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서울이란 평생 그물을 던져도 고갈되지 않는 황금어장과도 같다.

” 작가 김승옥의 말이다.

실제로 그는 60∼70년대의 서울을 소재로 「서울 1964년 겨울」·「서울의 달빛 0장」·「누이를 이해하기 위하여」 등을 썼다.

‘1964년 겨울을 서울에서 지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겠지만, 밤이 되면 거리에 나타나는 선술집…그 안에 들어서면 카바이트 불의 길쭉한 불꽃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고, 염색한 군용 잠바를 입고 있는 중년 사내가 술을 따르고 안주를 구워 주고 있는…’ (김승옥, 「서울, 1964년 겨울」) 이처럼 산업화에서 소외된 소시민의 삶은 이청준의 「잔인한 도시」(1978)나 이호철의 「서울은 만원이다」(1994) 등에도 나타난다.

1961년 출범한 제3공화국이 실시했던 산업적 근대화와 이로 인한 도시의 무분별한 팽창, 그에 따른 부작용은 문학의 단골 소재가 됐다.

특히 이 무렵의 서울을 배경으로 한 소설은 대개 인간 소외, 산업화에 의한 빈부격차의 심화, 이에 따른 사회 구조와 계급의 변화 등을 다루고 있다.

‘서울특별시 낙원구 행복동’을 무대로 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조세희, 1979)은 다음과 같은 작가의 말로 시작된다.

‘그들은 내가, 집이 헐리면 당장 거리에 나앉아야 되는 세입자 가족들과 그 집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하고 있는데 철퇴로 대문과 시멘트담을 쳐부수며 들어왔다…’ 이 작품은 산업화에서 밀려난 사람들을 ‘난장이’로 표현하며 도시 빈민의 애환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1970년대 고도성장은 또한 향락산업의 발전이라는 그늘을 드리웠다.

호스티스라는 직업이 일반화된 것도 이 무렵이다.

이는 다음 구절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남들이 다 돌아올 시간에 그녀는 떠난다.

밤에 더욱 빛나는 야광을 몸에 바르고 번쩍이면서 일몰의 저녁 순간에 불확실한 그림자를 길게 끌며, 지치고 더러운 거리로 나가기 시작한다’(최인호, 「별들의 고향」, 1973) 거대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한 서민들의 마지막 수단이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서울, 2004년 겨울’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올해 나온 소설 「서울특별시」(김종은)에서 작가는 ‘아침이면 재활용 수거 시간을 알리는 ‘럭키 서울’이 마을 곳곳 울려퍼지고 비 내리면 바짝 말라붙었던 천이 제법 회색 물로 가득 차는 고향’이라고 서울을 그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동도박기계와/전자오락 기계가/도처에 깔려 있다/서울은/지뢰밭이다’(장정일, 「서울에서 보낸 3주일」, 1988)에서 서울은 이제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지뢰밭’으로 전락했다.

또한 ‘세운상가, 욕망의 이름으로 나를 찍어낸 곳/세운상가는 복제된 수만의 나를 먹어치웠고/내 욕망의 허기가 세운상가를 번창시켰다’(유하, 「세운상가 키드의 사랑」, 1995)의 ‘세운상가’는 서울의 또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이 소유하고 있는 것을/소유하지 못하면, 금새 외로워지는 서울’(장정일, 앞의 책) 그래서 영원히 외로울 수 밖에 없는 서울은 어쩌면 1964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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