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인이 말하는 4·15 총선 : [1]
이화인이 말하는 4·15 총선 : [1]
  • 이대학보
  • 승인 2020.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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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국회의원 선거(총선)는 28년 만에 최고 투표율(66.2%)을 기록했다. 이화인이 겪은 21대 총선은 어땠을까. 생애 첫 투표의 순간부터 결과에 대한 생각까지. 이들이 직접 느낀 총선을 수기로 전한다.

 

유권자의 당사자성, 국회의원의 당사자성 | 이어진(심리·20)

내가 겪은 2020 제 21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유권자의 당사자성과, 국회의원의 당사자성을 생각하게 하는 경험이었다.

선거연령 하향을 반대하는 논거의 요지는, 말 그대로 ‘미성년자’이므로 투표권 행사가 미성숙하고 신중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였다. 그렇다면 미성숙한 투표권 행사란 어떤 것인가. 어떤 이는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 아예 투표에 참여하지 않고, 어떤 이는 정치에 관심이 없지만 가족이나 지인이 지지하는 특정 정당을 아무 생각 없이 따라서 투표하고, 어떤 이는 명확한 지지의 근거는 없지만 그저 특정 정당 특정 후보의 인상이 좋아 보여서 투표하고, 어떤 이는 공약집이나 포스터를 제대로 보지는 않았지만 기표소에서 긴 투표용지를 스캔하며 그냥 그 순간 눈이 가는 후보나 정당을 찍는다. 이러한 ‘미성숙함’은 청소년 세대에서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기성세대 유권자들에게서도 발견된다.

그러나 ‘미숙한’ 표들일지라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투표권이 주어지면 모두들 적어도 누구를 찍을지 정도는 ‘고민’하는 시간을 가진다. 깊게 혹은 얕게, 무겁게 혹은 가볍게, 근거에 따라 혹은 취향에 따라 각자의 방식대로 주어진 투표권을 어떻게 써먹을지 고민을 한다. 각자 나름의 고민을 거쳤지만 그래도 아직은 미숙한 표들이 모여 전체적으로는 성숙한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모두가 미숙한 상황이라면 어느 누구에게만 투표권을 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 모든 세대가 당사자성을 얻음으로써 성숙한 민주주의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극우 보수세력 결집을 의도하는 세월호 참사나 5.18 광주 민주화 운동 관련 망언, 30대와 40대 등 특정 세대에 대해 ‘무지하다’는 등의 비하발언, 특정 후보를 당선시켜주면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주겠다는 매표성 발언과 그 발언에 대한 비판이랍시고 꺼낸 ‘룸살롱 골든벨’ 같은 눈살 찌푸려지는 워딩. 모두 이번 선거 유세 기간 동안 ‘철저하게 정치적 계산을 거쳤다’지만 막말로 물의를 빚은 발언들이다.

일시적이지만 파급력이 큰 자극적 발언들로 표심을 바꿔보려는 그들의 의도가 실망스럽다. 표심을 얻기 위해 실효성이 전혀 없는 공약을 내걸고 실제로 이행할 의지조차 없다는 생각을 가진 후보자들이 많은 것도 문제다.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각종 ‘노이즈 마케팅’ 전략이 난무하는 모습은 그들이 정말 정치의 ‘당사자’들로서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심도 있게 반영해 실효성 있는 법안을 발의하는 진지한 정치를 할 수 있을 것인지 믿지 못하게 만들고 의구심이 들게 한다. 본인이 마케터가 아니라 민생을 위한 법안을 논의하는 ‘국회의원’이라는 본분을 상기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는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본래 취지와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거대 양당의 의석수 독식을 저지하고 다양한 소수 정당에게 의석을 분배하여 ‘다양한 목소리’를 국회에 반영하겠다는 바람직한 의도에서 출발했지만, 거대 양당의 독식에 더불어 거대 여당도 탄생하는 결과가 나왔다. 자신은 지지하는 소수 정당이 따로 있지만, 소수당을 투표하여도 큰 힘을 실어주지 못하고 오히려 표가 분산되어 다른 거대 정당만 득이 될 수 있다는 우려로 소신과 다른 결정을 한 유권자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총선 결과를 통해 국민들의 전폭적 지지를 얻은 여당이 이전 국회에서 부진했던 법안의 조속한 통과와 다양한 진보적 정책의 성공적 이행을 이뤄내는 긍정적인 결과가 나온다고 할지라도,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사이버 성착취 범죄 엄중처벌, 고용 불평등 해소, 배리어프리 환경 조성 등의 과제를 실질적으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당 다양한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총선 공약에서 적당히 여성인권 이슈를 버무리는 데 그치는 ‘마케팅’적 술수 정도로는 실제적으로 여성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한다. 이주민, 탈북민, 장애인 비례대표 혹은 지역구 국회의원 당선인들도 있지만 아직은 그 수와 비율이 턱없이 부족하다. 사회적 소수자들의 의견을 잘 반영하려면 앞으로의 선거에서는 궁극적으로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다양한 소수 정당들이 충분한 발언권을 얻어 국회가 모든 다양한 범주의 국민들에 대하여 당사자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