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도에 미국의 ABC 방송은 「The Day After」라는 영화를 방영해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영화의 줄거리는 미국과 소련이 유전을 놓고 경쟁하다가 결국 핵전쟁이 발발한다는 내용이다.

시놉시스 자체는 새로울 것이 전혀 없지만, 핵폭탄이 터졌을 때 일어날 수 있는 현상들을 구체적으로 묘사해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줬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미국과 소련의 군비경쟁 및 냉전 체제에서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은 ‘핵전쟁을 통한 인류의 말살’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군비경쟁을 벌일 사회주의 국가들은 대부분 자취를 감춘 지 오래고, 핵전쟁에 대해 이전과 같이 절대적인 두려움을 갖고 있는 사람도 거의 없다.

대신 곧 개봉될 유사한 제목의 영화 「The Day After Tomorrow」를 통해 우리가 직면한 새로운 위협이 무엇인가 살펴볼 수 있을 것 같다.

「The Day After Tomorrow」는 전 세계에 기상 이변이 속출하고 단 하루만에 지구가 새로운 빙하기로 접어드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물론 현란한 특수효과와 무리한 과학이론으로 위장한 오락영화지만 이 영화의 주 메시지는 ‘이제 인류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대상은 핵으로 무장한 빨갱이가 아니라 바로 우리 지구’라는 점이다.

인간의 산업 활동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계속 증가하고,이로 인해 지구온난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경고는 너무 진부한 얘기인지도 모른다.

게다가 위협을 주기에 이 변화는 너무 미미한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렇게 눈에 띄지 않게 천천히 일어나는 변화들이 축적되면 어느 순간엔가 우리가 제어할 수 없는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자연에서 일어나는 많은 현상들은 비선형적이며, 양의 되먹임에 의해 진행된다.

예를 들어, 현재까지 연구된 기후변화 모델들은 주로 대기나 해양에서의 물리·화학적인 반응만을 고려했다.

이에 근거해 일부에서는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가 식물의 광합성률을 증가시켜 지구 스스로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조절하게 된다는 ‘환상’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들은 이와 정반대의 결과들을 보여주고 있다.

즉, 식물의 광합성량이 증가한다 해도 이것이 식물체나 토양에 보유되는 것이 아니라 토양 속 미생물에 의해 빠른 속도로 분해돼 다시 대기로 돌아가 버리는 것이다.

또한 필자의 연구 대상인 습지에서는 오히려 다른 온난화 기체인 메탄의 발생이 증가하거나 용존유기탄소라는 형태로 하천으로 이동하는 것이 관찰됐다.

이런 연구들은,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가 단지 우리의 경제활동을 변화시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축함으로써가 아니라 자연에서 일어나는 연쇄적인 반응들에 대한 정확한 연구를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우리의 ‘The Day After Tomorrow’가 영화 「Better Luck Tomorrow」에서와 같은 완전 파멸의 길이 될지, 아니면 ‘A Better Tomorrow’가 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 후손의 대에서 어떤 형태로든 대가를 치를 것은 확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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