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꽃잎으로 시작한 이화그린,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린다
배꽃잎으로 시작한 이화그린,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린다
  • 임유나 기자
  • 승인 2020.0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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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학당에 ‘보통과’와 ‘고등과’를 설치하며, 학교 이름을 상징하는
배꽃의 녹색(잎새)과 백색(꽃)을 학교색으로 정했다.
- 「이화 80년사」 中

 

이화그린 야구잠바를 입고 ECC Valley에서 포즈를 취하는 학생들 황보현 기자 bohyunhwang@ewhain.net
이화그린 야구잠바를 입고 ECC Valley에서 포즈를 취하는 학생들
황보현 기자 bohyunhwang@ewhain.net

1908년, 이화학당 4대 당장 룰루 E. 프라이 (Lulu E. Frey) 선생은 녹색과 백색을 학교 상징색으로 정했다. 현재 ‘이화그린’으로 불리는 본교 상징색의 시발점이다. 가장 오래된 교표인 1914년 대학예과 교표에서도 이화그린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교표의 다섯 개 배꽃잎 사이사이 다섯 개의 녹색 잎새가 달려있다.

본교 최초 교기 역시 이화그린이 사용됐다. 1930년 에드나 M. 벤플리트(Edna M. VanFleet) 선생이 교기를 도안해 창립기념일에 처음 사용했다. 교기는 녹색과 백색의 모직천으로, 가운데에 이화 교표가 새겨져 있다.

2011년에는 창립 125주년을 맞아 ‘이화 UI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친환경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의미를 더해 본교 UI(User Interface, 사용자 환경) 중 상징색을 이화그린으로 표준화했다. 이화그린은 지금도 기념품, 휘장, 새로 제작된 학위복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며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본교의 역사와 함께 해온 만큼 이화그린에 대한 인식은 이화인의 정체성을 지키고 소속감을 증진시킨다. 정체성을 공고히하기 위해 본교생들은 학내는 물론, 대외 이화그린 인식도를 높이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들어 학생들 사이에서 이화 그린의 정체성이 약화됐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김세현(불문·20)씨는 “진초록색이면 딱 이화가 떠오르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이화그린을 알리고 싶다”고 전했다.

 

이화그린 상징화 위한 학생회 활동부터 학생들 자발적 활동까지

인식 부족의 주된 원인으로 통일되지 않은 학교 야구잠바 색상이 꼽힌다. 야구잠바 색상이 다양해 공식색이 제대로 인식되지 않는다는 것. 오정은(경제·19)씨는 “외부인에게 가장 많이 노출될 수 있는 게 야구잠바인데, 학과별 과잠 색상이 천차만별이라 통일성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작년까지 본교 야구잠바는 학과별로 검정색, 하늘색, 베이지색, 군청색, 회색 등 다양했다.

단과대학(단대)별, 학과별 학생회는 겨울 방학 동안 단대 야구잠바(단잠), 학과 야구잠바(과잠) 색상을 이화그린으로 변경하기 위해 힘썼다. 제25대 사회과학대학 학생회 에이플(A+)은 “작년부터 과잠과 단잠 색상을 이화그린으로 통일하자는 문의를 공식 소통 창구를 통해 받았다”고 전했다.

그 결과, 단대 학생회 중에서는 사회과학대학, 조형예술대학, 사범대학, 엘텍공과대학, 호크마교양대학(호크마대), 간호대학, 경영대학 등, 학과 학생회 중에서는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생명과학과, 융합학부, 심리학과 등이 야구잠바 색상을 이화그린으로 통일했다.

제52대 생명과학과 학생회 생글생글은 남색이었던 야구잠바 색상을 이화그린으로 변경하기 위해 자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58명이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 51명(87.9%)이 이화그린으로 바꾸는 것에 찬성하며 이번 학기부터 이화그린 색상의 야구잠바를 공동구매하기로 결정했다.

호크마대 정시통합선발제도 특별위원회는 “신입생들에게 이화그린에 대한 상징적 이미지를 강하게 인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학교 외부인들의 이화그린 인식도를 높이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답했다.

학생들의 자발적인 활동도 이어졌다. 이정민(사교·15)씨는 ‘신입생들을 위한 이화그린 야구잠바 사진 남기기’를 기획했다. 원하는 학생들끼리 모여 이화그린 야구잠바를 입고 학교의 주요 장소(대강당, ECC 등)에서 사진을 촬영해 각종 SNS와 학교 커뮤니티에 배포했다. 신입생들과 재학생들이 이화그린 야구 잠바를 입은 사진을 자발적으로 촬영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이씨는 “학교가 외부에 알려지는 모습들이 결국 학생들의 정체성이 된다”며 “공식색에 대한 홍보가 더 이뤄지면 학생들이 학교에 대한 정체성을 공고히하고 소속감을 고취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활동의 취지를 밝혔다. 그는 신입생들이 이화그린 야구잠바를 입고 사진 촬영하는 게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화그린 홍보, 학교도 나서

학생들의 자발적 활동 외에도 학교 측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올해 본교에 입학하면서 이화그린을 알게 됐다는 ㄱ(건축시스템·20)씨는 “고3 시절 홍보 책자나 모교 방문단 등 어느 곳에서도 이화그린이라는 명칭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영인(화학신소재·18)씨 역시 “본교에서 발행하는 책자, 기념품 등에 웬만하면 이화그린을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러한 학생들의 요구에 홍보실은 “이화그린을 주 테마로 공식 홍보 책자와 홍보물을 제작하고 있다”며 “모교 방문단 자료에 이화그린 설명을 반영하도록 해당 부서에 전달하겠다”고 답했다.

SNS를 통한 홍보도 이어졌다. 홍보실은 2019년 12월 본교 공식 인스타그램(Instagram)과 페이스북(Facebook)에 ‘이화그린 역사찾기’라는 카드뉴스를 업로드했다. 카드뉴스는 이화그린의 유래부터 현재 쓰임까지 아울러 이화그린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홍보실은 3월26일에 ‘방구석 이화’ 인스타그램 이벤트를 진행했다. 방구석 이화는 이화그린과 함께한 방구석 사진을 #방구석이화 #이화그린 #이화여대를 태그해 게시하는 이벤트다. 홍보실 담당자는 “당시 코로나19로 오프라인 개강이 연기돼 학교에 오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이벤트를 고민했다”며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이화그린 굿즈를 찍어 올리면 이화그린 홍보가 가능할 것 같아 #이화그린 태그를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방구석 이화에는 비공개로 설정한 계정을 제외하고 111명이 참여했다. 홍보실 담당자는 많은 학생이 참여해 이화그린 홍보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해시태그로 이화그린을 검색했을 때 학교 굿즈와 과잠 등 사진들이 검색돼요. 학생들이 직접 만든 콘텐츠가 SNS에서 홍보돼 의미가 더 크죠.”

한편, 본교 기념품 제작을 담당하는 생활협동조합(생협)에서 기념품 색상을 이화그린으로 통일하는 건 어려워 보인다. 생협 담당자는 “본교 상징색이 이화그린이라고 해서 배타적으로 녹색만을 사용하고 고집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라며 “이는 학교기념품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기념품을 제작하고 유통하는 입장에서 굿즈를 이화그린 색상만으로 통일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