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 휴식을 가질 수 있는 대표적인 예로 휴학을 들 수 있다. 입대로 인한 비자발적인 휴학을 제외하면 취업과 시험 준비 등 진로를 위한 것이 휴학의 이유 중 많은 수를 차지한다고 한다. ‘휴식’의 사전적 의미는 ‘하던 일을 멈추고 잠깐 쉼’이다. 하지만 우리는 쉬는 것을 어색해하고, 두려워하는 것 같다.

목적이 있고 계획처럼 탄탄대로로 나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3학년이 된 지금, 지난 2년을 돌이켜보면 멈춰 가고 싶은 순간이 너무나 많았음에도 멈추는 것이 두려워 앞으로 걸어갔다. 크리스마스 날의 명동 거리에서 힘차게 걸어 다니는 사람들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앞으로 걸어가는 듯했다. 그런데도 휴식 기간에 뚜렷하게 무언가를 하겠다는 목표 의식이 없었기 때문에 쉬면 안 될 것만 같았다. 스스로 쉬어 갈 타이밍과, 앞으로 나아갈 타이밍을 선택하고 조종하는 친구들이 부러울 뿐이었다.

나는 그렇게 휴학은 생각만 할 뿐, 수강 신청을 하기 위해 마스크를 낀 채 pc방에 앉아 있는 한 사람일 뿐이었다. 그렇게 휴식의 기간을 갖자는 마음을 접고 있었다. 그러다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졌고, 그냥 마음 편히 쉬어 가자는 생각으로 하루 만에 휴학을 결심했다. 휴학 신청 버튼을 누른 후, 철회할 수 없다는 빨간색 글씨는 나를 두근거리게 했다. 하지만 무를 수도 없는 결정이고, 그토록 원했던 휴학 생활을 즐겨보자는 마음으로 걱정을 떨쳐냈다.

휴학뿐 아니라 코로나19 때문에 중단됐던 알바도 이참에 그만뒀고, 여러 활동들을 중단한 채 목적 없는 휴학생의 삶을 즐겨 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약 두 달간 한량의 삶을 살아 온 한 사람으로서 이 공간에 글을 쓰게 됐다.

앞으로 나아가며 성장하는 것만큼 멈춰서 나 자신을 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거의 처음으로 내가 ‘해야만 하는’ 크고 작은 일들이 없어졌다는 사실이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뒤돌아서 생각해 볼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곤 했던 지난 2년을 반성하며 건강을 지키고자 매일 10km를 걸으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마음의 여유도, 시간적 여유도 없던 지난날들과 달리, 휴식 기간을 가지며 딱히 할 일이 없었던 나에게 걷기는 생각보다 큰 변화를 안겨줬다. 체력적인 부분은 물론, 정신적인 부분도 아주 건강해짐을 느꼈다. 긍정적으로 좀 더 느긋하게 생각할 여유를 가져다줬다. 그리고 이러한 성취감은 이후 나의 도전에 대한 자신감을 얻게 해주는 동기가 됐다.

길고 긴 인생을 살아가면서 한 달, 그리고 몇 년은 길다면 길지만, 짧다면 짧다. 뒤처질까봐 두려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천천히 가는 것도 좋다고 말하고 싶다. 언제든 다시 힘을 낼 저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스스로가 알기에, 힘을 낼 순간을 위해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것도 우리에게 필요한 것임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나 역시 그래왔기에 잠시 멈추고 힘을 비축하는 시간을 갖고자 하는 당신의 결정을 의심하지 말라는 위로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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