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부터 가족법에 집중해 이혼 전문 변호사 돼, 전문 법률 공유하기 위해 웹툰도 연재

가족법 1호 전문변호사인 조인섭 변호사. 그는 인스타그램에 '조인섭 변호사의 이혼사건 다이어리'를 연재하고 있다.이다현 기자9421d@ewhain.net
가족법 1호 전문변호사인 조인섭 변호사. 그는 인스타그램에 '조인섭 변호사의 이혼사건 다이어리'를 연재하고 있다.
이다현 기자9421d@ewhain.net

짧은 머리에 온화한 인상. 조인섭 변호사(법학·99년졸)의 모습은 웹툰 ‘조인섭 변호사의 이혼사건 다이어리’(2019~) 속 본인의 캐릭터와 꼭 닮았다. 인스타그램(Instagram)에서 연재하는 이 웹툰의 팔로워 수는 18만 명을 넘었다. 인기 웹툰 작가인 동시에, 조 변호사는 가족법 1호 전문 변호사다. 그는 어떻게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높이고 ‘1호’ 전문가로 발돋움할 수 있었을까. 5월14일 조 변호사가 대표로 있는 로펌 신세계로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조 변호사는 주로 이혼 사건을 담당하며 이혼 시 발생하는 상속, 육아권 등도 다룬다. 그가 변호사가 됐을 때는 이혼 사건들이 전문 분야로 여겨지지 않았지만, 조 변호사는 약 17년 전인 신입 변호사 시절부터 이혼과 관련된 재판을 계속해서 진행해왔다. 가족법은 가족의 생활 관계를 규정한 법으로 민법의 친족법과 상속법을 이르는 법률이다. 가족법 전문 변호사는 이혼, 아동, 가족과 관련된 가사사건을 맡는다.

조 변호사가 가족법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사법연수원에 다니던 선배의 조언 때문이었다. 막연히 법조인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본교 법대에 진학한 조 변호사는 사법연수원에 가기 전까지 전문 분야를 정하지 않았었다. 그러던 중 선배가 가족법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가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 “선배를 따라 구경 가 본 가족법 전문 사무실이 흥미로웠어요. 그래서 이력서를 내고 합격해 근무하다 보니 가족법이 저한테 잘 맞는다고 느꼈어요. 그때부터 계속 가족법 변호사로 일하고 있죠.”

조 변호사는 변호사가 되고 나서도 공부를 멈추지 않았다. 가사사건 재판을 계속해서 담당하며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서다. “보통 사람들이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남성 변호사에 신뢰감을 느껴요. 그런데 저는 여자이기도 하고 어려 보이기도 해서 전문 분야를 강화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박사학위도 준비하며 대한변호사협회(변협)에서 제공하는 가사사건 관련 강의를 모두 수강했다.

그러던 중 변협에서 인증하던 전문변호사 제도가 2016년 강화된 기준인 ‘신 전문 분야제도’로 개정되면서 조 변호사에게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 전문변호사 자격증을 획득하려면 전문 분야를 정해 일정 수 이상의 강의를 수강하고 사건을 수행해야 한다. 착실히 본인만의 전문 분야를 키워가던 조 변호사는 자격증 획득 조건을 모두 만족했고 가족법 1호 전문변호사가 됐다.

조 변호사의 담당 사건 중 대다수는 이혼 사건이다. 조 변호사는 이혼율의 증가를 실감하고 있는데, 실제로 그의 사무실에서 담당하는 이혼 사건도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이혼율이 증가한 이유에 대해 조 변호사는 이혼에 대한 인식 변화를 꼽았다. “처음 변호사 시작했을 때만 해도 ‘우리 집안에 이혼은 없다’, ‘이혼하는 게 창피하다’, ‘아이가 있어 이혼을 참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여전히 이혼에 대한 편견은 남아있지만 이제는 아니다 싶으면 빨리 헤어지는 분위기 같아요. ‘이혼을 하면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많아진 것 같아요.”

17년 동안 가족법 관련 재판을 맡아온 조 변호사는 지금도 많은 사건을 담당하고 있다. 조 변호사의 태블릿에 기록된 재판 스케줄은 하루 일정이 꽉 차있을 정도로 빽빽했다. 그는 “평소에도 맡은 사건이 많은데 최근 코로나 때문에 밀린 사건이 추가로 진행되면서 더 많은 사건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재판을 바쁘게 준비하는 그가 웹툰을 연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부부들과 대면으로 상담하던 조 변호사는 사람들이 법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요즘 웹툰이 잘 발전돼 있어 웹툰으로 법률 내용을 전달하면 재밌을 것 같았어요. 법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딱딱하게 느껴지는데 웹툰으로 그리면 좀 더 부드럽게 표현할 수도 있고요.” 그렇게 2019년부터 인스타그램에 웹툰 ‘조인섭 변호사의 이혼사건 다이어리’ 연재를 시작했고 지난 3월에는 지금까지 연재한 웹툰을 모아 책 「이제 나를 위해 헤어져요」를 출판했다.

웹툰에는 남녀 간 첨예한 갈등부터 재판장에서 직접 들은 황당한 변론, 간통제 폐지 등 다양한 소재가 다뤄진다. 조 변호사는 웹툰을 보고 이혼을 결심하라는 취지는 아니라고 전했다. 그는 “웹툰을 보고 이혼 자체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인생을 생각해보고 내 삶과 가정을 돌아봤으면 좋겠다”며 “웹툰을 보면서 변호사가 되고 싶은 사람에게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현재 본교 로스쿨에서 가족법을 가르치는 조 변호사는 변호사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변호사 생활을 시작하고 처음에 어떤 분야를 할지 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변호사 중에서도 한 분야를 정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지식을 얻으려는 경우가 흔치 않다”며 “본인이 정한 분야에서 계속 노력하다 보면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화인들에게 “지금 상황만 보지 말고 미래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생활해보라”고 조언했다. “요즘 학생들이 스트레스도 많고 장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고민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안타까운 마음도 드는데 당장 눈앞에 취업만 생각하고 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좀 더 미래를 바라본다면 10년 뒤 달라진 본인의 모습을 스스로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