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단 기간 중 이슬람교 유학생들의 생활을 만나다
라마단 기간 중 이슬람교 유학생들의 생활을 만나다
  • 임유나 기자
  • 승인 2020.06.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슬람교 유학생 눌하님 빈티 하런 칸(Nurhaniem Binti Haron Khan)씨, 누룰후다 빈티 아미누띤(Nurulhuda binti Aminuddin)씨, 칼리사 빈티 아마드 수하이미(Kalisa Binti Ahmad Shuhaimi)씨, 알리아 아스나 빈티 아다난(Alia Asna Binti Adanan)씨 (왼쪽부터)김서영 기자 toki987@ewhain.net
이슬람교 유학생 눌하님 빈티 하런 칸(Nurhaniem Binti Haron Khan)씨, 누룰후다 빈티 아미누띤(Nurulhuda binti Aminuddin)씨, 칼리사 빈티 아마드 수하이미(Kalisa Binti Ahmad Shuhaimi)씨, 알리아 아스나 빈티 아다난(Alia Asna Binti Adanan)씨 (왼쪽부터)
김서영 기자 toki987@ewhain.net

“해가 뜨고 질 때까지 아무것도 먹고 마시지 못해요.”

활동을 해야 하는 낮 시간 동안 금식을 해야 한다면 어떨까. 하루도 힘들 것 같지만 한 달 내내 금식을 해야 하는 문화가 있다. 이슬람교의 ‘라마단’이다. 라마단은 이슬람교인이라면 실천해야 하는 종교 활동 ‘다섯 가지 기둥’ 중 하나다. 이들은 영혼과 육체의 합일을 위한 종교 수련의 일환으로 금식을 한다. 라마단 기간은 이슬람력 음력 9월을 기준으로 한 달 동안 이어지며 올해는 4월23일부터 5월23일까지였다.

본교에도 이슬람교인이 있다. 대학정보공시사이트 대학알리미(academyinfo.go.kr)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본교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은 1041명이다. 이중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사우디아라비아 등 이슬람 문화권이거나 이슬람교가 공식 종교인 국가에서 본교를 찾은 유학생은 54명이다.

라마단 기간이 끝나갈 무렵, 본지는 5월18일 ECC B217호에서 말레이시아에서 온 이슬람교 유학생 알리아 아스나 빈티 아다난(Alia Asna Binti Adanan·전자전기·17)씨, 칼리사 빈티 아마드 수하이미(Kalisa Binti Ahmad Shuhaimi·화학신소재·17)씨, 누룰후다 빈티 아미누띤(Nurulhuda binti Aminuddin·사이버·20)씨, 눌하님 빈티 하런 칸(Nurhaniem Binti Haron Khan·사이버·20)씨를 만났다. 그날 하루도 금식했을 이들은 지친 기색 없이 인터뷰 내내 활기찬 모습을 보였다.

 

코로나19로 라마단 모습 변해

코로나19는 올해 라마단 생활 모습도 바꾸었다. 좋은 점은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 라마단 기간에는 낮에 금식을 하기 때문에 보통 밤에 음식을 먹으며 공부나 활동을 한다. 칼리사씨는 “밤에 활동을 하다 보면 오전3~4시에 잠을 자기 때문에 수강신청을 할 때 오전 수업은 신청하지 않거나 오전 수업을 다녀와서 잠을 잤다”며 “올해는 코로나19로 온라인 강의가 시행되면서 오전까지 잠을 잘 수 있는 등 시간을 유동적으로 쓸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알리아씨는 라마단 기간이 기말고사 기간과 겹쳐 힘들었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1학년 때 라마단 기간이 6월이라 낮이 길어 거의 19시간을 금식했어요. 그런데 거기다 기말고사 기간이 겹치고 자주 가는 건물인 아산공학관(공학관)도 멀어서 너무 힘들었어요. 하지만 온라인 강의가 시행되며 굶주린 상태에서 이동하는 어려움은 덜었죠.”

이슬람교의 예배당인 모스크에서의 활동도 바뀌었다. 원래 라마단 기간이면 이태원 모스크에서 매일 밤 무료급식을 제공해 함께 밥 먹는 시간을 가진다. 하지만 이번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급식 대신 음식 쿠폰을 제공했다. 칼리사씨는 “쿠폰은 모스크 주변 할랄(Halal,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는 제품의 총칭) 식당에서 사용할 수 있다”며 “사람이 모이면 안 돼서 이뤄진 조치”라고 설명했다.

기도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을까.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한 장소에 많은 사람이 모이는 단체기도가 금지된 상황이다. 이에 알리아씨는 “단체기도가 필수는 아니라 괜찮다”고 답했다. “기도는 집에서 혼자 해도 돼요. 모스크를 가지 않아도 되고 꼭 다른 사람과 같이 하지 않아도 되죠.” 실제로 이들은 이태원 모스크에 거의 가지 않고 집이나 학교에서 기도를 했다.

 

예배 공간 없어 어려움 겪어

라마단 기간을 포함해 평소에도 이슬람교인들은 하루 다섯 번, 메카를 향해 예배를 해야 한다. 예배는 바닥에 대고 절을 하는 형식이라 공간이 필요하다. 또 기도 전 우두(Wudhu, 이슬람교에서 예배에 앞서 노출된 몸의 일부를 씻는 일)를 해야 하지만 마땅한 시설이 없다.

주로 공학관에서 생활하는 알리아씨와 칼리사씨는 학기 초 국제 학생 모임에서 교수에게 안 쓰는 공간을 기도실로 사용할 수 있는지 문의했다. 이에 교수는 행정실에 문의했고 행정실에서는 공학관에 있는 기도실을 사용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하지만 본교 기도실은 기독교인들을 위한 기도실이다. 알리아씨는 “기도하는 데 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아서 가끔 기도실에서 빠르게 예배를 드리기도 하는데 기독교 학생을 마주치면 서로 불편해진다”고 말했다.

결국 알리아씨와 칼리사씨는 샤워실에서 예배를 드린다. 이들은 “기도 전 편하게 씻을 수 있고 탈의실 같은 공간도 있어서 샤워실이 편하다”고 설명했다. 작년에는 공학관 근처에서 자취하는 선배 집에 잠시 들려 기도하기도 했다. 눌하님씨는 비상구에서 예배를 드렸다. 그는 “사람들이 쳐다보지 않는 편안한 곳이 없어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ECC 비상구에서 기도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우두는 미리 집에서 준비하고 온다”며 “우두를 화장실 세면대에서 하면 주변에 물을 흘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불편한 상황임에도 이들은 “기독교 학교이기 때문에 이슬람 학생을 위한 기도실이 없는 게 이해는 간다”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 예방 위해 축제도 축소해

라마단이 끝나면 음식과 선물을 나누며 축제를 한다. 이들도 작년에는 20명 정도의 말레이시아 유학생들과 모여 전통 옷을 입고 음식을 나눠 먹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축제 규모를 축소했다. 라마단이 끝난 후 다시 기자와 연락한 알리아씨는 “올해는 5명만 모여 집에서 음식을 나눠 먹었다”며 “코로나19 때문에 더 많은 사람과 함께 하진 못했지만, 라마단의 마무리를 소소하게나마 축하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이들 역시 코로나19가 하루빨리 종식되고 일상으로 복귀하길 바라고 있다. 내년 2월 졸업 예정인 알리아씨와 칼리사씨는 “무사히 졸업하고 싶다”며 “이번에 졸업 가운이 바뀌어 기대되는데 졸업식 날 가운을 입고 가족들과 사진 찍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새내기인 누룰후다씨와 눌하님씨는 다음 학기에는 학교생활을 제대로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상황이 안정돼 한국 친구들도 만나고 동아리 활동도 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