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인력, 실업자 고용으로 노령화 사회 극복해야

“이화여대는 앞으로 세계화 시대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 11일(목) 우리 학교 국제교육관 LG컨벤션 홀에서 ‘복지국가의 경제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강연을 가진 스웨덴 요란 페르손(Goran Persson) 총리는 우리 학교에 대한 감상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입헌군주국인 스웨덴의 실권자이며, 중도 좌파 계열 정당인 ‘사회민주당’을 이끌고 있다.

강연 내내 그는 자신의 경제·정치 이념에 입각한 자국의 복지 모델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다음은 페르손 총리의 강연 내용을 키워드를 통해 재구성한 것이다.

▷복지 정책 국가 정책의 목표는 공평한 소득 분배·빈곤 퇴치·양성평등의 실천입니다.

이를 실현할 수 있는 틀이 바로 사회보장제도입니다.

사회보장제도는 세금을 이용해 구축한 재정을 기반으로 경제를 재분배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국민에게 더 나은 삶의 기회를 제공하고, 노동 동기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경제성장과 사회보장이 함께 이뤄질 때 국민의 생산성이 높아집니다.

▷실업 ‘완전고용’은 스웨덴 정부 복지 정책의 핵심입니다.

실업은 경제적 고갈 상태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실업자들의 인간적 존엄성마저 박탈합니다.

스웨덴에서는 실업 이후 겪게 될 빈곤을 예방하기 위해 노동조합(노조)이 직접 실업보험제도를 운영합니다.

노조원의 회비로 실업자에게 지급할 보험금을 마련하며, 노조에 가입한 스웨덴 노동자의 80∼85% 정도가 이 혜택을 받습니다.

국가는 노조에 가입하지 않아 실업보험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실직할 경우 월급의 80%를 실업 수당으로 지급합니다.

▷연금제도 연금제도는 재정적으로 건전해야 하고, 개인이 내는 납부금과 최종적으로 받는 연금의 격차가 작아야 합니다.

또 수입이 없는 사람도 안정된 노후를 보장받아야 합니다.

연금제도를 확립하려면 우선 이를 원하는 국민들의 사회적인 동의를 구해야 합니다.

그 뒤 각 당의 이해관계를 넘어선 합의를 통해 제도를 개혁하면 정권이 바뀌어도 제도는 바뀌지 않는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인구학적 변화 전세계 출산율이 1.3%로 떨어져 인구학적 위기가 임박했습니다.

그런가하면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노인 부양이라는 새로운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졌습니다.

이는 외국에서 노동 가능 인구로 이주자를 받아들이는 미봉책으로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일하려는 의지가 있는 실업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양성 평등을 실현해 기존 인력을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 낫습니다.

▷정년 스웨덴의 정년은 67세로 전세계 평균 정년인 65세보다 2년이 깁니다.

정년을 1년 늘리면 노동력이 2.5% 향상되므로 다른 나라보다 노동력이 5% 높은 셈입니다.

나이 든 사람들의 경험은 중요하기 때문에 정년 뒤에도 일할 수 있게 근로 조건을 개선해야 합니다.

▷양성평등 양성 평등은 경제 성장의 주 원동력입니다.

여성이 더 큰 사회적 힘을 가지려면 육아의 책임과 교육 기회의 불평등이라는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유럽에서는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여성의 사회 활동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여성이 외부 활동을 하려면 출산에 충분한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스웨덴은 출산 때 부모 모두가 기본으로 2개월의 유급 휴가를 가지며, 부모 중 한 명은 9개월의 유급 휴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또 세금을 통해 무상 교육을 확대하면 교육비용 때문에 남성에 비해 등한시해 온 여성의 교육 기회가 커집니다.

이로써 고등 교육을 받은 여성이 더 많이 사회에 진출하면 노동 가능 인구가 늘어나 노인인구의 부양에도 이바지할 수 있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질의 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첫 질문자가 “높은 세율의 부담으로 국민들이 나라를 떠나면 인력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자 페르손 총리는 스웨덴의 수도 스톡흘롬의 최근 선거전 모습을 반례로 제시했다.

후보자들이 모두 공약의 하나로 ‘높은 세율’을 내세웠다는 것이다.

그는 “국민들 모두가 세율이 높아지면 공공 복지의 수준도 함께 높아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질문자가 우리나라 경제·복지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대안을 제시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직접적인 답변은 피했지만 “세계 모든 나라는 양성 불평등 때문에 경제 발전이 더디다”는 말로 여성의 사회 참여가 저조한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끝으로 그는 “여성이 전문직 활동과 가정 생활을 양립할 수 있도록 국가에서 보육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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