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의 흥미로운 소설을 보며 사람들은 파안대소하기도 하고 마음껏 울기도 한다.

소파 위, 침대 머리맡, 책가방 속에서 늘 우리와 함께 하는 문학···다름 아닌 대중소설이다.

베스트셀러를 점령하는 대중소설임에도 실상 문학사에 있어 대중소설의 가치는 지나치게 평가절하돼왔다.

현실을 반영하는 리얼리즘 문학이나 문학적 상상력의 순수성을 중시하는 모더니즘 문학 강의는 있지만, 아직 대중소설 강의가 있는 대학은 없다.

또한 국내 수많은 국문학 논문 중에서 대중소설을 주제로 한 논문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에 이정옥씨(서강대 국문과 강사)가 내놓은 책 「1930년대 한국 대중소설의 이해」는 눈길을 끈다.

이 책을 통해 본격적으로 대중소설의 문학사적 논의를 시도한 이정옥씨를 만났다.

▶특히 1930년대 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동기는 무엇입니까? 1990년대 초반 "문학의 죽음"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문학적 위기감은 팽배했다.

냉전해체로 사람들의 관심영역이 확대되면서 문학도 기존의 경향에서 벗어나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30년대 역시 초반의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으로 양분돼 있던 문학적 논의가 일제의 탄압으로 리얼리즘 문학이 붕괴되고 문학의 영역이 확대된면서 "문학의 위기"가 대두됐다.

이렇게 유사한 특징을 갖고 있는 30년대를 연구하면서 현재 문학의 위기에 대한 해답을 찾고 싶었다.

▶문학에는 다양한 장르가 있는데 왜 하필 대중소설 연구입니까? 대중소설은 지금까지 문학사의 연구대상에서 배제돼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문학비평에서 보존 가치를 인정받은, 소위 제도권 내에 있는 문학"을 일컫는 "정전"의 대부분도 리얼리즘 소설이나 모더니즘 소설이다.

30년대, 90년대에 대두한 문학의 위기도 다분히 정전만을 문학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의 관점일 뿐이다.

매일신보에 박계주가 쓴 "순애보"가 연재되며 신문의 구독률이 두배 이상 올랐던 사실에서 보듯 30년대에 대중소설이 활성화 됐음에도 대중소설은 문학에 대한 편견 속에서 제대로 연구된 적이 없었다.

30년대 대중소설에 대한 내재적 접근을 통해 30년대 문학과 지금의 문학을 총체적으로 바라보려 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중문학에 대한 논의는 어디까지 와있습니까? 우리 문학계에서 대중문학에 대한 논의는 카프계열의 작가인 김기진과 임화에 의해 시작됐다.

그들은 사상적 측면이 약한 민족주의 계열을 낮게 평가했지만 카프문학의 대중성 확보 필요성을 느껴 대중화 논쟁을 펼쳤던 것이다.

김기진은 자신들의 문학을 마르크스적 통속소설이라 부르며 민족주의 계열인 이광수, 김동인 등의 통속소설과 차별화시키려 했다.

사실 방법에서는 민족주의 진영의 방법을 그대로 차용하면서도 자신들의 문학은 절대로 통속문학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은 상당히 모순적이다.

카프계열의 이러한 잘못된 인식은 리얼리즘 문학이 확고한 문학권력을 가졌던 1980년대까지도 여전히 유효했다.

▶대중소설이 대부분의 정전과 구별되는 특징은 무엇입니까? 대중소설은 창작단계에서부터 독자층의 기대지평을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그러나 대표적인 리얼리즘 소설로 정전이라 불리는 이기영의 "고향"도 신문사에서 농촌계몽소설을 만들기 위해 작가에게 거액의 돈을 주고 창작한 소설이다.

창작 단계에서 독자의 기대지평이 반영된 것이란 측면에서 보면 "고향"은 대중소설로도 볼 수 있다.

따라서 대중소설과 정전 등의 문학적 장르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지으려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또한 대중소설은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 전형적이고 보편적 인물이 등장하며 인물 간의 선악대립구도가 명확하다.

또한 선이 일방적으로 승리하는 플롯을 사용하여 독자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이 책에서는 1930녀대 대중소설을 특히 추리소설, 연애소설, 역사소설, 계몽소설 4가지로 유형화해 분석했다.

이는 당시 신문의 대중소설 공모 분야가 이와 같았고 1930년대 대중소설의 대부분이 이 4가지 유형안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기대지평이란 무엇입니까? 기대지평은 텍스트를 해석하는 독자들의 심리를 조정하고, 텍스트의 전략을 짜는 작가를 조정하는, 보이지 않는 어떤 역학이라고 할 수 있다.

기대지평은 당대의 역사,사회, 문화적인 조건을 반영한다.

기대지평으로 작가는 당대 독자들의 원망과 기대를 반영하며 독자는 텍스트를 읽는 과정에서 그 안에 흩어져 있는 작가의 그것을 해석한다.

이렇듯 기대지평은 독자와 작가 시대를 아우르는 상호적인 개념인 것이다.

대부분의 소설이 대중소설의 특징인 상호적 기대지평의 개념을 사용한다는 측면에서 대중소설과 정전의 범주를 다시 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소설은 인간의 삶을 반영한다.

1930년대 카프문학과 대중소설이 인간의 삶을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이었다면 카프 문학만을, 리얼리즘 문학만을 정전으로 이야기하는 지금 문학계의 풍토는 지양돼야 한다.

대중문학에 관한 접근조차 전무했던 현 상황에서 이씨의 연구는 대중문학을 개념 원리에서부터 짚고 나가 기존 문학 논의의 협소한 시각을 벗어났다는 점에서 파격적이며 신선하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