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문학의 이해를 위하여

분단문학이란 무엇인가? 문학은 민족분단의 현실적 상황을 어떻게 문제삼고 있는가? 이같은 질문들은 남북 분단의 현실을 전제로 하고 있는 대부분의 문학적 논의 가운데에서 거듭 제기되었던 것들이다.

분단문학이라는 말 자체의 개념과 범주를 6.25문학이라는 소재적 차원에 국한시켜놓고 있는 것에서부터, 해방이후에 등장한 모든 문학의 형태를 분단시대의 산물로 인식하고자 하는 포괄적인 접근법에 이르기까지 그 논리와 지향이 다양하다.

이것은 분단문학의 실체에 대한 인식의 방법에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뜻하는 동시에 분단문학에 대한 관심 자체가 서로 다른 시각에서 출발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분단문학이란 민족분단의 상황적 조건에 대한 역사적 인식을 근거로 하여 성립된 문학이다.

분단상황에 대응하는 시대정신의 전체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분단문학은 가치지향적 속성이 강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 그 특징이 있다.

그러므로, 분단문학은 분단의 시대가 산출해낸 문학이라는 소극적 의지보다 분단문학 그 자체로서의 가치개념에 더욱 큰 의미를 부여받을 수 있을 것이다.

분단문학에 대한 접근과 그 이해를 위해서는 우선 분단의 역사에 대한 철저한 규명과 인식이 필요하다.

우리 민족의 분단은 일제 식민지 지배로부터의 해방과 함께 새로운 민족국가의 수립을 눈앞에 둔 상태에서 타율적으로 강요된 역사적 질곡이다.

동서 열강의 이념적 대립과 그 세력의 역학관계 속에서 획책된 국토의 분단이 민족의 분단으로 이어졌고, 민족의식의 분열을 낳으면서 대립과 갈등을 고조시켰던 것이다.

6.25전쟁은 민족분단을 고정화시켜놓은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으며, 그 뒤에 지속된 냉전체제는 분단의 모순을 은폐시키고 분단의식을 조장했음은 물론이다.

민족의 분단은 남과 북에 각각 상이한 대립적인 정치체제를 낳음으로써 민족사의 전체적인 흐름을 왜곡시켜 놓고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분단상황의 사회정치적 모순이 민족공동체의 확립과 민족의 삶에 대한 총체적 인식을 불가능하게 하는 분단논리를 더욱 확대시켰음은 물론이다.

그리고 바로 거기서 민족의식의 분열과 그 이념적 편향이 분단의식이라는 이름으로 보편화되기에 이른 것이다.

분단문학은 이와 같은 분단상황에 대한 인식의 방법과 그 시각에 따라 전혀 다른 상반된 가치체계를 드러낸다.

분단의 상황에 안주하고, 민족분단의 논리를 불가피한 것으로 인정하게 될 경우 분단문학은 분단체제 안에서 허용되는 분열적인 문학이 될 뿐이다.

그러나 분단상황의 문제성을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분단극복의 의지에 따라 민족사에 대한 새로운 전망을 요구할 경우, 분단문학은 분단 모순에 대한 비판의 형식으로 자리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문학은 해방 이후 6.25전쟁을 거쳐 1960년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분단체제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는 한계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6.25 전쟁으로 인한 민족의식의 분열과 대립이 분단의 고정화를 촉진시키는 동안, 문학은 개인의식의 위축과 피폐를 감추기 위해 이념으로부터 도피한다.

그런데 이러한 도피적 성향은 4.19를 거치면서 비판되기 시작한다.

이른바 전후의식이라는 말로 지칭되고 있는, 분단상황이 빚어낸 피해의식을 벗어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자유와 권리에 대한 개인적인 자기 각성, 사회 현실에 대한 비판적인 인식, 민족과 역사에 대한 새로운 신념이 4.19와 더불어 촉발되었기 때문이다.

문학의 경우에도 문학과 현실과 역사에 대한 폭넓은 관심이 제기되면서 현실 지향적인 문학의식이 강하게 대두된 바있다.

문학의 사회참여가 주장되고 역사의식에 근거한 민족문학의 전통에 대한 재인식이 촉구된다.

민족 분단의 모순에 대한 비판적인 인식을 기반으로, 분단상황에 대응하는 문학의 새로운 지표가 새롭게 논의되기도 한다.

이러한 문학적 경향은 1970년대 중반 이후 민족문화론의 논리적 전개에 근거하여 민족의 삶에 대한 총체적인 인식을 문제삼는데에까지 확대되었으며 결국 분단체제에 의해 훼손된 민족공동체의식의 회복을 지향하는 적극적인 의미를 지니게 되었음은 물론이다.

그러므로, 분단문학을 분단극복의 의지를 구현하는 문학으로서 민족문학이라는 이름과 동궤에 설 수 있게된 셈이다.

80년대 이후 분단문학은 대개 세가지의 과제를 우리 문학사에 제기하고 있다.

첫째는 훼손된 민족동질성의 회복 문제이다.

분단과 전쟁으로 인하여 야기된 민족 내부의 분열과, 분단 체제의 고정화에 따른 민족의 이질화를 극복하는 일은 간단하지 않지만, 분단문학은 민족이 공유하고 있는 혈연적 동족의식의 회복을 통해 그 가능성을 모색한다.

둘째, 분단 체제를 강요한 이데올로기의 실체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이데올로기의 맹목성과 그 허위의식의 본질을 해부함으로써, 이데올로기에 의해 지탱되고 있는 분단 체제의 모순을 밝혀낼 수 있는 것이다.

세째, 민족분단의 현실을 자초한 우리 사회의 내부적인 모순을 역사적으로 비판하는 일이다.

19세기 중반 이후 자주적 근대화의 실패에서부터 식민지시대의 고통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은 주체적인 삶을 영위하지 못한 채 민족분단의 비극에 직면했던 것이다.

이러한 민족사의 흐름에 대한 비판적 인식은 오늘의 분단상황을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는 힘이 된 것으로 생각된다.

이와 같은 과제를 수행하면서 분단문학이 분단 극복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민족사회의 내재적인 모순을 철저히 비판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세를 지켜나가야 한다.

분단의 논리에 의해 왜곡된 민족사의 흐름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분단극복의 의지가 당연히 강조되는 것이지만, 분단상황에 대한 비판적인 자기인식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이데올로기 문제에 내재해 있는 복잡한 모순구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거기서 비롯된 어떤 문학적 현상도 제대로 인식될 수 없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분단문학은 분단 논리에 의해 은폐된 우리 사회 내부의 구조적 모순을 극복하는 일에 더욱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민족공동체 의식의 확립기반을 조성하는 데 힘써야 한다.

분단문학의 참다운 위상은 분단의 극복을 목표로 하는 정신적인 노력을 통하여 새롭게 정립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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