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만화는 1982년 5월 31일자 이대학보에 실린 “2000년대의 이화”로 20년후의 일들을 가상으로 그렸던 것입니다.

그 당시에는 “이렇게 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그렸을 것이고 아주 먼 미래의 일처럼 느껴졌을 것입니다.

우리가 요즘 “이화 캠퍼스 센터 (ECC)"의 설계안을 보면서 느끼는 기분과 비슷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학교 정문 광장에서 본관까지의 공간에 들어설 지하 5층 규모의 ‘계곡형 지하 캠퍼스’ 라는 ‘캠퍼스 밸리’(Campus Vallet)"의 어마어마한 크기와,그 안에 생길 3-5층 규모의 멀티미디어 강의실,레스토랑,피트니스 센터.갤러리,복합상영관,24시간 자유열람실등의 미래적인 이미지는 곧 현실이 될 계획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먼 미래의 일처럼 느껴집니다.

마치 매트릭스등의 SF영화를 보는 것 같은 묘한 기분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이죠. 만화에 나타난 바람들 중에는 현실화된 것도 많습니다.

우선, <기혼녀 입학허용>이 이루어졌습니다.

재학생의 결혼과 기혼녀의 입학을 금지하는 근혼학칙이 1946년에 제정된 지 50여년만인 지난 2003년에 폐지됐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올해 초등교육과의 기성화(28)씨와 약학부의 전영미(32)씨가 신입생이 됐고,국문학과 51학번 정옥희 선배님과 교육학과 51학번 강영희선배님 이 학사모를 쓰시기도 했습니다.

조금 오래 걸리기는 했지만, 차별받지 않고 원하는 곳에서 공부할 자유가 모든 여성들에게 주어진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80년대의 시대적 상황으로 인한 바램들도 담겨 있습니다.

민주화 운동이 치열했던 80년대에는 캠퍼스 내에 경찰이 주둔한다든가, 강의 시간에 사복경찰이 들어와 감시를 하는등 학생운동에 대한 탄압이 심했습니다.

따라서 학보도 많은 검열과 제재를 받아야만 했습니다.

틀린 것을 틀리다라고 말할 자유가 없었던 시절이었습니다.

2000년대가 된 지금은 누구든지 원하기만 하면 지면이나 e-이대학보에 자유로운 의견을 표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학생회를 강제로 해산시켜 버리는 일도 비일비재했습니다.

따라서 만화에서도 학생회장 선거와, 학생회에 의한 학교 행정을 바라고 있습니다.

현재는 학생회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것이 문제이니 격세지감이 느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쉬운 점도 많습니다.

대다수의 학생이 학업과 자신의 미래설계에 매진하고 있는 실상과 다르게 이대생에 대한 오해는 아주 깊습니다.

1300원짜리 어머니김밥으로 점심을 때우며 과제다,조모임이다 정신없이 바쁜 주위의 친구들은 도대체 사치스럽고 머리 빈 이대생은 어디 숨어있느냐고 농담을 하기도 합니다.

사치스럽다, 공부보다 화장하고 옷입는 것에만 신경쓴다, 서울대만 좋아한다, 이화에 가면 무조건 페미니스트가 된다 (실제 페미니스트가 되는 학생도 많지만, 모두 그런 것은 아니며 이때 페미니스트는 부정적으로 이야기됩니다) 등등 “이미지 쇄신”은 현재에도 요원한 일입니다.

또한 “학생들로 붐비는 헌책방과 반면에 ”우린 한물갔다“며 눈물을 흘리고 있는 미스코리아 복장의 "패션"양과 헤어살롱의 대비는 현재 정반대의 현실로 우리를 우울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교문앞 이화서림은 이제 추억이 되어버렸고, 정문보다 더 눈에 띄는 대형쇼핑몰이 "메이퀸"이라는 황당한 상호를 걸고 분양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미용특화거리 논란 또한 계속되고 있습니다.

언제쯤 머리하고 가라며 다가오는 아주머니들의 눈빛을 두려워하지 않고, 붐비는 쇼핑객들에 치이지 않고 성큼성큼 학교앞 거리를 걸어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가상현실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이 "2020년대의 이화"에 대한 만화를 그린다면 그 한 컷 한 컷은 어떤 내용으로 채워질까요? 등록금용지를 보고 "이 정도면 뭐"하고 수긍하는 모습이나 학생다운 차림으로 열심히 공부하는 똑똑한 이대생의 이미지, 또는 취업걱정에만 시달리지 않고 학내 활동을 통해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쌓는 이화인의 모습을 그려 볼 것 같습니다.

이화인들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계속된다면 그 바램이 꿈으로 멈추지만은 않겠죠 .2020년도 종이비행기의 리포터가 "오늘날 모두 이루어졌습니다"라고 쓸 날을 기대해 봅니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