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사진 공동체 「춘사」를 찾아서

건강하고 올바른 한국영화의 부흥을 꿈꾸며 새롭게 시작하는 영화 제작소가 있어 문을 두드려 보았다.

활동사진공동체「춘사」의 방벽은 온통 흑과백의 깔끔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거기에 일제시대 영화인이었고, 「아리랑」으로 유명한 나운규씨의 대형 흑백사진 2점이 걸려있어 영화제작소임을 확인케 해준다.

「춘사」라는 독특한 이름에 대해 궁금해하는 기자에게 『활동사진공동체의 이름인 「춘사」는 바로 나운규 선생의 호에서 따온것이죠. 그의 호는 일제하에서 봄의 역사를 그리는 선생의 조국애 표현이 아닌가 생각됩니다』라며 쟁이기질을 지닌 사람 특유의 털털한 어조로 답하는 남만원씨. 그와의 대회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활동사진공동체 「춘사」는 UIP직배가 이루어지고 있고 홍콩영화와 더불어 일본영화까지 한국에 물밀듯 쏟아지고 있는 요즘, 우리 민족의 감성과 괴리된 외국- 그는 「서양 귀신들」이라는 표현을 썼다.

- 영화에 대응하고 건강한 한국영화를 제작한다는 의도하에 설립되었다고 한다.

영화 매체는 다른 문화 매체와 비교할때 실로 엄청난 메세지의 파괴력을 갖는다.

그러난 영화가 주는 메세지가 올바르지 못할때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는 관객은 지대한 악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막대한 영향력 덕분에 「영화=만국언어」라는 공식까지 성립되고 있는 요즘, 한국영화는 반민주적인 영화법아래 싸구려 감동주의와 저질퇴페주의의 길로 치닫고 있는것이 사실이다.

이런 처참한(?)한국영화의 실태속에서 나름대로 부끄럽지 않은 한국영화, 올바른 한국영화를 만들어보겠다는 것이 춘사의 야심이다.

한국영화에 기본적인 관심을 가진 사람들조차 한국영화는 「더이상 볼가치가 없는것」으로 규정하고 외면해버리는 현상황에서 「춘사」의 시도는 매우 고무적이라 하겠다.

「춘사」에서 처음으로 제작할 영화는 「밀크 쵸코렛」이다.

남만원씨 표현을 빌자면「벼이삭이 익기 시작할때 시작해 첫눈이 올때쯤이면 제작이 끝나게 될」이 영화는 전쟁을 겪은 세대인 아버지와 서양문화에 길들여진 아들사이에 「밀크 쵸콜렛」에 대해 느끼는 이미지가 다르다는 데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결국 영화「밀크 쵸콜렛」은 쵸콜렛과 함꼐 유입된 서양 상업주위문화와 쉽고 달게 살려는 젊은 세대를 비판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내용에 있어 다분히 경향성만을 띠었을뿐 사회모순에 대한 치열한 접근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듯하다.

또한 제도권하에 있음으로 해서 상업적 성격을 완전히 탈피하지 못한 한계도 지녔다.

「춘사」는 이에대해 『저희도 그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보다 진보적 관점에서 사회 현실을 반영할수 있는 영화를 제작함으로써 비제도권 영화에서 이루지 못하고 있는 다수민중계몽에 주력할 생각입니다』라며 의지를 밝힌다.

『성격을 달리하는 개량주의라는 비판은 충분히 나올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한국영화의 미래를 성급하게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부단히 역량을 축착해나가는 가운데 영화혁명의 씨톨은 마련될수 있겠지요』 앞으로 「춘사」가 제도권 영화가 가지는 상업주의적 성격과 개량주의적, 현실적응적인 성격을 어떻게 극복하고 어떤 모습으로 새롭게 나설수 있을까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의욕과 희망을 가지고 건강한 한국영화를 만들어 보겠다는 그들의 모습을 보니 돌아오는 발걸음은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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