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의 ‘동북공정’ 프로젝트가 알려지면서 학계의 고구려사 연구에 박차가 가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학교에서는 별다른 학술적 움직임이 눈에 띄지 않는다.

지난 1998년 ‘중국에서의 한국학 연구 현황’과 ‘한중관계사 연구 방향’을 주제로 국제 학술대회를 열었던 이화사학연구소도 아직까지 잠잠하다.

정기학술지인 「이화사학연구」 30호에 우리학교 신형식 교수(사학 전공)가 중국의 동북공정 주장에 반박하는 논문을 실었을 뿐이다.

우리학교는 지금까지 신형식 교수를 중심으로 고구려 연구가 진행돼 왔다.

그는 유일한 국내 고구려 학술단체인 ‘백산학회’의 회장을 1995년부터 맡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작년 10월에는 국내 학계 최초의 본격 고구려 통사인 「고구려사」(이화여대출판부, 2003)를 발간하기도 했다.

그는 이 책에서 고구려는 ‘한국의 로마제국’ 격이며 신라·백제와 비슷한 면모를 지닌 우리나라의 근원국가라고 주장했다.

그는 작년 12월 중국이 동북공정에서 내세우는 역사적 근거의 오류를 지적하는 논문 ‘중국 동북공정의 허실’에서도 이런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29일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어 학내 고구려 연구의 맥이 끊길 위기에 처해있다.

현재 우리학교 학부에 고구려와 관련된 강의는 사학과 전공 과목인 ‘한국 고대국가의 성립과 발전’과 교양 과목인 ‘한민족의 기원과 문화’ 뿐이다.

이에 대해 우리학교 강철구 교수(사학 전공)는 “우리 학교 사학과에서는 역사의 전반을 배우기 때문에 하나의 주제를 깊이 다루는 데는 무리가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고구려사 연구가 비교적 활발한 대학 중 하나인 한신대는 사학과 대신 국사학과가 설치돼있어 보다 국지적인 연구가 가능하다.

또 고려대는 한국사학과가 독립돼있다.

대학원에서도 고구려사 연구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된 우리학교 사학과 학위 논문 중 고조선·고구려·발해와 관련된 논문은 3개뿐이다.

우리학교 도서관·국사편찬위원회·국회도서관 등 다른 주요도서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신형식 교수는 “고구려사는 유적 답사가 어려워 연구가 전적으로 불리하다”며 “이것이 전공생들이 고구려 연구를 기피하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인문대학원을 중심으로 고구려사 연구가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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