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문학사를 찾아서

6개월간의 오랜 탄압과 진통끝에 복간이라는 새벽을 맞이하게 된「월간 노동해방문학」이 서점 한귀퉁이에 당당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다.

편집장 구속, 3개월간의 정간 조치, 4명 연행, 1명구속등으로 이어지는 6개월간의 소강상태 속에서도 노동문학사 편집인들은 「노동해방문학」복간호라는 귀중한 결실을 얻은 것이다.

이「노동해방문학」의 복간에 때맞춰 출판사인 노동문학사를 찾아가 보았다.

신원을 확인한 후에야 잠가놓았던 문을 열어주는 모습과, 책상 옆에 비스듬히 세워져 있는 쇠파이프(아마도 경찰의 무단침입에 대비하기 위한 것인듯)에서 급박한 노동문학사의 상황이 느껴진다.

『복간호 발간과 더불어 감시가 노골적으로 표면화되고 있는데 아마 기자 여러분도 이 노동문학사를 나가자마자 미행당할지 모르니 조심하셔야 할것입니다』라는 짖궂은 위협(?)을 들으면서 「노동해방문학」편집자와의 대화는 시작되었다.

노동문학사는 89년 4월에 「월간 노동해방문학」창간호를 낸후 지금까지 9호를 제작, 발간했다.

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노동자계급의 의식이 확대되고 노동자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이 집중되자, 기존의 수공업적인 매체형식으로는 고양된 노동자계급의식을 과학해낼수없다고보고 월간지형식을 빌어 발행하고 시작한 것이 발간동기라고. 그당시 노동해방문학의 발간은 매우 선동성을 띠었으며 많은 탄압속에서도 발간될수 있었다는 점에서 기존 월간지에 충격을 던져주기에 충분한 것이었다고 한다.

「노동해방문학」은 철저하게 노동자의 입장에서 노동자적 당파성을 띤 문학과 사상이론을 담고있다.

이때문에 다소 노동자들과 일반 대중에게 쉽게 접근하지 못하고 소수에게만 국한된 선진이론을 펴내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듣는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대해 노동문학사일원인 박승일씨는 『노동문학사가 지금까지 선진 노동자만을대상으로 기획하고 편집해 왔다는 지적은 타당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대중성확보문제를 완전히 배제하고 선진성만을 추구하고자 하는것은 결코 아닙니다』라며 『선진 노동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중진, 후진노동자들까지 모두 대상으로 설정해야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고 있으나, 아직은 역량부족으로 미흡한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입니다.

대중적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역량의 성숙을 의미하기 때문이죠』라고 답한다.

이번 복간호를 내면서 대중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잠정적으로나마 이루어지고 있고, 그 고민의 한예로 주간지 발간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가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해온 출판업계탄압으로 사업이 진척되지 못하고 논의의 차원에만 머무르고 있어 아쉬운 감이 없지않다.

노동 문학사는 대중성을 얻기위한 작업이 대중의 기호에 편승하여 무조건적 대중화로 흐르는 대중추수주의와는 엄연히 성격을 달리한다고 규정짓는다.

대중성 확보란 대중의 힘을 올바르게 추동해내고 방향제시를 더욱 풍부하게 하기위한 방편으로 모색되고 있는 것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거나 결과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저희는 저희들의 사상에 대해 확신을 갖고 일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사상은 역사발전의 법칙에 입각해 당면한 현실문제에 답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 생각때문에 이번 복간호도 나올수 있던 거구요』라며 말을 마치는 박승일씨 노동해방문학 복간호에는 그들의 진한 땀이 배어있음을 세삼 느낀다.

노동해방문학 복간호에는 시인 박노해씨와 선진노동자와의 비밀좌담, 고르바쵸프, 개혁노선의 우편향비판, 울산현대노동자연대투쟁현장, 민중통일전선과 민중정당결성투쟁의 현단계와 그진로에 대한 글이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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