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텍사스에서 운전을 하다가 우연히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국에서 ‘이순신’이라는 말을 듣고 무척 놀랍고 반가워서 귀를 기울인 적이 있다.

“신무기로 무장한 일본의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1592년에 조선을 침공했지만 전술적으로 뛰어난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만들어 대항했다.

결국 영국이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이긴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성과를 올렸다”는 내용이었다.

우리야 이미 다 아는 일화지만, 외국에서 이 얘기를 들을 때의 기분은 매우 묘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에서 말하고 싶었던 내용은 단순한 전쟁사에 대한 것이 아님을 곧 알 수 있었다.

이순신 장군이 이룬 엄청난 승리는 ‘비범한 거북선(utterly remarkable turtle boat)’이 있었기 때문이고, 당시 조선이 거북선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좋은 과학기술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프로그램은 “이상하게도 이순신 장군의 전사와 함께 거북선도 사라졌다”고 언급하면서 끝을 맺고 있었다.

잘 알려진 어느 재미 과학자는 한국에 노벨과학상을 받은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우리나라가 남북 분단으로 인한 민족의 치욕과 아픔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종종 얘기한다.

?역사에는 만일이라는 명제가 존재할 수 없다고 하지만 그만큼 과학과 과학자의 중요성을 얘기를 한 것이다.

임진왜란 시 거북선과 거북선을 만든 기술자의 중요성으로 미뤄 보면 결코 의미가 없는 말은 아니다.

나는 물리학자로 주로 핵물리 관련 실험을 한다.

“물리가 제일 어려워요”, “물리가 날 싫어해요” 라고 말하는 학생들을 자주 본다.

모든 학문은 나름대로 추구하는 목표와 그 방법론이 약간씩 다르지만 어느 학문이 더 어렵고 쉽다는 것은 매우 주관적이다.

?비록 내게 피아노를 치거나 수술을 하라고 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지만 우리 생활에서 예술과 의학의 중요성은 잘 알고 있다.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학생들이 과학적인 사고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과학을 어렵게 느낄 수 있으나 과학이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것은 너무나 명백한 사실이다.

또한 지적소유권과 첨단과학으로 무장한 요즘의 선진국에 대응해 기초과학의 바탕 없이 경쟁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 최근 과학문화재단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과학기술자들의 직업별 사회 기여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 한국 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정책을 결정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과학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바탕으로 기초과학에 대한 국가적인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

? 과학 관련 전공이 아닌 이화인들에게도 ‘과학·삶·미래’나 ‘우주와 나’와 같은 자연과학 분야의 교양과목을 수강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다.

이를 통해 재미있고 유용한 과학상식을 배우고 과학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길 바란다.

나아가 한국의 과학 발전을 위해서 직·간접적으로 많은 관심을 갖는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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