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천국」에서 그려낸 리얼리즘의 세계

이 영화는 영화를 사랑하는 노인과 소련의 오랜 우정을 잔잔하게 묘사했다는 일관된 평을 받았다.

그러나 영화가 시종일관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한 두 사람이 사랑한 내용에 대한 평가는 삭제되어 있다.

나는 「시네마 천국」을 통하여 한편의 예술작품이 영상화해낸 리얼리즘의 세계를 보았다.

브레히트가 「예술의 감상에 있어서」에서 『일반 예술작품을 감상할 때 우리가 파악해야할 것은 그 예술작품에 나타나고 있는 여러 형상의 의미와 그 예술작품을 통해 나타나는 작가의 사회적 관점, 그 예술작품이 주는 정신적 고무, 그리고 그 예술작품의 기교성』이라 말한 것처럼 나는 「시네마 천국」또한 그렇게 살피려 한다.

하나의 예술작품은 필연적으로 사회적 현실을 반영한다.

그가 형상화한 영화속에는 당시 세계대전후 나폴리를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빈민아동들, 무수한 실업자, 전쟁에서 남편을 잃은 부인, 전쟁을 이용해 벼락부자가 된 사람, 이데올로기 공세를 피해 독일로 이민을 떠나는 공산주의자, 이 모두의 공동체적 의식을 영화관이 있는 광장을 중심으로 형성하게 하는 것은 알프레도와 토토가 상영하는 「영화」이다.

그래서 감독은 일반영화에서 주로 다루어지는 방법 즉, 대사를 통해 주제의식을 표출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보는 관객의 모습과 상영된 영화를 묘사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시네마 천국」에서의 주제의식 또는 리얼리즘의 극치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알프레도의 장례행렬이 광장에 도착한 것과, 파라다이스 영화관이 시청의 주차장 부지로 팔려 부서지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토토가 유명한 감독으로 성장하여 고향에 돌아와 다시 본 나폴리광장은 「영화」가 진정 나폴리인의 희노애락을 담고, 그들 가까이에서 공동체적 유대감을 형성하게 했었던 어린 시절 그것과는 다른 것이었다.

그리고, 퇴색되어 무너져버린 과거의 영화관 주변에 붙여진 포스터와 광장을 중심으로 즐비하게 들어선 소극장 포스터에는 일관되게 폭력물 아니면, 여자의 나체사진이 있었다.

그리고 영화를 보러온 사람들로 가득차곤 하던 광장은 엄청난 수의 자동차로 메워져 있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것이 그러하듯이 영화 또한 상품화되어 오로지 관객을 유치하기 위하여 만들어지고 그 결과 성의 상품화, 파괴를 일삼는 폭력물이 자연스럽게 주종을 이루어버린 지금의 나폴리를 과거와 묘하게 대비시키고 있다.

여기에서 나는 「시네마 천국」이라는 하나의 예술작품이 훌륭하게 리얼리즘 세계를 그렸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있는 사실의 표현으로서가 아니라 형상화된 작품을 통해 지금의 영화세계를 비판하고 영화가 걸어야할 길을 분명히 제시하는 것으로서. 주인공 토토가 끊어져버린 필름-토토의 어린 시절, 알프레도가 영화를 상영하기 전에 신부님의 검열로 잘려나간 키스신-을 보면서 띄우는 순수한 미소속에서 나는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지니는 지금의 영화」로부터의 단호한 결별선언을 보았다.

그리고 영화 또한 현실세계를 반영하며 그 현실에 기초하여 사회발전을 추구하는데 진정한 의미가 있음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시네마 천국」이야말로 알프레도와 토토와의 오랜 우정을 통해서 그들이 사랑한 영화의 세계를 보여줌으로써 오늘날 단순한 오락물로서의 폭력영화, 옷을 벗기는 것으로서 제 역할을 다했다는 듯한 성인영화, 황당한 꿈의 나라로서 현실과 괴리된 SF영화가 판을 치는 현 상황의 극복을 요구하는 리얼리즘의 영화라고 평가하기를 주저치 않는다.

여름 내내 극장가를 에워싼 무수한 영화속에서 느낌좋은 리얼리즘의 영화를 만나게 되어 상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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