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

이지원(화학과1) 우리는 「여성의 정조」라는 개념을 생각함에 있어 종종 「은장도」를 떠올리곤 한다.

자신의 정절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에게 은장도의 칼날을 들이댔던 우리 여성들. 그들이 위급한 상황에서 꺼낼 수 있도록 품속에 지니고 있었던 은장도는 비록 자그마한 것이지만 그들의 흐츠러짐없고 망설임없는 정절에의 가치 부여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 영화는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 조상들이 여성에게 은장도를 지니고 있기를 요구한 것과 같은 남성중시므이 이중적 성윤리가 아직까지도 지배적인 현대의 여성이 「은장도의 칼날을 자신이 아닌 가해자에게 들이댔던」사건을 토대로 재구성한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성폭행의 위기에서 치한의 혀를 깨물어 절단시켜 상해죄로 고소된 여주인공이 법정투쟁을 통해 결국 무죄판결을 받는다는 내용으로, 여성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상해죄도 피소된 주인공 임정희는 상대방의 거짓된 고소내용으로 실형 1년, 집행유예 1년 6개월을 선고받는다.

재판후 사람들의 조롱섞인 바닌과 가족내의 갈등을 겪게 된 주인공은 항소를 결심한다.

항소과정에서 술집에 나갔던 과거와 재혼사실이 밝혀지고, 자신의 잘못을 가리기 위한 시누이의 거짓증언과 가정의 불화로 실의에 빠진 주인공은 자살을 기도하지만, 양심의 가책을 느낀 시누이의 증언 번복으로 사건이 반전되어 원심이 기각되고 무죄판결을 받는다.

여성 자신이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을 감추려하며, 정신장애를 일으키기도 하고 자살에 이르기까지 하는 현실에 비추어 볼때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이 받는 고통을 이겨내려 노력하는 주인공의 재판 장면은 실로 눈물겹다.

그러나 이 영화는 「여성문제」를 주제로 하고 있지만 사회구조적인 측면을 결합시키지 못한채 여성이 아내 또는 어머니이기 때문에 성폭행으로부터 보호받아야한다는 이중적 성윤리를 깨뜨리지 못하고 있다.

성폭행의 위기에 처한 여성이 아내이자, 어머니, 며느리로서 겪는 고통만을 그렸을뿐 그녀 자신의 정신적인 고통과 인간성 파괴는 그려내지 못하고 있는점과, 성폭행이라는 것이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성행위를 당하는 명백한 「인권침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피해 여성의 가정을 보호하기 위해 성폭행을 막아야 한다는 점만 부각시킨 것이 바 로 그 예이다.

또한 이 영화에서는 성폭행 범인을 극소수 비정상적인 파렴치한으로 그림으로써 평범한 모든 남성들의 편견과 우월주의가 최근 빈발하고 있는 성폭행과 직접연관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지 못했다는 것이 아쉽다.

실화를 토대로 했으면서도 상당 부분에 허구를 가미했는데 시누이의 불필요한 불륜장면 묘사나 거짓 증언후의 시누이의 증언 번복, 그로 인한 사건의 반전등은 이 사건을 남성중심의 사회구조가 아닌 여성과 여성간의 갈등으로 이끌어 문제의 본질을 흐리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에는 여성들이 관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여성문제를 다룬 영화라도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자각과 반성의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영화관계자들이 제작상영하는 영화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던 태도에서 벗어나 영화상품의 소비자로서 권리의식을 갖고 문화상업주의의 병폐를 견제하기위한 참여가 절실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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