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생활협동조합 학생문화관점 앞이 텅 비어있다. 사진=민경민 기자 minquaintmin@ewhain.net
10일 생활협동조합 학생문화관점 앞이 텅 비어있다. 사진=민경민 기자 minquaintmin@ewhain.net

코로나19 이후 생활협동조합(생협)이 위기를 맞았다. 쉬는 시간이면 학생들의 발걸음으로 북적이던 생협 입구는 한산하기만 하다. 20개 매점 중 2월 현재 개장하는 매점은 8개에 불과하다. 이화기념품점과 학생문화관점을 제외하고 운영 마감 시간도 2시간 앞당겨졌다.

생협 관계자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된 2020년 생협 고객 수 및 매출액 등은 2019년 대비 약 75~87%의 감소 추세를 보였다. 생협 내부에서는 비용 절감을 위한 인력 축소 운영 논의도 오갔다.

생협이 심각한 경영 위기를 겪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학생들은 ‘생협 살리기 프로젝트’ 공동구매를 기획해 진행했다. 생협 살리기 프로젝트를 앞장서 진행한 학생들과 생협 관계자를 각각 1월27일, 28일 비대면으로 만났다.

민소연(컴공·19)씨는 본교 온라인 커뮤니티 이화이언(ewhaian.com)에서 생협이 경영 위기를 겪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공학관에서 자주 수업을 듣던 그는 생협 공학관점에서 간식거리를 구매하곤 했다.

생협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민씨는 본교 커뮤니티에 생협에서의 공동구매를 제안했다. 공동구매 진행에 앞서 생협 카카오톡(Kakaotalk) 플러스친구를 통해 공동구매에 대한 생협의 입장부터 확인했다. 생협 측은 ‘학생들이 관심 표명을 하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민씨는 생협의 답변을 본교 커뮤니티에 공유하며 공동구매 진행 방식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생협 상품 중 어떤 상품으로 공동구매를 진행할지 수요 조사도 실시했다. 그 후 민씨는 공동구매 태스크포스(생협 TF)를 모집했다.

생협 TF 팀원 박수영(화학·19)씨는 생협이 없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생협 TF에 지원했다. 그는 “식사 약속이 없을 때 생협에서 끼니를 해결하곤 했던 단골손님이었다”며 “생협이 파산 위기라는 글을 보고 심장이 덜컹했다”고 전했다. 생협 TF는 민씨를 포함해 총 5명이다. 이들은 ‘생협 살리기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공동구매를 진행했다. 수요와 재고를 비교해 공동구매 목록을 만드는 등 배송을 제외한 모든 과정에 참여했다. 많은 학생들이 공동구매에 참여할 수 있도록 홍보글을 올리기도 했다.

생협은 생협 TF에서 전달받은 공동구매 내역 재확인과 배송을 담당했다. 배송 1건당 비용은 약 4000원이었지만 3000원에 배송을 제공했다. 5만 원 이상 구매하는 경우 배송비를 생협이 부담했다.

공동구매 물품 품목으로는 공예품류, 생활소품류, 문구류, 잡화류, 의류, 쿠키가 있었다. 세부 물품에는 망사 카드지갑(공예품류), 노트북 파우치(생활소품류), 이화타임플래너(문구류), 이화 목도리(잡화류), 이화 니트가디건(의류) 등이 있다. 공동구매 물품의 색상은 모두 본교 공식 색인 초록색 계열로 통일했다.

인기 품목인 쿠키는 예상 구매 수량만 1000개가 넘었다. 생협 TF는 수요 조사를 바탕으로 공동구매 금액을 최대 500만 원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 공동구매 금액은 706만1250원으로 예상 금액을 훌쩍 뛰어넘었다. 생협은 “학생 주도 공동구매 진행이 생협 매출 확대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생협 관계자에 의하면 공동구매 진행으로 인해 생협에 관심을 가지는 학생도 늘어나 온라인 매출이 증가하는 등의 효과도 있었다.

민씨와 박씨는 공동구매를 진행하며 본교생들의 단합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생협 TF의 공동구매 진행을 응원하는 학생도 많았다. 학생들은 본교 커뮤니티나 공동구매 신청란을 통해 응원을 남기기도 했다. 공동구매 문의를 위해 만든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생협 TF를 위한 기프티콘(Gifticon)을 보낸 학생도 있었다. 박씨는 “선물까지 받을 줄은 상상도 못 했고 감동 받았다”고 전했다.

생협도 공동구매 참여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생협 관계자는 “규모 측면에서는 공동구매가 제한적인 도움일 수 있지만, 생협 유지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은 현재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사실 생협 시설의 유지 및 사업 운영의 기본조건은 본교생들이 생협 조합원에 가입하는 것”이라며 조합원 가입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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