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적 경제논리 좇아 변신하는 일본 여대

● 일본 사회에서 여대의 현주소 지배적 경제논리 좇아 변신하는 일본 여대 성차별적 사회에 대한 적극적 대처 부족 이대학보는 1달에 한번 여성면 증면시에 외국의 여대가 그 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위상을 가지고,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지를 살펴 봄으로써 여대의 자리매김에 관해 고찰해 보기로 한다.

<편집자> 남녀차별이 유별나던 일본 사회가 조금씩 변화되고 있다.

이제 일본 사회에서 남편이 퇴근할 때 아내가 문간에 꿇어 앉아 시중드는 풍경은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현모양처가 최고의 미덕이던 과거와는 달리 점차 많은 여성들이 이제는 사회로 진출해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있으며, 따라서 재정적 이유로 결혼할 수 밖에 없었던 예전과는 사뭇 다른 결혼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이런 사회변화에 따라 일본의 여대도 예전의 모습과 많이 달라지게 되었다.

일본에는 국립·사립 여자대학과 그 외에 2년제 단기대학이 있으며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 여대의 수는 월등히 많다.

일본문화원 일등서기관 니시오씨는 일본여대의 기원에 대해 『전통적으로 좋은 규수감을 기르기 위한 교육내용은 사회가 아닌 가정을 위한 것』이었다며 『따라서 가정학부, 사범학부 중심으로 설립이 되었으며 아직까지도 그 영향으로 인문과학 중심의 교육만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사실 일본에는 아직 「3S1F」라 하여 성심, 세신, 시라유리, 페리스 등 사립여대를 소위 「공주대학」이라 칭하며 이 학교에는 가문좋고 잘 사는 집안의 여성들이 입학하여 졸업 후에 명문가문으로 시집가기 때문에 사회참여에 대한 의식은 상대적으로 낮을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오짜노미즈, 나라여대 등 2개의 국립여대는 지명도가 월등히 높고 여성교육의 확대와 사회지도자 양성에 어느 정도 초점을 맞춘 교육이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단기대학은 99%가 여자대학인데, 처음 생길 때에는 여자가 너무 높은 학벌을 소지하는 것을 달가와 하지 않는 일본 풍토에서 2년정도 훌륭한 가정인이 되기 위한 교양을 배우기에 적합한 곳이었다.

그러나 여성의 취직율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고(89년에는 단기대학 대학 졸업자 중 여성취업율이 남성취업율을 앞섰다) 이에 부응하여 여성의 사회참여 의식이 커짐에 따라 위에 같은 여대의 위상은 현실과 너무 큰 괴리로 다가왔다.

게다가 최근 들어 찾아온 경제불황이 취직난을 가중시켜 여성의 취업에 대한 욕구가 취직할 수 있는 기회를 앞지르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들은 취직을 잘할 수 있는 비즈니스 교육을 원하게 되었고, 자연히 그런 교육을 공급하지 못하는 여대는 지원생이 감소하는 추세에 놓여지게 되었다.

이와 같은 일본의 사회·경제적 변화로 인해 전통적인 여성 역할을 강조하던 여대들은 요즘 들어 자구책을 마련하기 위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현모양처 양성소라 불리우던 니혼여대의 경우 90년에 인간사회부, 92년도에 이학부를 설치하는 등 다방면의 새로운 분야를 유치하려고 했으며, 오짜노미즈여대는 가정학부를 생활과학부로 명칭을 바꿔 규수감을 기른다는 이미지에서 탈피하고자 했고 94년 봄에는 기숙사를 개축했다는 선전을 하기도 했다.

단기대학 역시 2년만에 사회에 진출할 수 있는 능력을 익히기에는 교육내용이 부실해 입학율이 떨어지고 있으며 오히려 전문기술을 가르치는 전문학교로 많은 학생들이 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93년도 졸업자 중 13.6%가 단기대학, 15.6%가 전문학교를 졸업해 전문학교 선호추세를 입증해보이고 있다.

실제로 일본에는 「낮에는 단기대학, 밤에는 컴퓨터·영어 학원」을 다니는 일이 많아 이를 「다부르스쿠르 현상」이라고 부른다.

그러면 일본의 여대는 양성평등사회의 실현을 위해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있을까. 우선 일본의 남녀차별에 대해 본교교양일본어 강사 야쓰마씨는 『일본은 전통적으로 강력한 남성중심의 사회였고, 많이 개선되었다는 지금 역시 남자와 같이 입사해 남자가 과장이 되어도 여자는 계속 평사원으로 있어야 하는 등이 아직까지의 모습』이라며 『일본여성들이 경제성장에 따라 의식이 많이 발전한 면도 있기는 하나 그만큼 불만을 견디고 공을 먼저 생각하는 전통이 남아 있어 큰 목소리를 내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편은 아니다』고 말했다.

본교 교환학생으로 온 코가이 미나꼬양(일본 주다주구여대 국제관계·3)은 『여대에서 여성운동이라든가 차별을 폭로하는 일들로 사회가 바뀔 수 있을 것이리라 보지 않는다』며 『그러나 지금과 같이 여대의 존재 이유가 불투명할 때에는 여대가 없어질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급변하는 경제성장으로 여성인력에 대한 사고의 변화는 일본 여대의 교육내용과 목표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사회·경제적 변화를 좇아가기 보다 변화의 흐름을 주도해가는 여대로 탈바꿈하지 않는 한 일본 사회에 지배적인 경제논리에 여성을 비주체적으로 통합될 우려가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여대의 존립은 성차별적 사회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더불어 자리매김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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