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학문 연구 동시에 진행한 ‘우주적 천재’

“온 큰 인물은 특수한 사명을 가지고 이를 성취하기 위하여 이 세상에 불려나오.” 육당 최남선 시인이 직접 번역해 1910년 우리나라 첫 아동잡지 「소년」에 실은 괴테의 말이다.

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괴테 번역문이다.

그 뒤 1919년 3월 문학동인지 「창조」에 전영택이 괴테 소개 논문인 「시인 괴테」를 최초로 발표하면서 우리나라 문인 학자들은 본격적으로 괴테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괴테를 절대적으로 숭배한 학자들의 태도가 오히려 작품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제한하기도 했다.

한양대 이원양 교수(독일어권 언어문화 전공)는 1999년 발표한 논문 「괴테의 ‘파우스트’ 한국공연사」에서 ‘괴테에 대한 숭배가 「파우스트」의 주인공 파우스트에 대한 연구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괴테=파우스트=위대한 독일의 정신’이라는 등식이 굳어져 파우스트를 그저 위대한 학자로 이상화했다”고 지적했다.

문학 외에 괴테가 재능을 보인 다른 분야에 대한 연구가 소홀했다는 비판도 있다.

괴테는 정치·정원학과 자연과학에도 흥미를 보였다.

그 예로 동물에게만 있는 것으로 여겨졌던 간악골(위턱뼈 사이에 있는 뼈)이 출생 초기의 사람에게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최초로 발견했다.

서울대 김임구 교수(독어독문학 전공)는 “괴테는 ‘우주적 천재’로 불릴 정도로 다양한 학문을 동시에 연구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괴테의 문학적 성과에만 관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이번 27일(토) 우리학교 인문관 111호에서 열린 한국괴테학회의 춘계학술대회 ‘괴테의 텍스트와 영상­진리와 가상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은 이를 보완하려는 시도에서 열렸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괴테 그림 및 문학의 연관성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뤘다.

우리학교 진일상 강사(독어독문학 전공)는 괴테가 작품 「친화력」에서 언급한 ‘살아있는 그림(타블로)’이라는 사교 놀이와 작품 사이의 서사적 상관관계를 분석해 주목을 받았다.

타블로(Tableaux)는 몇몇 사람들이 잠시 말과 동작을 멈춰 그림을 재현하면 다른 사람들이 이를 감상하는 놀이다.

이 놀이는 사진술이 발달하기 이전인 18세기 후반∼19세기 초에 유행했기 때문에 시각·영상 자료는 거의 남아있지 않다.

따라서 타블로에 대한 자세한 묘사를 담아낸 괴테의 「친화력」은 타블로의 중요한 사료가 된다.

진일상 강사는 “「친화력」의 두 등장인물 루치아네와 오틸리에는 작품 속의 ‘살아있는 그림’ 놀이에서 경박함과 성스러움을 나타내는 역할을 맡는다”며 “결국 이 놀이는 작품 속에서 일종의 서사적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독일의 괴테 박물관 페트라 마이작 관장은 스케치 화가로서의 괴테를 조명했다.

괴테는 1786년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그 풍광을 담은 약 1천 장의 스케치를 남겼다.

이 그림들은 괴테의 여행기 「이탈리아 기행」을 통해 우리나라에도 소개된 바 있다.

회화에 대한 괴테의 관심은 그의 문학 작품에도 나타나 있다.

특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의 풍경묘사는 프랑스 고전주의 화가 클로드 로랭의 회화에 나타난 구성과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이작 관장은 괴테를 “삶을 하나의 예술로 승화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한국괴테학회장인 우리학교 최민숙 교수(독어독문학 전공)은 “괴테의 작품량이 방대해 아직 모든 작품이 우리나라에 소개되지 않았다”며 “앞으로 더 활발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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