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 중 다행. 코로나19가 수많은 나쁜 소식 중 기쁜 소식 하나를 선사했다. 매연과 온실가스가 줄어 공해 물질 방출이 급격하게 감소했다는 뜻밖의 소식이다.

얼마 전 가디언 지(The Guardian)가 영국 웨일스의 한 도시를 점령한 산양 떼의 영상을 공개했다. 사람들이 활동을 멈추니 거리가 한가해졌고, 조용해진 도심을 독차지하게 된 산양들은 신나게 거리를 돌아다녔다. 주민들이 가꿔놓은 정원의 풀을 뜯어 먹기도 했다.

활기를 되찾은 건 야생동물만이 아니다. 인간이 멈췄더니, 지구가 건강해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전 세계적으로 200만 명에 달하며 인류의 이동이 급격히 줄어 들었다. 많은 국가가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 두기에 나섰고, 유럽 각국 정부에서는 이동· 모임 제한령을 내렸다. 학교와 상점이 닫으며 일상생활은 위축됐지만, 도시의 하늘은 푸른빛을 되찾기 시작했다.

특히 가장 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중국의 대기 질이 크게 개선됐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의하면 중국 영공 대기 중의 이산화질소 농도가 급격히 줄었다.

이산화질소는 공장 가동과 차량 운행으로 발생하는데, 코로나19가 가장 먼저 발생한 우한을 중심으로 공장이 문을 닫고 고속 도로가 폐쇄되며 이러한 변화가 일어난 것 이다.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항공기 운항을 중단해 중국 공항에 이·착륙하는 항공기가 하루 평균 1만3000대가량 줄어든 것도 이산화질소 감소에 큰 영향을 미쳤다.

세계에서 가장 바쁜 도시 뉴욕의 모습도 크게 바뀌었다. 뉴욕 타임스(The New York Times)에 따르면, 지난달 뉴욕시 일산화탄소 방출량은 1년 전보다 절반이 감축됐다. 미국 연방정부가 주요 도시에 거주하는 7000만 명에 외출 자제령을 내리면서, 뉴욕시 차량 통행량도 35% 줄었다. 그 결과, 뉴욕 한복판인 타임스퀘어에서 교통체증 없이 자전거를 탈 수 있을 정도로 도로가 한산해졌다.

이 소식을 듣고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수십 년간 정부, 국제기구, 그리고 NGO 단체가 해내지 못한 일을 전염병 하나가 단번에 해냈으니 말이다.

지구가 조금 깨끗해졌다고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온실가스 감축은 어디까지나 일회성이기 때문이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온실 가스 배출량은 다시 증가했다.

이번 코로나19가 잠잠해지기 시작하면, 침체한 경기를 되살리려 많은 국가가 그 어느 때보다 공격적으로 경기 부양책을 펼치지 않을까 싶다.

중국부터도 연 6% 이상의 GDP 성장률을 달성하겠다는 목표하에 다시 수많은 공장을 가동할 테고, 경제활동을 재개한다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언제 줄었냐는듯 다시 치솟을 것이다.

전염병을 비롯한 각종 자연재해를 막기 위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대폭 줄여야만 한다. 지금이야 코로나19로 나가지 못하지만, 어쩌면 근미래에는 기후 변화 대응 조치로 집에 갇힐지도 모르겠다. 공상과학 영화 속 디스토피아가 어렵지 않게 그려진다.

교통수단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약국에서 공적 마스크를 팔듯이 돌아가며 외출 순서를 지키고, 여행을 떠난다는 건 생각할 수도 없으며, 업무와 소통의 온라인화가 당연해진 일상. 앞으로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 이야기다.

코로나19는 일종의 각성제가 됐다. 카페에서 친구와 수다를 떠는 것도, 이맘때쯤이면 벚꽃놀이를 하는 일도, 심지어는 그렇게도 가기 싫던 학교까지도 그리워하게 됐다. 당연했던 일들이 그 무엇보다도 어려워질 수 있음을 일깨워줬다. 그런 의미에서 다 오는 22일 ̒지구의 날', 환경의 소중함을 재고해 봄이 어떨까. 우리가 누리는 자연도, 우리가 숨 쉬는 공기도, 결코 당연하지 않음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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