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에서 우주관을 가장 획기적으로 바꾼 사건은 은하의 발견과 우주 팽창의 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우주의 구조와 진화’를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인류는 우주에서도 더 먼 곳을 보고싶어 하며 궁극적으로 ‘우주의 끝’을 보고 싶어한다.

공간적으로 더 먼 우주를 본다는 것은 시간적으로 더 먼 과거의 우주를 본다는 것과 같기 때문에, 우주의 끝을 본다는 것은 우주의 시초를 본다는 것과 같다.

이를 연구하는 천체물리학에서는 우주 자체가 실험실 역할을 한다.

천체가 내는 빛이 가장 중요한 정보전달매체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감지할 수 있는 영역인 가시광선 외에도 적외선·자외선·감마선 등 모든 전자기파를 매체로 사용한다.

이들은 모두 상호보완적이며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는 이들 각각을 이용한 약 10개의 프로젝트를 우주과학의 최우선 분야로 선정하기도 했다.

또한 입자물리학과 우주론을 바탕으로 우주의 기원과 구조를 밝히려 하고 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우주의 에너지는 점차 커지고 빅뱅 시대에 다다르면 무한대에 가까운 에너지가 발견될 것이다.

이 중에서도 특히 끝에너지(extreme energy)와 여기 포함된 뉴트리노는 우주 대폭발에 가장 근접하게 상황을 재현할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뉴트리노는 자연의 기본 입자로서 물질과의 상호 작용을 거의 하지 않아 태초의 에너지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우주 초기 상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최적의 전달매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은 뉴트리노의 측정이 어렵지만 여러 학자들이 이와 관련한 연구를 하고 있어 곧 측정이 가능하리라 본다.

우리 연구실에서도 우리나라의 자랑인 반도체 기술을 기반으로 ‘반도체 우주망원경’을 만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세계 최초로 제안한 것이다.

이것이 실현될 경우 우주론에서 예견하는 거대 에너지를 우리 힘으로 발견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반도체 우주망원경은 반사망원경의 일종이다.

반사경은 머리키락보다 작은 수천만개의 거울 조각으로 이뤄지며 각 조각들은 초집적회로칩으로 제어할 수 있다.

이 망원경으로 끝에너지 입자가 지구의 대기와 충돌하며 생기는 자외선을 측정해 그 입자의 에너지 뿐 아니라 출처까지 알 수 있다.

즉 지구 대기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우주에서 망원경으로 추적하는 것이다.

곧 지구 대기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검출기 역할을 하게 된다.

이와 같이 우주의 끝을 보는, 즉 우주의 시작을 보는 도전과 시도가 우리의 손으로 곧 이뤄질 수 있기를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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