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임영현 기자 dladudgus99@ewhain.net
그래픽=임영현 기자 dladudgus99@ewhain.net

“이대는 개인주의 심해서 선후배 간 교류가 없지 않아?”

염다연(경제·19)씨가 입학 전인 2019년 2월 고등학교 친구에게 들은 말이다. 공학대학보다 본교의 동문 간 교류가 부족하다는 의미다. 이러한 외부의 시선은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네트워킹이 부족하다는 편견에 맞선 움직임이 활발하다. 본지는 이번 호에서 본교 인적 네트워킹 문화의 흐름을 살펴봤다.

 

△이대는 개인주의, 과거에도 있던 꼬리표

‘여대, 친구 사귀기 어렵다’(2006년 9월4일자), ‘우울한 이화 새내기, 더 이상은 안된다’(2009년 3월23일자), ‘개인주의 그리고 집단문화’(2009년 11월16일자)’, ‘여대생, 서로 소통하며 소속감을 다지다’(2014년 3월24일자)’ 이 기사들은 약 10년 전 이대학보에 실렸다.

본교에는 10년 넘게 개인주의 문화와 동문 간 교류 부족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기사마다 관점은 다르지만, 이 문제에 대한 내부 논의가 꾸준히 존재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본지는  ‘여대, 친구 사귀기 어렵다’에서 당시 본교 동문 간 네트워킹이 부족한 이유를 분석했다. 공학대학에 비해 친구를 사귈 환경이 미비한 점, 여성의 관계 지향적인 성향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우울한 이화 새내기, 더 이상은 안된다’에서는 외부에서 본교 인맥에 대해 갖는 편견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한다. 기자는 “사람이 힘이다. 이화 안의, 여성 사이의 인적 네트워킹을 견고히 하자”며 본교만의 네트워킹을 견고히 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학생 칼럼 ‘개인주의 그리고 집단문화’의 필자는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개인주의 문화를 단점으로 여기는 시각은 집단주의의 전근대적 관점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외부에서 말하고 우리도 무의식중에 인정하는 여대의 ‘단점’ 개인주의가 과연 단점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집단주의적 시각을 경계한다.

‘여대생, 서로 소통하며 소속감을 다지다’는 본교생 45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이들 모두 본교 특유의 ‘개인주의’ 문화에 소속감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한다. 이어 웰즐리대(Wellesley College) 등 미국 여자대학교의 ‘시스터후드(sisterhood·자매애)’ 문화를 소개하며 본교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했다.

 

△연대의 가능성 발견한 2016년

네트워킹 문화에 대한 편견에 맞서고, 인적 네트워킹을 구축하자는 목소리는 꾸준히 존재했다. 그러나 본교 네트워킹 문화는 2016년 이후 변곡점을 맞았다. 당시 본교에서는 ‘미래라이프대(미래대) 사태’로 약 3달간 학생들의 본관 점거 농성이 이어졌다. ‘느린 민주주의’를 표방한 미래대 사태는 동문 간 연대를 이끌었다.

본교 이주희 교수(사회학과)는 “미래대 사태는 재학생과 졸업생 간 연대가 필요한 시기였다”며 “특정 사건의 발생은 구성원이 모이는 계기를 마련하기 때문에 16년도 이후 동문 간 교류가 활성화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2016년 당시 재학생과 졸업생은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 ‘이화이언(ewhain.net)’에서 모였다. 평소 고민 상담, 학교 정보 등의 일상적인 글이 주를 이루던 ‘이화이언’ 게시판은 동문 간 연대의 장으로 변했다. 16년도 이후 ‘이화이언’ 분위기 변화를 체감한 학생도 있다.

김희선(영교·15)씨는 “당시 학생들 간 논의가 이화이언에서 이뤄져 이 시점 이후 이화이언의 기능이 바뀐 것 같다”며 “문제를 자발적, 집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커뮤니티를 활용하는 동문 간 교류가 이전에 비해 활성화됐다”고 전했다.

2016년 이후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는 학교 행정, 대외이미지, 인적 네트워킹 부족 등 학생들 스스로 느끼는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구심점 역할을 한다. 의견 공유에 그치지 않고 문제 해결을 위해 본교생들은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이화 네트워킹의 현주소

2020년 현재 본교생들은 동문 교류를 위해 자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오카방)’과 ‘벗스타그램’이 대표적이다. 오카방은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 대화하는 카카오톡 기능이다. 2019년 11월부터 전공, 생년, 지역별 다양한 오카방이 생겨났다. 온라인 대화방에서 모인 동문들은 진로, 취업 고민 등 정보를 주고받는다. 온라인을 넘어 얼굴을 보며 밥을 먹는 오프라인 모임으로도 이어진다.

벗스타그램은 소셜미디어에서 본교생들이 일상을 공유하는 문화이다. 동문을 칭하는 ‘벗’과 인스타그램의 합성어인 벗스타그램을 해시태그(#)해 게시글을 올린다. 공부 인증, 학교 풍경, 학교 앞 맛집 사진 등이 게시글의 주된 내용이다.

동문 행사 기획도 재학생, 졸업생이 함께 나선다. 2019년 11월24일에는 본교 논술고사를 치른 수험생에게 학교 교표를 새긴 마카롱인 ‘이화카롱’을 배부했다. 이화카롱 배부 아이디어부터, 모금, 제작까지 본교생들의 힘으로 이뤄졌다. ‘편지쓰기’ 행사는 3월 입학할 신입생을 맞이하기 위해 준비했다. 약 2000명의 신입생들은 모두 재학생의 응원과 조언이 담긴 편지를 받게 된다.

입학 후 1년이 지난 지금, 염다연씨는 이화를 개인주의적인 곳이 아닌 자유로운 곳으로 느꼈다고 전한다. “개인주의가 나쁜 건 아니지만, 우리 학교 사람들은 서로 존중해서 참견하지 않는 것이지 관심은 많다고 생각해요. 모르는 사람이라도 위험하면 나서서 도와주고, ‘이화카롱’ 같은 이벤트도 하니까요.”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