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에서 굴절된 평가 바로 잡는 게기로

‘어둠 속에 피어난 여섯 송이 꽃’ 민족문학작가회의는 지난 4월29일(목)∼30일(금)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는 여섯 문인의 기념문학제에서 이육사·박용철·이양하·이태준·계용묵·박화성을 엮어 이렇게 표현했다.

이들의 글은 경향이나 소재면에서는 각각 다른 특징을 갖고 있지만 당시대 상황의 어둠을 상쇄하는 빛으로 존재했다는 공통분모를 갖는다.

전등불이 촛불을 대신해 경성의 밤을 밝히기 시작한 1904년에 태어난 이들은 사춘기에 3·1 운동을, 20대에 관동대지진을 겪는 등 한국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공유하며 성장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의 영향으로 그들의 작품에는 자연히 민족의식이 녹아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계용묵의 소설 「백치 아다다」의 ‘아다다’는 악한 시대에 꺾어진 선한 우리 민족을 대변한다.

또한 박용철은 조국에 머물지 못하고 떠나가는 사람들의 참담한 심정을 시 「떠나가는 배」에서 ‘나두야 간다/나의 이 젊은 나이를/눈물로야 보낼거냐/나두야 간다’고 읊었다.

이번 기념문학제는 여섯 문인들 간의 연관성을 찾아내는 논의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특히 고려대 최동호 교수(국어국문학 전공)는 얼핏 보기에 별 연관이 없어 보이는 시인 이육사와 비평가 박용철 두 사람에게서 ‘민족 언어를 완성하려는 의지’라는 공통점을 뽑아냈다.

평론가 박용철은 문학을 이용해 정치 신념을 표현하는 1930년대 프로 문학에 대항해 개인의 감정을 담아내는 순수 문학을 고수하며 ‘민족 언어는 문학으로 완성된다’고 주장했다.

최동호 교수는 이육사에 대해 “개인의 순수한 열망을 조탁한 언어에 담아 박용철이 꿈꾼 ‘민족 언어의 완성’을 실천했다”고 평했다.

한편 상허 이태준과 박화성은 오랫동안 일그러진 평가를 받아온 점에서 비슷하다.

미문장가로 이름 높은 이태준은 우리나라 신문학사에서 최초로 순수소설을 쓰기 시작, 정지용 등과 함께 9인회를 결성해 순수문학을 이끌었다.

그러나 그는 북에 건너갔다는 이유로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

1987년 금지가 풀리면서 연구가 시작됐지만 아직 연구 성과가 미진한 상태다.

숭실대 이병렬 교수(국어국문학 전공)는 “이태준이 여러 문학 분야를 망라했음에도 소설에 한정한 연구들만 눈에 띈다”며 “김유정·박태원 등 동시대 작가를 벗어나 다른 작가와의 비교 연구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여섯 문인 중 박화성은 유일한 여성이다.

그는 이름만 있고 작품은 없어 유명무실했던 당시 여류 문인들과 달리 여성 최초로 신문에 장편 소설을 연재하는 등 다작을 통해 ‘유명유실’한 첫 여성소설가로 자리매김한 인물이다.

그러나 그의 소설은 동시대의 다른 여류 소설가들에 비해 여성성이 부족해 여성소설이라고 하기에 부적당하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 학교 김미현 교수(국어국문학 전공)는 “박화성은 소설 속에서 해방·통일 등 민족의 당면 과제를 우선시했다”며 “대신 시대를 격파하려는 여성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넌지시 여성의 문제를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화성은 소설 전체를 여성성으로 과대포장하지 않는 대신 그가 묘사한 시대상 뒤편으로 여성의 문제를 드러내는 그림자 페미니즘(shadow feminism)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들 문인들에 대해 최동호 교수는 “당시 상황을 창조적으로 수용한 태도는 외부로부터의 영향이 급격히 늘어 민족의 주체성을 고수하기 어려운 오늘날까지도 유효하다”고 의의를 전하며 “이 작가들의 공통점을 찾아내면 한국근대문학에서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온 특성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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