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교양 영어실을 계기로 본 대학 교양영어

이제 한국에서 영어를 공부한다는 것은 태어날 때부터 지고 가야할 숙명적 짐이 돼가고 있다.

영어가 시험과목으로 전제된 현실에서 외국어를 습득함으로써 얻게될 학습영역 확대및 타문화권에 대한 이해 등의 그 목적이 상실된 것이다.

이러한 죽은 교육은 중등교육부터 대학교육까지 근본적 대안책 없이 이어진다.

이는 대학의 교양영어 역시 그 방향점을 뚜렷이 잡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도 발견될 수 있다.

즉 취업의 도구로서 기능하는 언어로만 사고되는 영어학습의 위상은 현실 적응력이 부실한 대학교양교육 체계 전반과 맞물리게 된다.

학교영어교육에 만족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겐 사설 외국어 학원 및 학내 부설 언어교육기관에 사비를 들여 수강하는 것이 보편적이며, 따라서 수혜자의 부담이 가중되는 것이다.

본교의 경우 95년~96년 강독·회화로 나뉜 교양영어 강의는 현실적으로 전공학문과 밀접한 상관성을 갖지 못했으며 시험방법 역시 과거와 하별성을 별반 보이지 않았다.

또한 회화반 병행도 강독의 수준과 수위조절이 안돼 오히려 이분화된 강의가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러한 배경에서 본교 교무처는 97년 1학기부터 기존 교양영어 강좌의 문제점을 전면으로 개선하고자 ‘교양영어실’을 신설했다.

교양영어실은 영어 교과서 개발·영어 관련 시험 개발 등 교내 모든 영어프로그램 관할 및 교양 영어의 실적 향상을 꾀할 목적을 가진다.

교양영어실장 정덕애교수(영문과)는 “대학인의 사고 전반을 채우는데 무엇보다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교양과목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낮은 실정에서 교양과목의 내실있는 교육이 요구되며, 영어 역시 학문사이 가교 역할을 제대로 할 때 올바른 대학 교양영어의 위상이 잡혀나갈 것”이라 밝혔다.

이와 같은 취지로 6학점 필수인 인문·사회계열 교양영어 강좌는 언어의 통합적 습득을 위해 듣기·말하기·쓰기·읽기를 아우르는 강의로 진행되고 있다.

여기서 수업은 통합교과서「MOSAIC」을 사용해 각단원마다 강독·주제토론·주제에 대한 영문 논술의 형태로 이뤄진다.

한편 연세대 교양영어 주임 이원표교수(영문과)는 “연세대의 경우 6학점 필수인 1학년 외에도 영작문·사용어 등 실용성 있는 교양 강좌를 열어두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교내 부설 어학당과 시설적으로 연계할 방침이다”라고 밝힌다.

또한 서강대의 경우 모든 상의가 영어로 진행되며 전교생을 대상으로 다양한 커리큘럼 제공 및 멀티미디어 시스템 구축 등 첨단 어학기자재를 구비된 점에 주목할 말하다.

9학점 교양영어 필수 수강 체제중 3학기째에는 상경대·공대 등 각 단대에 따른 전공영어를 수강하게 되며 이후 ‘영어권 문화연구’·‘인터넷을 통한 영어’등 20여개의 다양한 강좌로 영상매체 활용·대사관 초청 강연 등의 지속적인 교양교육이 담보된다.

서강대 교양영어실 조교 이광표씨(영문·91)는 “학교 창립 초기부터 진행돼 온 서강대의 영어교육 이념은 영어라는 언어습득 자체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다른 학문과의 연계및 사고의 향상을 위한 수단으로 위치짓는다”고 말한다.

앞으로 본교 교양영어실은 강좌의 다양화를 위해 98년부터 통합교육 체제를 차츰 확대하며 동시에 2~4학년을 대상으로 문예·경제·과학 영어등 주제별 강좌를, 3~4학년을 대상으로 고급영어 분야 강좌를 신설할 예정이다.

그러나 아직 본격적인 교양영어 교육의 시행 첫단계에 있는 본교의 상황에서 질 높은 교육을 담보하기 위한 각 반 30명 안팎의 제한된 인원수의 유지는 아직 재정상 그 확충이 미비한 실정이다.

강의실과 강사수부족은 분교 뿐만 아니라 각 대학마다 물리적 미비점으로 지적돼 왔는제 이밖에도 다양한 시청각교재 활용을 통한 학습여건 역시 갖춰져야 할 것이다.

정덕애 교수는 “동기부여에 있어서 뚜렷한 목적의식을 가진 기능적 어학전문 기관과 대학의 교양영어교육은 구별돼야 할 것”을 역설한다.

바로 교양영어 통합교육이 가지는 지향점은 대학교양교육의 질적 향상 및 사고능력 배양을 위한 근본 목적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교양강의가 일방적인 형태로 진행되며 위상 또한 ‘학점따기과목’으로 전락한 시점에서 주체적인 강의참여와 대학인으로서 우리가 무엇을 알아야 할지를 생각해 본다면 교양과목에 대한 관심여부는 재론의여지가 없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물리적인 제반 여건 개선과 더불어 제대로된 강의평가 등의 실질적 놀겨 역시 요구된다.

작문과 토론을 통한 내실있는 영어교양강좌에서 나아가 교양강좌의 질적 향상과 학생-교수간 활발한 논의 개진이 이뤄진 교양수업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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