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학파, 간송학파… 이들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학파’이지만, 아쉽게도 대학을 중심으로 형성된 학파가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에는 ‘학파’라고 부를만한 것이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대학의 이름이 붙은 특정 학문의 유명 학파들마저 자신들이 그 학파 소속임에 쉽게 동의하지 않거나 자신이 속한 학파의 특징을 짚어내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학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학파로 알려진 ‘서강학파’도 서강대 경제학과만의 뚜렷한 이론체계를 일컫는 것이 아니다.

다만 서강대 경제학과 출신이 사회 주요 분야에 포진해 영향력을 끼쳤기 때문에 붙은 이름일 뿐이다.

서강대 김수용 경제학과장은 “언론에서 편의상 붙인 이름일 뿐, 공동의 관심사나 학문 방식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학맥으로 기능하는 부분이 있을지는 모르나 학파로서의 서강학파는 없다”고 전한다.

또 스스로 학파임을 내세우는 한양대학교 안산캠퍼스의 산업경영대학원과 같은 경우도 있다.

지난 5월13일 열린 학술심포지움에서 기업 경영 방식의 하나인 ‘동태경영’을 중점 연구하는 ‘한양 안산학파’의 시작이 선포됐다.

이에 대해 김인호 대학원장은 “경영학의 학문적 영향력이 약한 우리나라에서 경영학의 전반적인 도약을 도모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학파’를 학문의 권위를 세우는 ‘이름’으로 이해, 그로 인한 파급 효과를 얻는데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의 원인은 ‘학파’에 대한 정확한 개념 없이 맥락에 따라 마구잡이로 쓰고 있는데 있다.

대다수 대학이 대학의 이름을 따 ‘××학파’라고 선전하고 있지만 이들은 뚜렷한 학문 경향을 뜻하기 보다 단지 ‘같은 대학을 나왔다’는 의미를 지닐 뿐이다.

이는 학교 간판이 공부한 내용보다 중시되는 우리 현실에서 학파가 ‘학연’ 혹은 ‘학맥’으로 변질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학벌없는 사회’ 대표 연세대 홍훈 교수(경제학 전공)는 “대학의 서열화가 대학별로 특정 학문을 발전시킬 기회를 빼앗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들이 학문을 발전시키기보다 규모 확장과 유행 학문에 치중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학 내의 학파가 학문을 매개로 형성되는 대신, 세력 과시를 위한 대학출신별 파벌로 변질하여 생겨난 학파간 알력문제가 지적되기도 한다.

모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연구를 목적으로 학자들이 뭉쳐도 소위 패거리주의로 불리는 분파주의(sectism)로 쉽게 변질되기 때문에 학파가 제대로 형성되거나 기능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갓 학문의 세계로 들어선 학생들은 공부의 맛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취업을 위한 학점 메꾸기에만 급급할 수 밖에 없다.

학생들에게 대학만큼 그들의 학문에 대한 도움닫기를 해줄 수 있는 공간은 없다.

전공 학문의 깊이있는 소통을 위한 학내 접속 방안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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