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교육 기획上] ‘교육기관 아닌 공장’... 3시간 30분 만에 성희롱 예방교육 강사 되는 곳
[성교육 기획上] ‘교육기관 아닌 공장’... 3시간 30분 만에 성희롱 예방교육 강사 되는 곳
  • 김소진 객원기자, 김지원 객원기자, 이도윤 객원기자, 이예슬 객원기자
  • 승인 2020.0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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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관계할 때 40대 여자 반응은 소주(소문 안 내면 줄게)다.” 2017년 12월 경북 구미의 반도체 회사에서 성희롱 예방교육 강사가 한 말이다. 지난 4월 수도권 공기업에서는 한 성희롱 예방교육 강사가 “술자리에는 역시 여직원이 있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성희롱 예방교육 강사의 망언은 매년 반복됐다.

정부는 2007년 성희롱 예방교육을 의무화했다. 성희롱을 방지하고, 안전한 근로 환경을 조성하자는 취지다. 2017년 기준 201만 8000개의 사업장이 매년 1회 이상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하루 평균 5529개의 사업장에서 성희롱 예방교육을 하는 셈이다.

그러나 성희롱 예방교육은 유명무실한 교육으로 전락했다. 강사들이 성희롱을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왜 성희롱 예방교육 강사의 막말 논란은 반복되는 걸까? 성희롱 예방교육 강사들은 어디서 어떻게 교육받았을까? 취재팀은 성희롱 예방교육 강사 양성과정을 들여다봤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성교육 강사를 양성하는 민간업체들은 짧게는 3시간 교육을 하고 자격증을 줬다. 이 교육을 받은 강사들은 초등학교부터 공기업까지 출강했다. <상>에서는 기자가 직접 ‘3시간 30분 만에 이뤄지는 성희롱 예방교육 강사 자격증 발급 과정’을 잠입 취재해 교육 과정과 강사의 수업이 얼마나 부실했는지 기록했다. <하>에서는 허술하게 강사를 양성하는 네 업체를 추가 취재했다. 마구잡이식 강사 양성의 배경에는 구멍 난 현행법이 있었다. 현행법으로는 엉터리 강사를 양성하는 민간업체도, 막말을 하는 강사도 제재할 수 없다. 구멍 많은 현행법이 성희롱 예방교육을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 이제 구멍을 메우고 ‘누가’, ‘어떻게’ 성희롱 예방교육을 해야 할지 논의할 때다.

 

초스피드 자격증 발급에 모여드는 수강생들

“남자들이 아무 여자나 다 성추행을 하는 줄 아는데, 다 취향이 있기 때문에 아무에게나 하지 않아요. 남자들도 취향이 있는데…” 성희롱 강사를 교육하는 강의에서 강사가 한 말이다. 2월20일 기자는 ‘강사 최다 배출’을 자랑하는 A 업체 에서 성희롱 예방교육 강사 양성 과정을 수강했다.

전화를 한 통 건 뒤부터 일사천리였다. 2020년 2월17일 오후 3시 성희롱 예방교육 강사 자격증을 발급해주는 A 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상담사는 얼마나 쉽고 빠르게 자격증을 받을 수 있는지 강조했다. 수업료는 성희롱 예방교육 강사 과정과 개인정보보호 강사 과정을 묶어 40만원. 전화를 끊고 수강료를 결제했다.

2월20일 오전8시45분 서울 강남구 선릉로의 A 업체를 찾았다. 20대 여성부터 40대 중년 남성까지, 7명의 수강생이 강의실에 모였다. 5년간 이곳에서 수업을 들은 성희롱 예방교육 강사는 1000명이 넘는다.

수강생들이 A 업체를 찾은 이유를 요약하면, ‘당장 자격증을 딸 수 있어서’다. 대학에서 상담 연구원으로 일하는 수강생 ㄱ씨는 “강사 자격증을 빨리 받아야 해서 왔다”며 “여성가족부 산하 양성평등진흥원(양평원)의 강사 양성과정은 너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기업 조직문화부 소속인 ㄴ씨와 ㄷ씨는 자격증을 따고 바로 회사에서 강의해야 했다. 프리랜서 강사 ㄹ씨는 “이력서에 자격증 한 줄 더 쓰려고 왔다”고 했다.

 

“성희롱은 성적으로 놀리는 거예요” 성희롱 정의는 단 두 문장뿐

강의 중 성희롱 개념 설명은 19초 만에 끝났다. “성적인 것에 관한 걸 가지고 놀린다고 생각하면 돼요.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과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예요.”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내용은 수업 내내 단 한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성인지 감수성은 고용노동부가 <직장 내 성희롱 예방 대응 매뉴얼>에서 명시한 성희롱 판단 기준 중 하나다. 대신 강사는 자격증 시험문제에 나올 부분을 짚어줬다. “이거 시험에 나오니까 지금 외우세요.”

강사는 성희롱 사례를 재미있게 묘사하기 바빴다. 불법 촬영 범죄를 우스꽝스럽게 재현하기도 했다. “앞에 앉은 누나 다리가 벌어졌는데 남학생이 자기도 모르게 호기심에 휴대폰을 꺼내 들고 몸이 점점….” 강사는 과장되게 몸을 숙이며 휴대폰을 꺼내는 남성의 모습을 흉내 냈다.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말도 나왔다. 강사는 “여자는 주차를 못 해도 이해하고 넘어가잖아요. 남자가 못하면 쌍욕을 해요”, “여자들이 똘똘 뭉치는 게 많아서 (상대방을 가해자로) 몰아간다”와 같은 발언을 했다.

 

시험은 ‘오픈북’, 채점은 ‘셀프’

 

 수업은 2시간 57분 만에 끝났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자격시험을 치렀다.

시험은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오픈북 시험’이었고 문제는 총 25문항이었다. 실기 평가는 없었다. 한 수강생은 옆자리 수강생에게 “이거 어디 나와?”라고 속삭였다. 감독은 “(답을) 책에서 찾느라 헤매시더라고…”라며 서술형 문제의 답을 빔프로젝터에 띄워 주기도 했다. 수강생들은 20분 만에 문제 풀이를 마쳤다.

채점은 ‘셀프’로 했다. “각자 양심적으로 채점하세요.” 강사의 말이 끝나자 수강생들은 자신의 답안지를 채점했다. 커트라인은 60점이었다. 25문제 중 11개 이상 틀려야 불합격인 셈이다.

시험 중, 기자는 기본적인 문제를 일부러 틀렸다. ‘반복적으로 이루어져야만 성희롱이다’ ‘문제 상황이 발생한 즉시 거부해야 한다’는 문항에 오답인 ‘O’를 골랐다. 강사는 이 문제의 답을 불러주며 “설마 이거 틀리신 분은 없겠죠?”라고 말했다. 기본적인 문제도 틀렸지만, 자격증은 발급됐다. 시험이 끝난 지 5분도 지나지 않아 강사는 양손 가득 자격증을 들고 왔다. 수강생 7명 모두 자격증을 받았다.

이렇게 기자는 수강료 40만원을 내고 3시간 30분 만에 성희롱 예방교육 강사 자격증을 땄다.

 

 

 

학원은 엉터리 강사 1000명 쏟아내는데, 고용노동부는 멀뚱멀뚱

A 업체는 ‘강사 최다 배출’을 자랑한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A 업체에서 배출한 성희롱 예방교육 강사는 1180명이다. 지난해에도 320명에게 자격증을 발행했다. 자격 시험 응시 대비 취득률은 98.9%에 달한다. 강의를 듣기만 하면 거의 모두가 자격증을 받는 셈이다.

A 업체는 국내 유일의 성희롱 예방교육 민간 자격증 발급 기관이다. 2015년 고용노동부의 승인을 거쳐 민간 자격증 발급기관으로 등록됐다. 2년 뒤 고용노동부는 성희롱 예방교육 분야의 자격증 발급을 금지했다. 마구잡이로 강사 자격증을 발급하는 기관을 막기 위해서다. 다른 민간업체는 성희롱 예방교육 강사 자격증을 발급할 수 없게 됐다. 사실상 A 업체가 자격증 발급을 독점하게 된 셈이다.

강사들은 더 많은 사업장에서 강의하려면 자격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10년째 고객 만족교육(CS)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박미애(40)씨는 “자격증 있는 강사가 유리하다. 기업에서 종종 ‘자격증이 있느냐’고 묻는다. 수료증이 있어도 A 업체에서 자격증을 딴 강사들도 있다”고 했다. 3년째 CS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모(36)씨도 “자격증을 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A 업체에서 수업을 들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A 업체에 자격증 발급을 허용한 일은 실수였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직업능력 평가과 박소연 사무관은 “담당자가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자격증 발급 업체로)등록한 거다. 민간 자격증 발급을 검토하는 사람이 한 명뿐이다"고 했다. 이어 “(A 업체의)운영 방식이 문제가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자격기본법상 이미 등록된 업체를 강제로 취소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