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여름부터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궈 온 이가 있다. 바로 학생문화관(학문관) 수선집에 출퇴근하는 슈퍼스타 강아지 ‘뽀미’다. 본지는 6일 오후1시30분 경, 학문관 옷 수선집 ‘알뜰사’에서 사장 권오운(68·남·서울 마포구)씨를 만나 ‘뽀미의 모든 것’을 물었다. 

“학문관 수선실에 처음 갔는데 전치 83년이 나왔어요. 뽀미 때문에 내 심장이 쿵 해서”, “뽀미야 조금만 기다려! 내가 옷 찢어서 갈게.”

학생문화관 수선집 강아지 뽀미 황보현 기자 bohyunhwang@ewhain.net
학생문화관 수선집 강아지 뽀미
황보현 기자 bohyunhwang@ewhain.net

이화인이라면 한 번쯤 ‘주접’ 게시글이나 사진으로 만난 적 있는 뽀미. 뽀미는 2019년 2월10일생, 14개월 암컷 비숑이다. 권씨가 예전에 기르던 강아지 ‘뽀삐’의 이름을 따 ‘뽀미’가 됐다. 

권씨가 뽀미를 알뜰사로 처음 데리고 출근했을 땐 걱정이 앞섰다. 모두가 강아지를 좋아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걱정도 잠시, 뽀미는 금세 재학생들 사이 엄청난 인기 견(犬)이 됐다.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everytime.kr)과 ‘이화이언’(ewhaian.com)에는 연일 뽀미 관련 글과 사진, 심지어 움짤(움직이는 사진이나 그림)까지 공유되고 있다.

평일 오전7시30분이면 뽀미는 권씨 자가용을 타고 알뜰사에 출근한다. 학기 중엔 오후7시까지 알뜰사에 있지만, 요즘 코로나19 여파로 손님이 줄어 오후6시까지 있곤 한다. “가끔 뽀미를 집에 두고 오기도 하는데, 학생들이 왔을 때 뽀미가 없으면 실망해서 돌아가더라고요. 학생들이 허탕칠 땐 약간 미안했죠.” 권씨가 웃으며 말했다.

학생문화관 수선집 강아지 뽀미황보현 기자 bohyunhwang@ewhain.net
학생문화관 수선집 강아지 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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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치지 않는 체력의 소유자 뽀미는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산다. 집에서도 역시 애교 만점이다. “뽀미가 집에 가면 산책을 나가자고 엄청 애교를 부려요. 일요일이면 연남동 숲길이나 성산대교 쪽 한강을 따라 산책을 하고 나면  뽀미도 헉헉거리죠. 산길 산책도 좋아한답니다.”

뽀미는 2019년 5월 권씨에게로 와 비타민이 돼 줬다. “작년 2월 설 전날에 아내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어요. 뽀미는 그로부터 석 달 뒤쯤인 5월에 입양해 왔죠. 당시 뽀미가 태어난 지 2개월이었고, 평일엔 집에 돌볼 사람이 없어 뽀미와 함께 출퇴근하기 시작했어요.” 부인과 사별한 이후 권씨의 적적함을 달래준 건 뽀미였다.

사실 권씨와 뽀미가 처음 만났을 땐 뽀미의 눈 건강이 좋지 않았다. 권씨는 “자고 나면 눈이 부어서 붙어버렸다”며 “병원 치료를 받고 난 뒤에 예방접종을 6차까지 다 맞혔고 지금은 보다시피 아주 건강하다”고 전했다.

학생문화관 수선집 강아지 뽀미황보현 기자 bohyunhwang@ewhain.net
학생문화관 수선집 강아지 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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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kg도 채 되지 않았던 뽀미는 현재 약 6.5kg로 무럭무럭 자랐다. 입이 짧아 한 번에 많이 먹진 않는다. 소시지 같은 고기 종류의 간식을 좋아한다. 특히 뽀미는 말린 오리고기 간식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반긴다. 옷이나 산책용 강아지 하네스(강아지 어깨, 허리 고정을 위한 벨트)를 입는 것도 싫어하지 않는 순둥이다. 권씨는 “뽀미한테 장난감이든 뭐든 한 번 주면 자기 것인 줄 알고 엄청 아끼고 좋아한다”고 흐뭇하게 말했다.

뽀미는 출퇴근 시간도 척척 알아차린다. 권씨는 “오후5시~6시쯤 퇴근 시간이 되면 학생들이 와도 나한테 온다”며 “자고 있다가도 치우는 소리를 들으면 바로 일어난다”고 말했다. 뽀미는 퇴근길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에 풍물패 동아리 학생들이 연습하는 소리를 따라갔다가도 인사 한 번만 하고는 바로 돌아온다. 영업시간 알뜰사에서의 ‘계속 놀아달라’는 듯한 반응과 사뭇 다르다. 권씨는 “아침에 출근할 무렵에도 나오는 시간을 아는지 뽀미가 발발거리면서 쫓아온다”고 전했다.

학생문화관 수선집 강아지 뽀미황보현 기자 bohyunhwang@ewhain.net
학생문화관 수선집 강아지 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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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미를 보러 오는 학생들은 ‘조공’을 하기도 한다. 장난감, 간식, 배변 패드, 옷까지 다양한 선물 공세가 이어졌다. 뽀미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 중 한두 개를 빼고는 모두 학생들이 사줬다. 수선거리는 없지만 뽀미를 보러 한두 시간씩 앉아있다 가는 학생들도 많다. 권씨는 “‘가끔은 그냥 오기 죄송스럽다’며 음료수를 사 들고 오는 학생에겐 괜찮다고 정중히 거절하는 편”이라며 “학생들 모두를 환영한다”고 전했다.

이윤경(심리·15)씨는 “고시반 친구와 점심시간에는 뽀미를 보러 간다”며 “‘뽀미타임’은 공부하는 하루 중 내 유일한 힐링 시간”이라고 전했다.

“뽀미가 워낙 똑똑해서 강아지를 좋아하거나, 저처럼 강아지를 키우는 벗에게는 무한 에너지와 친화력으로 들이대요. 그런데 강아지를 아직 무서워하거나 두려워하는 벗들에게는 뽀미도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게 보였어요. 강강약약의 천재 같아요.” 이씨는 아침 일찍 학교에 가서 할 일을 마치고 뽀미랑 놀러 가자고 친구와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뽀미 아빠’ 권씨는 학생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학생들이 뽀미를 예뻐해 줘서 너무 고맙죠. 보고 싶을 때 언제나 와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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