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한주커미·18년졸국민일보 기자·이대학보 전 편집국장
양한주(커미·18년졸)
국민일보 기자·이대학보 전 편집국장

매일 마감에 쫓기는 마감 노동자가 된 지 5개월째. 반년도 되지 않았으면서 베테랑이라도 된 마냥 이 칼럼의 마감을 마지막까지 미루다 결국 까먹어버렸다. 이미 늦었다는 뜻이다. 깜빡이는 커서를 보면서 이 광활한 흰색 화면을 어떻게 채울지 초조해할 시간도 없다. 일단 뭐라도 쓰지 않으면 신문 지면을 펑크내는 무책임한 기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까지 ‘취뽀내뽀(취업 뽀개려다 내가 뽀개지는 일상)’를 연재했던 취준생은 그러고도 7개월이 지난 12월, 가까스로 취업을 뽀갰다. 바랐던 대로 신문사 기자가 됐다. 힘든 일은 짧게 쓰는 게 좋으므로 그 반년 동안 내가 몇 인분의 곱창을 해치워야만 했는지는 생략하기로 하자. 중요한 건 드디어 기나긴 백수의 삶을 마치고 어엿한 사회인이 됐다는 사실이다. 와!

기쁨은 ‘와’라는 외마디만큼이나 찰나였다. 배고픈 취준생 시절이 오히려 그리웠던 3개월의 수습 기간을 거쳐 정식 기자가 됐지만 매일 뽀개지는 일상은 반복됐다.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이인데, 그 와중에도 매일같이 무언가를 써서 지면의 한구석을 책임져야 했다. 혹시나 오보를 낼까 봐 무서운 마음에 잠을 못 잔 적도 있다. 의탁할 수 있는 훌륭한 선배들이 아니었다면 이 글을 쓰지도 못했을 거다. 취뽀내뽀는 취뽀후뽀(취업 뽀갠 후에도 뽀개지는 일상)로 이어진다. 물론 이마저도 누군가에게는 간절히 바라는 미래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안 그래도 힘든 취준생을 겁주려는 건 아니다. 다만 취뽀내뽀 4편의 제목처럼, ‘존버의 끝은 또 다른 존버’라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취업 일정도 늦춰지고 취업 문도 닫히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럴수록 취업이라는 하나의 목표에 매몰돼선 안 된다. 취업 후에도 쉽지 않은 삶이 있다. 이건 그냥 하나의 관문일 뿐이다.

그럼 지금 뭘 해야 할까. 시간이 많았으면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싶었던 것들을 하면 된다. 언론사 준비생이라면 논술에 쓸 글감을 찾으려고 사놓고 읽지 않은 책들을 털어 버릴 좋은 기회다. 면접 예상 질문의 답변을 미리 고민하고 써두는 것도 좋겠다. 나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을 테니까. 물론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 그냥 멍하니 천장을 보고 있는 것도 좋다. 그 천장에서 기가 막힌 1분 자기소개가 갑자기 떠오를지도 모를 일이다.

무엇보다 건강해지자. 직장인이 되면 아무리 코로나19가 창궐하고 불안해도 ‘집콕’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럴 때 믿을 건 내 면역력뿐이다. 몸과 마음의 면역력. 그건 취준 중에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스트레스는 조금만 받고, 잘 먹자. 그리고 죄책감 없이 쉬자. 충분히 열심히, 잘하고 있다.

그래도 취업해서 좋은 게 있다면 밥 한 끼 대접하는 일에 마음 졸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취업 고민이 있거나, 하다못해 그냥 배가 고플 때 연락해도 좋다. 밥이든 술이든 사겠다. 물론 코로나19가 지나간 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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