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웃 그리고 사회에 대한 폭넓은 인식을 공유하는 데 밑거름

무덥고 지리한 장마와 정신없이 싸우다 보니 어느덧 방학의 절반이 지나갔다.

그동안 이화인들의 안부는 어떠한지. 찜통강의실에서 외국어 배우기, 컴퓨터 누르기에 땀을 뻘뻘 흘릴 이화인도 있을게고, 「배낭하나 달랑 메고」 산으로 바다로 혹은 물건너 대륙으로 여행떠난 이들고 예년에 비해 꽤나 많은 듯 하다.

또 한편, 찬물 세숫대야에 발담그고 두꺼운 전공책을 뚫어지게 보며 밤낮으로 학문탐구에 여념이 없을 이화인도 제법 될터이고, 산업현장에서 육체적 노동의 고달픔과 그 가치로움을 몸으로 체험하고 있을 이화인도 떠오른다.

이글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나름대로 뜻깊은 방학생활을 꾸려가는 이화인들에게 이시대를 살아가는 대학생으로서 한번쯤 꼭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는 교양도서 몇권을 소개하여, 생활 틈틈이 자신의 고민과 주위 이웃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넓게는 발담고 있는 현실과 사회 전체에 대한 폭넓은 인식을 공유하도록 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며 마련되었다.

◇「한국 정치사」 정치학의 진보적 소장학자들의 모임인 한국정치연구회에서 「대안적 교과서」를 지향하며 펴낸 공동연구결과물. 이 책은 한국정치의 지배세력 중심의 역사서술을 지양하고 각시대의 물적토대와 객관적 조건을의 고찰을 통하여 그 토대위에서 벌어지는 지배세력과 피지배세력간의 역동적인 정치투쟁을 살피고 있다.

(한국정치연구회 지음, 백산, 6천5백원) ◇「광대의 정치학」 『……혹시 광대의 밑천에 다소의 허영을 묵인할 아량이 있다면 이제 그가 풀이하는 경제학을 잠시 들어보자. 어느 시인의 가을서정에 의지해 농민의 애환을 전하고, 코난도일의 탐정소설로 어민의 고통을 환기하고, 채플린의 영화를 빌려 노동자의 사랑과 투쟁을 격려하고, 검은피부를 지닌 한 보컬그룹의 절규로 가진 자들의 이기를 고발할 수 있다면, 그래서 그것들이 곳간의 빚장을 벗기는 수고에 다소나마 보탬이 된다면 그러한 「광대의 경제학」은 적어도 그 곳간의 독점과 곳간주인의 횡포를 항의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마땅히 용인돼야한다.

… 』 (정운영지음, 까치, 3천 5백원) ◇「페레스트로이카란 무엇인가?」 현대 소련의 개혁, 보다 넓게는 소련을 포함한 동구권 여러 나라들에서의 혁명적 변화들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기획된 책이다.

무수히 쏟아져 나오는 페레스트로이카 관련 논문과 책자들 중에 하나인 이책은 무엇보다도 이해의 기반이 되는 「인식의 페레스트로이카」에 중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세계의 다른 곳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이 지금 이곳의 우리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편집부엮음, 신평론,4천5백원) ◇「파업」(원제-동지의 약속) 제2회 전태일문학상 최우수당선작이며 최초의 노동장편소설. 80년대를 마감하는 노동문학의 커다란 성과물로 변혁운동이 노학연대의 단계로 접어드는 과정을 극명하게 그려내고 있는 이소설은 일련의 노조결성과정을 실재했던 한 대규모 사업장을 무대로 하여 정형화시키고 있다.

갈수록 극심해지는 정권의 노동운동탄압의 정세속에서 이 소설은 노동자의 현실과 그들의 생존을 위한 치열한 몸부림을 생생히 그려냄으로써 노동운동의 정당성을 설득력있게 제시하고 있다.

(안재성지음, 세계, 3천8백원) ◇「"80년대대표시인선」 김사인, 백낙청,김치수씨 등 51명의 평론가들이 80년대 시문학을 정리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발간하였다.

황지우, 고은, 박노해씨등 추천된 시인 21명과 80년대 발표작이 각각 10편씩 실려있으며, 시인들의 개별적인 시세계는 다양한 차이가 있으나 대부분이 격동의 80년대를 지나오면서 시대의 아픔과 민중의 애닯은 정서를 노래한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우리는 이 책에서 한국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갈등을 이해하는 작업에 있어 논객의 논리를 뛰어넘는 날카로운 「시인의 직관」을 체득할수 있다.

(고은 외 지음, 현암사, 4천5백원) ◇「우리글 바로쓰기」 어린이 문학운동, 글쓰기를 통한 교육운동에 전념하고 있는 이오덕씨의 또하나의 학문적 성과물. 필자는 고질적인 한자말에서 풀려나기, 우리말을 병들게 하는 일본말 뿌리뽑기, 서양말의 홍수에 따른 우리말의 뒤엉킴을 지적하며 이와함께 「말의 민주화」가 시급함을 강조한다.

대학사회에서 더욱 심각한 한자말·일본말·서양말의 병폐는 죽어가는 우리고유의 아름다운 말살리기를 절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오덕지음, 한길사, 5천원)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1968년 통혁당사건 무기수 신영복씨의 편지글모음. 사회의 모순구조의 결절점이라고 할수있는 교도소에서의 일상사를 통해 삶의 여러측면을 파헤치고 있는 이 책은 변증법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하여 일상적 현상으로 부터 그 현상을 규정하는 본질적인 측면을 끌어내는 방법이 돋보인다.

(신영복지음, 햇빛, 3천5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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