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19일 진행된 통일문화제를 살펴본다

8.15 범민족대회를 즈음하여 모든 이들의 통일염원이 뜨겁게 달아올랐던 이번달 중순 14일(화)~19일(일) 일주일 동안 통일을 말하며, 노래하고, 춤추는 대규모 예술행사인 통일 문화제가 연세대에서 마련되었다.

통일전, 통일노래 한마당, 서울예술제를 주축으로 하여 진행된 통일문화제는 원래 남북 예술인 모두가 참여하여 민족 동질성을 회복하고, 한데 어우러질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는 의도하에 기획되었으나 범민족대회의 좌절로 그 뜻을 이루지 못해 반쪽 축제로 끝날 수 밖에 없었던 아쉬움을 남겼다.

14일(화)~16일(목) 3일간 연세대 백양로를 누비며 민족미술협의회(이하 민미협) 주최로 열린 「통일전」에서는 50여개의 작품이 전시되었는데, 주로 통일주체인 노동자와 민중의 삶을 통일운동과 관련지어 부각시키고, 북방정책의 허구성과 그안에 숨겨진 민중운동탄압의도를 밝히는데 중점을 두고 창작된 작품들이었다.

「통일전」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민족해방운동사」와 「미국의 남한침략사」를 들 수 있다.

8·15 해방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남한 현대사를 그린 「민족해방운동사」는 김정헌씨 등 15명의 화가에 의해 조직창작된 것으로 기존의 서술적이고 설명적인 표현방식을 벗어나 당대의 가장 대표적 인물이나 사건을 전형화하는데 주력함으로써 사실감을 살리고자 했다.

한편 조소배의 조각작품 「미국의 남한 침략사」는 미국의 침략사를 재조명하고 형상화한 작품으로 관람객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얻기도 했다.

민미협의 김정헌씨는 『기존의 개인적 차원에서 통일을 그렸던 소극적인 창작방법론에서 벗어나 학습과 초안검토를 통한 조직창작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는 점을 이번 「통일전」의 성과로 꼽았다.

한편, 통일문화제의 문화행사중 가장 열띤 호응속에 치루어진 행사는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주체로 14일(화) 오후 5시에 열린 「제3회 전국 대학생 통일노래 한마당」이다.

연세대 노천극장을 무려 2만 5천여명의 청중들로 한치의 틈도 없이 채운 가운데, 지역별 예선을 거쳐 올라온 전국 13개 노래패의 노래경연대회는 선선해지는 어둠을 맞으며 그 열기를 더해 갔다.

기존의 가요제가 지닌 퇴폐적이고 향락적인 성격을 비판하면서, 이점을 과감히 탈피하고자 시행되어온 「통일노래한마당」은 비록 3년이라는 짧은 전력밖에 가지지 못했지만 대학내의 건강한 노래문화풍토의 활성화와 외세문화에 길들여진 대학문화를 극복하는데 큰 역할을 해왔다.

악곡(40%) 가사(30%) 연주(20%) 태도와 반응(10%)이라는 비교적 정확한 심사기준에 따라 한양대 극회 「새벽」의 「온누리 빛되어 비칠때까지」가 대상인 「통일상」을 수상했고, 우수상인 「백두상」에는 조선대 노래패 「함성」의 「다시 살아 만나리」가 각각 받았다.

통일상의 영광을 안게된 「온누리 빛되어 비칠때까지」는 비교적 평이하고 거칠지 않은 가사와 민요조의 가락으로 통일의 열망을 나타내고 있어 보다 많은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통일노래한마당은 참가범위가 대중적이지 못했다는 점, 예술적 완성도를 높이지 못했다는 점, 전파주체의 부족으로 입상곡을 대중화하지 못했다는 점 등이 한계로 지적되고 있는 시점이기에 상업성이 배제된 대중성 확보는 매우 시급한 문제라 하겠다.

제3회 통일노래한마당에서는 참가곡이 기존곡들보다 예술적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지만 곡내용의 대부분이 통일에만 국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주제가 편협했다는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한편,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학생회 주최로 「남북대학생 예술작품교류전 성사를 위한 서울예술제」가 연세대 대강당과 무악극장에서 13일(월)~19일(일)까지 열렸다.

예술대학 10개학과 1천5백명의 학생중 4백여명의 학생이 참가한 가운데 영화, 연극, 무용, 미술, 시, 산업디자인, 조소 등 10개 분과의 행사로 치루어졌는데, 몇몇 부분을 제외하고는 조악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연극과는 17일(금)~19일(일) 3일간에 걸쳐 주인석 원작의 「통일연습」을 무대에 올렸다.

「통일연습」은 통일을 주제로 한 여러 단상들을 옴니버스형식으로 묶은 작품이다.

화려한 조명 아래 패션쇼 형식을 빌어 미제의 침략사를 조명한 장도 있고 6.25에 대한 새로운 관점 제시, 7.7선언의 허구성 폭로, 국가보안법의 악법적 성격고발, 북에 대한 인식전환에 대해 다룬 장도 마련되어 폭넓은 주제를 비유의 형식을 빌어 담고 있다.

같은 기간, 영화학과는 「선생님 사랑합니다」, 「백일몽」, 「구국의 강철대오 전대협」등 3편의 영화를 상영하였다.

「선생님 사랑합니다」는 70분짜리 극영화로 입시위주의 학교교육에 문제를 제기하고 전교조의 필요성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기회를 던져주었다.

실제 전교조 해직교사들이 직접 출연하였기에 미숙함이 엿보였지만 가슴 뭉클한 감동을 얻을 수 있었다.

「백일몽」은 직업을 구하지 못한 한 청년의 눈을 통해 사회의 모순을 파헤치고 있고 「구국의 강철대오 전대협」은 제3기 전대협 발족식과 이철규, 이내창 열사의 추모식을 담은 기록영화로 내용성 부족으로 인해 홍보차원에만 머무른 감이 있다.

서울예술제는 나름대로 행사를 위해 노력한 모습이 보였으나 15일 집회의 무산과 준비의 미숙으로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통일을 열망하는 젊은 청년학도의 가슴은 뜨겁다.

주최측과 관람객들이 한 목소리로 통일노래를 부르고, 서로의 몸과 몸, 가슴과 가슴의 부대낌 속에서 통일의지를 새삼 확인할 수 있었던 통일문화제. 청년학생의 열정, 순수, 동지애를 느낄 수 있었던 한마당이었기에, 좀더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지 못했다는 점과 분단조국에서 반쪽문화제로 끝날 수 밖에 없었다는 현실이 큰 아픔으로 남았다.

이처럼 통일문화제는 통일문제를 거의 모든 예술부문에서 다뤄줄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큰 성과를 거두었으나, 여전히 예술성 부족과 저급한 감상적 통일인식 차원을 넘어서지 못했다.

문화운동에 있어서 과학적 통일의식의 확대와 예술적 완성도를 높이려는 노력이 시급한 때임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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