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음악협의회」발족을 바라보며

80년대 민족운동의 도도한 흐름 속에서 민중이 주인으로 서는 90년대를 맞아 실천하는 음악인들의 장이 만들어 지고 있다.

주로 「노래」라는 매체를 통해 알게 모르게 우리 삶 속에 파고든 음악문화. 그 대부분이 「순수」라는 이데올로기를 방패삼아 가진자들의 장식품으로 전락해 버린 고전음악과 자본의 논리를 앞세워 대중을 퇴폐·향락의 홍수로 무기력하게 만들어 왔던 상업음악들이다.

이런 전반적 문화풍토속에서 민족적이며 건강한 민중의 소리를 내고자 결의된 것이 「민족음악협의회(이하 민음협)」이다.

지난 88년 12월, 「민족예술인총연합(이하 민예총)」의 쟝르분과위원회의 하나로 「민족음악위원회」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 「민족음악위원회」는 민예총 아래 여러 분과중 하나로, 미술부문의 「민족미술협의회」나 문학부문의 「민족문학작가회의」같이, 음악에 대한 전문적조직으로는 미흡한 점이 많았다.

서울지역에 있는 진보적인 몇몇 음악인과 집단이 모여 모임을 갖는 정도로 그 역량이 매우 저급한 수준이었다.

이에 독자적으로 음악인들 내에서 실천조직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고, 드디어 지난 1월 「민음협 주비위원회」가 결성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6월 30일(토) 여의도 여성백인회관에서 발기인대회를 가져 위원장에 노동은씨(목원대 교수 음악평론가), 부위원장에 김철호씨(중앙 국립국악 관현악단 단원)를 선출하였고, 약 2백 50명의 직업적인 음악인들이 발기인으로 참여하는 모임이 꾸려졌다.

음악을 포괄적으로 고민하고자 하는 모임이기에 「민음협」에 가입하는 사람과 단체는 매우 다채롭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예울림」,「민요연구회」,「노동자 문화예술운동연합 노래분과-새벽」, 가수 정태춘, 문예평론가 김창남·이영미, 안치환, 이건영(서울대 음대 교수) 등. 보다 폭넓게 현시대를 고민하고 노래하고자 하기에 「민음협」에는 기존의 대중가수나 전통국악인들도 하나될 수 있는 음악을 추구하고자 한다면 모두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민음협」은 직업적인 음악꾼들속에서 틀을 갖추어 가기 위해 직업이 아닌 비전문적인 음악을 하는 학생이나 노동자들은 가입할 수는 없지만 공연이나 「민음협」의 행사에 보조적인 역할로 함께 할 수 있다.

『「민음협」은 결코 노선이나 조직의 철저한 정비나 음악인들을 지도해 내는 것이 아니라 민중과 함께 하고픈 음악인들이 모여 고민하는 협의체일 뿐입니다』라는 「민음협」총무 안종호씨(예울림 대표) 말은 「민음협」의 성격을 잘 나타내 준다.

그래서 음악단체들을 묶어 합동공연을 준비한다거나 공연알선 등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실무는 매우 한정되어 있다.

그리고 각 단체별로 바쁜 공연일정과 지역별 관심과 홍보의 차이로 인해 지방조직의 저조한 참여가 장애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의 이후 사업방향은 매우 건설적이다.

현재 우리나라 문화계에 전반적으로 침식되어 있는 여러 문제들-이를테면 진보적인 움직임에 경직적인 공연윤리 심의위원회나 음반법 등-에 공동으로 대처할 수 있고, 단체와 개인간의 상호교류를 통해 다양한 음악공연을 펼 수도 있다.

지난 5월 6개 도시를 순회하며 공연한 「다시 서는 봄」이 그 좋은 예이다.

이외에도 비평연구회를 통해 「민음협」자체내 문예운동의 질높은 수준을 꾀하고 지방과 서울간 음악역량의 평균화를 도모하는 등 여러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그동안 각각 개별적 영역에서 활동해 온 음악인들이 이제 하나의 조직적 틀 안에서 서로 연대하여 활동을 하면서 민족음악의 새로운 단계를 모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음협」은 커다란 의미를 갖는다.

문예평론가 김창남씨는 현재의 「민음협」에 대해 『아직은 느슨하고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여러 분야의 음악인들이 모여 함께 협의하고, 토론을 통해 그 속에서 견해차를 좁힐 수 있습니다』라고 의의를 강조한다.

「민음협」은 오는 11월 중순쯤 창립잔치를 벌이는데, 이 잔치에는 현재 「민음협」에 가입해 있는 많은 음악인과 음악단체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진정한 민족음악은 단지 음악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 땅의 왜곡된 역사의 궤도를 바로 잡는 모든 민중의 의지 속에서만 비로소 의미있는 것」이라 밝힌 「민음협」발기 선언문으로도 이들이 추구하고자 하는 민족음악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많은 어려움 속에서 만들어진 「민음협」이 모든 음악인들의 넓은 참여에 의해 민주적으로 발전할 때, 이 땅에 진정한 민족음악은 그 올바른 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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