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 분위기·상류층 편중 극복과제 미국의 여자대학은 우수한 여성엘리트를 양성하는 곳으로 확고히 자리잡아 나가고 있다.

80년대 남녀공학 선호 추세로 인해 지원률이 격감했던 여대가 최근 3년동안 정원을 약 20% 늘리는 등 인기를 회복하고 있는 것이다.

어욱이 이것이 빌부 명문여데에 국한된 것이 아닌 전국여대에의 공통된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영부인 힐러리 클린턴을 비롯한 여대출신 유명인사들의 활약에 힘입은 바 크다.

이들의 사회적 성공이 두드러지면서 「여대출신 여성은 능력이 뛰어나며 사회진출에도 유리하다」라는 인식이 일반인들에게 확실하게 자리잡게 된 것이다.

또한 미국의 여대들이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역량을 가졌다는 것도 한 원인이다.

미국의 경우 대학에서 여자를 받지 않아서 따로 여자들에게 고등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생긴 것이 여대의 출발인데, 상류층 여성들의 결혼전 신부수업을 위한 인성·교양교육이 주 교육내용이었던 초기의 여대들은 60년대 미국을 휩쓸었던 여권신자운동의 요구를 담아내지 못해 결국 많은 학교가 문을 닫아야 했다.

따라서 전통있고 내실이 튼튼한 명문 사립여대들만이 현재까지 남아있게 되었던 것이다.

웰슬리·스리스·마운트 홀리요크·브린 머·대드클리프·바나드·바싸 등 미국 동부지역의 7개 학교로 이루어진 「세븐 시스터스(Seven Sisters)」는 이런 명문 사립여대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미국 동부지역의 명문대학인 예일·다트머처·프린스턴 등 이른바 「아이비 리그」대학들(이들 대학은 1970년대까지 여학생을 받지 않았다)에 대응되는 세븐시스터스는 재부분 약 1백여년 전 미국 최상류층 여성들을 위한 대학으로 시작하여 현재는 실력있는 여성들이 성차별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학문탐구의 장으로 변화되었다.

세븐 시스터스 중 바싸는 남녀공학으로 바뀌고 래드클리프가 하다드대에, 바나드가 콜럼비아대에 통합되기도 했으나 순수 여대인 웰슬리가 대학순위 보고에서 하다드·다트머츠 등에 이어 4위에 오르는 등 탄탄한 학분적 성과를 자랑하고 있다.

본교 창설자인 아펜젤러가 다니던 대학으로 한때 본교의 역할모델이기도 있던 웰슬리 대학은 졸업에필요한 전공학점이 1/4정도에 불과하여 전공보다 다방면에 걸친 포괄적 지식 획득을 목적으로 하는 Liberal art college 형태이다.

2천여명의 학생 중 90% 이상이 기숙사 생활을 하기에 학생회도 과 단위로 이루어지는 우리나라와 달리 기숙사 단위로 이루어지며, 학생회에 시험부정·정도 등 학생들의 부정행위를 학생들 스스로 징계하는 사법기관이 있는 것이 우리나라 학생회와 다른 점이다.

또한 MIT와의 학점교환제를 통해 부족한 이공계열을 보완하고 있는데 웰슬리 학생들만 MIT로 가지 않을까하는 초기의 우려와는 달리 어떤 해는 웰슬리의 인문·사회과학 계열의 수업을 들으러 오는 MIT학생들이 더 많은 정도로 교환학점제가 균형있게 정착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웰글리의 모습은 우리나라의 대학과 비교했을 때는 독특하지만 미국의 일반 대학과 크게 다르지 않다.

즉 「학생들이 모두 여성이다」라는 점만 제외하고는 체제나 운영방법 면에서 남녀공하과 큰 차이가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웰슬리 대학을 나온 김헌민교수(행정학과)는 여성차별적 사회에서는 여자들만 모여있다는 것 자체가 가치있다면 『성차별이 없는 상태에서 공부함으로써 자신감을 기르고 이후 사회의 성차별을 경험하게 될 때 좀 더 민간하게 반응하게 된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대학원에서 여성만 받는 것은 남성에 대한 성차별로 보고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학부는 여자학교를 인정하고 있는데 이것은 남성중심의 사회환경으로부터 벗어나 여성들이 차별없는 환경을 경험하는 것의 중요선을 인정한 것이다.

이처럼 여대만이 줄 수 있는 성차별 없는 교육환경이라는 이점이 일반인들에게 확고히 인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대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여전히 존재한다.

본교에 교환학생으로 온 김유진양(23)은 『미국에서는 여대가 대체로 규율이 엄격한 편이어서 꺼리는 학생들이 아직 많다』고 한다.

이는 미국여대가 보수적인 기독교 계통의 학교가 많아 「정숙·순종 」등 전통적으로 여성상을 강조하는데 원인이 있다.

여대가 가지는 최강점은 남성중심 사회가 여성에게 강요하는 억압의 부재일 것이다.

따라서 여학생들이 여대안에서조차 억압을 느낀다면 여대의 존재의미는 현저히 삭감될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여대가 이른바 「명문」이면서 학비가 비싼 사립학교라는 점으로 인해 생기는 상류층 편중 현상 역시 미국 여대가 극복해야 할 과제 중 하나이다.

김유진양은 세븐 시스터스 등 명문사립여대에 대해 『요즘은 장학제도 확충 등으로 실력있는 학생들이 많이 가긴 하지만 여전히 가문좋은최상류층 여성들의 학교로 인식되어 서민들과는 거리감이 느껴진다』고 말한다.

물론 뛰어난 여성의 성공사례가 여성의 사회적 이위향상에 일정부분 기여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여대의 존재이유를 여성의 지위향상을통해 궁극적으로 「여성의 인간화」에서 찾는다면, 그 과정은 전체 여성들이 함께 수행해 나가야지 몇몇 소수 엘리트 여성에 의해 이루어질 수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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