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와 학생의 온라인 강의 정복기 : [1] 교수편
교수와 학생의 온라인 강의 정복기 : [1] 교수편
  • 김해인 기자, 우지은 기자
  • 승인 2020.0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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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강의가 시행된 지 한 달이 넘었다. 황당하게만 느껴지던 비대면 만남도 하루하루 흘러 자연스레 일상으로 스며들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캠퍼스보다 혼자 보는 컴퓨터 화면이 익숙해진 요즘, 교수와 학생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달라진 이들의 일상을 직접 쓴 수기로 들어본다.

 

다시 댓글을 쓴다 | 박민수 교수(사회과교육과)

오늘도 날씨가 좋군. 컴퓨터 앞에 앉아 PPT 화면을 띄운다. 매년 매 학기 같은 수업이지만 손 볼 곳이 많다. 작년 임용고시 기출 문제를 새로 넣는다. 사진 자료도 넣고. 아, 이 부분은 사료 인용문으로 설명해 줘야겠다. 수업안 보충을 마치고 눈을 감는다. 머릿속으로 수업 시뮬레이션을 해본다. 교육관 강의실 앞에 서 있는 나를 학생들은 각기 다양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처음 알았다’는 신기한 표정. ‘그래서 뭐가 중요한 거냐’는 생뚱한 표정. ‘여전히 이해가 안 된다’는 난감한 표정. 눈을 떠보니 PPT 화면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화 스마트 레코더’로 PC 화면 녹화를 시작한다. 학생 잃은 초라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 PPT 화면으로 내 얼굴을 가린 채 녹화 시작 버튼을 클릭한다. 긴장 한 목소리로 출석을 부른다. 김소희. 아차. 김수희인데. 정지 버튼을 누르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 수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목이 막혀 헛기침이 나온다. 정지 버튼을 누르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 학생들이 꼭 알았으면 하는 부분에서는 목소리 속도도 빨라지고 톤도 높아진다. 혼자 두둠칫 들썩이며 흥분하고 있는 내 모습에 씁쓸한 웃음이 감돈다. 앗, 아까 새로 추가한 사료 인용문에 틀린 한자가 보인다. 정지 버튼을 누르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 그래도 자꾸 반복하니 강약 조절이 좀 더 수월하다. 마치 강의실에서처럼 익숙하게 학생들의 이름을 불러 질문하고 잠시 기다린다. 아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군요. 혹시 다르게 생각하는 친구 있나요? 물론 내 목소리 말 고 다른 목소리는 일절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학생들은 갑자기 불린 자기 이름 에 반가워할 것이고, 자기 생각을 화면 앞에서 중얼거리고 있을 것이다. 내 눈앞에는 선명하게 떠오른다. 마치 학생들이 나의 목소리와 침묵 속에서 지금 나의 모 습과 표정을 떠올리듯이.

목이 다시 아파올 때쯤 눈으로 화면 상 단의 타이머를 찾는다. 벌써 1시간 10분째다. 다급하게 마무리 멘트를 한 후, 떨리는 손가락으로 녹화 중단을 클릭한다. 녹화 저장 폴더를 열고 강의 영상을 재생해본다. 오늘따라 목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왜 저 부분에서 저렇게 버벅거렸을까. 이 부분에서 그 설명을 해줄걸. 하지만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기에는 밤이 너무 늦었다. 침대에 지친 몸과 마음을 누인다.

다음 날 아침 6시에 눈을 뜬다. 기지개를 켜고 컴퓨터에 앉아 사이버캠퍼스에 들어간다. Q&A 게시판에 학생들이 올린 지난 시간 강의 소감을 읽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출석 확인용으로 간단히 올리던 것을, 학생들도 이제는 자신의 경험과 개성을 담아 수업의 핵심 내용과 의문 사항을 정리해서 올린다. 처음에는 인사치레로 짧게 답글을 달다가, 이제는 학생 한 명 한 명의 생각과 감정에 맞추어 수업 내용을 보충하고 공감하고 연결한다. 녹화 때 느낄 수 없었던 학생들의 호흡과 눈빛, 표정과 사고 과정이 날 것 그대로 눈앞에 펄떡인다. 온라인 강의라는 ‘정책’ 앞에 일대일·일대다 온라인 소통이라는 ‘대책’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학생들은 자신만의 콘텐츠 개발에 열심이다. 수업 시간에 나온 어려운 한자를 정리해 만든 자료를 여러 벗과 공유하며 연재하는 친구. 강의 중 무심결에 불린 이름의 책임감 때문에, 학부생이 검색하기도 힘든 학술지 논문을 찾아 읽으며 그 내용을 요약해 풀어내는 친구. 작년 교육관 앞 벚꽃 앞에서 함께 찍은 단체 사진을 올리며 새벽 감성에 젖은 친구. 강의 영상을 정신 놓고 보다가 버스정류장을 지나쳐버렸다는 친구. 엣헴. 엣헴. 신이 나는 동시에, 버스 안에서도 영상을 본다는 사실에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며, 한 친구 한 친구의 글에 댓글을 쓰기 시작한다.

학생들에게 지식보다는 지혜를 심어주고 싶다. 이해력보다는 통찰력을 경험케 하고 싶다. 이번 학기 수업은 중국 역사상 유례없는 긴 혼란의 시간과 극복 과정을 공부한다. 기존 질서의 붕괴,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 각국의 정책 시행, 혼란에 맞서는 생존 노력. 이것이 지금 2020년에는 과연 어떻게 펼쳐지는지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자. 지금의 팬데믹 사태와 온라인 강의 대혼란. 시간이 지나면 이 또한 ‘역사’가 되겠지. 우리가 배우는 역사는 결과를 알고 있지만, 지금 우리의 시간은 결과를 알 수 없다. 그래. 지금 우리가 ‘역사’를 만들고 있다.

학생들의 아침잠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일부러 9시까지 기다렸다가, 어젯밤에 찍은 새 강의 동영상을 사이버캠퍼스 5주차 학습활동에 올린다. 앗, 그런데 업로드 오류 때문에 변환이 안 돼있다. 땀을 흘리며 재빨리 파일 형식을 변환한다. 9시 11분이다. 휴. 이해해 주겠지. 타이머 기능이 있으면 동영상 업로드로 이런 몸졸임, 마음졸임을 안 해도 될 텐데. 강의는 1시간이지만 댓글 다는 것은 5시간 걸린다. 6시 반에 대충 먹은 아침에 배가 고파온다. 이제 점심 먹을 시간이다. 점심을 먹고 다시 컴퓨터 앞에 앉는다. 그리고 다시 댓글을 쓴다.

 

봄꽃과 함께하는 온라인 강의 오프닝 | 이병욱 교수(전자전기공학과)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강의로 개강하게 됐다. ‘이번 학기에는 좋은 성적을 내고 장학금을 받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눈빛을 반짝이는 학생들도 만나고 싶고, 기말고사 때의 초췌한 모습에서 밝고 건강한 모습으로 인사하는 학생들도 보고 싶었는데, 동영상 강의를 올리는 것이 너무도 비인간적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학생들을 보고 싶은 마음을 영상 편지로 찍어 전하게 됐다.

영상 편지를 찍어보니 이 방법이 좋은 것 같아, 매번 수업하기 전에 수업 내용을 1분 정도로 요약해 간단히 소개하는 오프닝 영상을 계속 찍게 됐다. 물론 기상 캐스터가 일기 예보하는 것처럼 잘 할 수는 없지만, 학생들을 생각하는 마음을 담아 매 강의 오프닝 영상을 찍고 있다. 봄꽃이 만개한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촬영하고, 조형예술대학 앞 목련이 만발한 학교 풍경도 나 혼자만 보기가 아까워 촬영하여 학생들에게 보여줬다.

동영상 강의를 학생들이 잘 이해하는지 궁금해 학생들에게 느낀 점이나 질문을 3문장 이상 매주 올리도록 했다. 그리고 질문 사항들을 매주 월요일 수업 시간에 Zoom으로 설명하면서 복습했다. 질문 내용도 전부 익명으로 게시해 다른 학우들의 이해 정도와 질문을 공유했다. 질문의 수준이 오프라인 수업보다 높은 경우가 많아 나도 경탄한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는 그 질문에 답하는 동영상(10분 내 외)을 따로 올려 자세히 설명도 한다.

질의응답 시간에 학생들이 대답하는 것을 꺼려해, 공동 진행자 3명을 학번 순서대로 정했다. 그래서 공동 진행자 학생들이 복습 내용을 설명하고, 또 실시간 수업 중에 교수의 질문에 답하기도 한다. 온라인 강의 공동 진행의 경험은 학생들이 나중에 취업, 유학 시 온라인 면접이나 온라인 토론을 할 때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온라인 강의는 오프라인 강의보다 준비하기도 어렵고 학생들 입장에서도 답답한 면이 있다. 하지만 주어진 상황 속에서 창조적인 최선의 방법을 찾는 것이 공학자들의 역할이다. 또한, 모든 학생이 이러한 상황 속에서 많이 노력하고 있기에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온라인 개강 한 달을 경험하며 | 이형숙 교수(영어영문학과)

“이화인! 2층 사는군요.” “김배꽃! 아, 옆 집이었네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아침에 진행되는 본인의 전공 수업 <Film and Literature>의 출결 확인 장면이다. 본 수업에 활용되는 실시간 온라인 수업 플랫폼의 모양새가 꼭 아파트를 닮아 던지는 농담이다. 옅은 긴장이 감돌던 학생들의 표정에도 살며시 미소가 번진다. 그럼 오늘도 시작해 보자. 최대한 예전과 같이.

어느덧 이화여대가 온라인 개강을 맞이 한 지 한 달이 돼간다. 본인은 영어영문학부에서 영화 및 문화연구를 가르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영화 연구자에 대해 기대하는 바와 달리, 어쩔 수 없이 모바일 기기로 글을 읽으면서도 종이 책장의 바스락거림에 위안을 얻는 사람이다. 디지털 영화의 시대에도 셀룰로이드 필름에 내리는 ‘비’(오래된 필름의 색이 바랜 흔적)의 감성을 학생들이 잊지 않길 바라는 이로써, 갑작스러운 온라인 개강이 여느 인문대 교수들 못지 않게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학교에서 제공해 준 온라인 강의 관련 설명서와 무수한 유튜브 자료를 뒤져가며 이 낯선 상황에 진입할 준비를 했다. 혼자서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각각 방 안팎에 켜 놓고 수없이 많은 1인극을 찍어댔다.

처음에는 소규모 대학원 수업을 실시간 온라인 수업, 대규모 학부 수업을 녹화 강의로 시작했지만, 강의 녹화라는게 쉽지는 않았다. 말투가 오글거려서 NG. 다 끝냈더니 마이크가 빠져 있어 처음부터 다시 시작. 여기에 나름의 영상 편집, 인코딩 등을 거쳐 학생들에게 전달되기까지 일반 수업 시간의 4~5배까지 걸렸다. 어쩔 수 없이 3주차부터는 그나마 가장 적절한 플랫폼을 찾아 모든 수업을 실시간 온라인 강의로 진행하고 있다. 물론 여러 이유로 제때에 참여할 수 없는 학생들을 위해 수업 전체 내용을 녹화해서 사이버 캠퍼스에 올려 놓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렇게 노력해도 당연히 실제 수업의 효율에는 미칠 수 없다. 그나마도 이 수업이 텍스트 분석을 주로 하기에 가능하지, 실험과 실습이 필요한 수업들은 어떻게 진행될지 가늠이 안된다. 갑작스레 마주하게 된 새로운 현실은 분명 누구에게도 만족스러울 수 없지만, 그럼에도 이 차선책의 불가피함을 이해하며 최대한 협력해 주는 학생들에게서 힘을 얻는다. 때로는 예쁜 인형을 책상 위에 앉혀 놓거나 반려견을 안고 수업에 임하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나 자신도 서서히 평정심을 되찾는다. 그래, 일단은 우리 모두 가급적 편안한 마음으로, 이 시기를 건강히 버텨내자.

여러모로 어색한 가운데에서도 일단은 최대한 ‘예전’처럼 진행하려고 한다. 그룹 발표도 하고, 토론도 한다. 내 수업 후 다른 수업으로 창을 바꾸기 전에 급히 던지는 학생들의 질문에도 빠르게 답을 해준다. 그것이 우리 모두 이 낯선 상황에 빨리 적응하는 방법인 것 같아서. 무엇보다도 무심해도 충분했던 예전으로 하루 속히 돌아가고 싶은 염원을 담아. 일단은 이렇게 학생들과 가깝고도 먼 거리에서 서로를 응원하는 가운데에 코로나19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 방법이 생겨, 우리의 건강한 일상을 최대한 빨리 되찾을 수 있길 바랄 뿐이다. 이화인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