실을 통해 그는 이전의 작품들과는 다른 교훈을 보여준다.

즉, 더이상 생물학상의 어머니가 권리를 갖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다운 행동을 통해서 어머니로서의 권리도 노력하여 획득해야한다는, 이제까지 전승되어온 도덕률과 상반되는 교훈인 것이다.

이것을 보여주기 위하여 그는 전복기법을 사용하며, 생소화, 또는 소외라고 일컬어지는, 「친밀한 것을 낯설게 하는」기법으로 관객으로 하여금 희곡의 내용에 몰입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작품을 비판할 수 있도록 그 내용을 생소하게 느끼게 하는 효과를 유도하고 있다.

이상에서와 같이 샤교수는 각기 다른 문화상호간의 수용문화가 역사의식, 시대의식과 시대적 요구에 따라 다르게 형성된다는 것을 설명하면서, 그러한 시대적 시각의 상대성을 인식해야 함을 강조했다.

중국태생으로서 동아시아와 지리적·문화적으로 상이한 유럽의 독일문학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자기 나라 문학의 모티브가 어떻게 수용되는가를 연구하는 샤교수의 주체적 탐구자세에 감명을 받았다.

이것은 비교문학적으로 매우 흥미있는 연구로서 그 자신이 국가 상호간의 문학연구에 있어서 초보자라고 겸손히 밝혔으나, 앞으로 외국문학을 공부하는 문학도들에게, 하나가 되가는 속에서 모국의 문학과 비교·연구해 가는 외국문학 탐구의 주체적인 방향을 보여준 의미있는 강연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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