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요제의 올바른 자리매김을 위해

대학가요제는 대학인 모두가 향유할 수 있고 대학인의 건전한 생각과 정서를 담아내야 한다.

하지만 현재 행해지는 대학가요제 대부분은 대학 이름을 파는 TV 방송가요제의 상업성과 오락성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으며 대학인의 기득권을 향유할 수 있는 자리인 것처럼 여겨지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이다.

광운대의 「월계가요제」, 덕대의 「운현가요제」, 명지대의 「백마가요제」등은 이러한 이유에서 꽤 유명한 편이지만 건강한 대학인의 정서를 반영하고 있는 가요제라고는 보기 힘들다.

반면 몇몇 대학은 이런 대학가요제의 전반적인 풍토 속에서도 변화의 노력을 보이고 있다.

외대나 중대 등 몇개 방송국은 나름대로 목적성을 가지고 「외대가요제」와 「의혈중앙한마당」등을 주관, 민중가요의 보급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민중가요를 작곡하는 추세의 부족으로 참가곡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외대가요제의 경우 서정가요, 민중가요, 전통가요 3부분으로 나누어 참가곡을 받아 가요제를 꾸민다.

여러분야의 곡을 접수함으로써 대중성과 다양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진정한 대학인의 노래가 어떤 것인지를 관객 스스로 판단하게 한다는 것인데 과연 최선의 방법인지는 의문이다.

이런 맥락과 더불어 변화를 모색해온 EBS는 지난 12일 대강당에서 기존의 「젊음의 향연」이란 이름을 「젊음의 소리, 젊음의 노래」로 새롭게 바꾸고 창작가요제를 열었다.

올해 EBS창작가요제의 변화는 과연 「젊음의 향연」에 출품되는 곡들이 우리 이화인의 건강한 정서를 대변하고 있는가, 대학 방송인이 취해야할 올바른 언론관은 무엇인가하는 문제제기에서 비롯한 것이다.

사실 「젊음의 향연」은 학생의 방송가요제 출연을 금하고 있는 본교의 특수성과 맞물려 참가자에겐 TV방송가요제 대신 참여하는 무대, 대중가요의 양성소로 여겨지기도 했다.

자연히 「젊음의 향연」은 대학가요제의 순수성을 살리지 못하고 기성 TV가요제의 상업성, 소비향락적인 성격을 탈피하지 못했었다.

참가곡은 대부분이 추상적인, 사랑과 이별을 읊은 상투적 노래들이었고 화려한 조명과 참가자의 찬란한 무대의상은 관중에게 낭만적 대학생활이라는 환상을 줌으로써 사회·정치적 무관심을 조장한 또하나의 이데올로기 산실(?)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성격을 가졌던 「젊음의 향연」이 이름대로인 향연의 형식을 탈피하고 진솔한 삶의 모습, 소박한 삶의 정서, 내가 할 일을 담은 대학인의 노래를 담기 위해 「젊음의 소리, 젊음의 노래」로 탈바꿈을 기도한 것이다.

이번 EBS 창작가요제에서는 민중가요와 대중가요가 함께 참여하여 경선을 벌였다.

성격이 상이한 두 가요가 접목됨으로써 「젊소젊노」를 바라보는 이들에게 다소 산만함과 생경함을 안겨주기는 했지만 EBS 창작가요제가 처음 행한 변화의 시도로서는 꽤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젊소젊노」의 연출을 담당했던 배상민(정외·2)양은 『저희 「젊소젊노」는 「민중가요의 대중화」를 실현하고자 합니다.

순화되지 않은 민중가요의 단점을 극복하고 음악성이 풍부하게 가미된 민중가요나 이화인의 정서를 표현한 노래를 담고자 하는 것이지요』라며 노래의 범위를 규정짓는다.

소리상의 「감방에서」나 노래상의 「어른사는 이야기」등 이번 수상곡들은 모두가 상업적·오락적 성격을 벗어난 노래들로 「젊소젊노」의 새 성격을 대표해 줄만한 곡들이었다.

민중가요와 대중가요라는 상반된 것처럼 느껴지는 참가곡들 중에서 「젊소젊노」가 일구어야 할 지향점을 경직되지 않게 세련된 방식으로 제시해 주었다고 하겠다.

이날 「젊소젊노」는 진행방식에 있어서도 예전과는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참교육문제라든지 통일문제에 관한 사회자의 질문이나 참가자의 답변, 과다혼수품이나 외국광고를 비판하는 내용의 광고, 『낮말도 밤말도 모두 저희 손아귀에 있습니다』라는 보안사캠페인 광고내용 등에서 기존 「젊음의 향연」에서 주류를 이루었던 말장난식 광고나 사회자의 진행과는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심사위원이었던 류형선(민족음악연구회 창작분과원)씨는 『불분명한 낭만성이나 내용없는 감성을 담은 곡들은 진정한 대학인의 노래라고 할 수 없습니다』라고 전제하면서 『이번 대상곡은 신선함이 부족하고 직설적인 표현을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 내용성을 담은 곡이었습니다.

대학가요제가 미약하나마 이런 변화의 노력을 보인다는 것은 매우 반갑고 고무적이라고 여겨지는군요』라며 가요제의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젊소젊노」를 가지면서 직면한 문제는 내용성과 대중성을 함께 살릴 수 있는 노래들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문제는 확실히 풀기 힘든 실타래를 푸는 작업과도 같다고 하겠다.

하지만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새 세상을 지향하는 좀더 진보된 대학인의 소리를 갖춘 대학가요제가 되어야함은 분명한 명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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