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이 만개한 4월. 평소 같으면 만발한 꽃을 구경하기 위해 상춘객이 몰려들 시기다. 하지만 올해 지역 축제들은 관광객의 발길을 끊기 위해 꽃을 파쇄했다. 코로나19 확산 예방 차원에서 사람들이 모이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다.

길 양옆에 유채꽃이 펴 ‘아름다운 길 100선’으로 선정되기도 한 제주 녹산로. 마을 주민들은 제주 녹산로 주변에 핀 9.5㏊ 규모의 유채꽃을 제거했다. 상암 월드컵 경기장 13개 정도의 면적이다. 자연스레 유채꽃 축제도 취소됐다. 1년 장사인 봄 축제를 취소해 경제적 손실을 보더라도, 관광객을 차단해 코로나19 감염을 막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구리 유채꽃 축제, 영주 소백산철쭉제, 산청 생초꽃잔디 축제, 신안 튤립 축제 등이 취소됐다. 신안군은 축제를 취소하고 나서도 관광객이 올까, 튤립 100만 송이를 제거했다. 평소 같으면 형형색색으로 물들었을 거리들은 한순간에 허허벌판으로 변했다.

이러한 축제들의 대처는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관광객들이 모인다는 것을 말한다. 축제뿐만이 아니다. 카페, 공원, 대형 쇼핑몰 등 사람들은 다시 집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마스크 착용만 제외하면 평소 일상을 보는 듯하다.

비교적 이동이 자유로운 우리나라와 달리,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몇몇 국가들은 아예 국민들의 이동을 제한하는 외출 금지령을 내렸다. 9일 기준 코로나19 확진자가 6052명인 호주도 외출 금지령이 내려졌다. 합당한 사유 없이 외출하면 6개월 이하 징역에 처한다.

구체적인 인원 제한을 두기도 했다. 호주 정부는 공공장소에서 2명 이상 만나면 안 되고, 결혼식은 5명, 장례식은 10명까지 참석하라는 지침을 권고했다.

호주 정부의 강력한 외출 제한 속 유쾌하게 사회적 거리두기를 행한 사례가 있다. 바로 ‘쓰레기통 외출’이다. 호주 시민들이 외출 금지령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면 유일한 외출이 쓰레기를 버리러 갈 때가 된다. 이때 한 시민이 드레스부터 캐릭터 코스튬 등 다양한 의상을 입고 쓰레기를 버리는 영상을 페이스북 페이지에 업로드해 화제가 됐다. 재밌는 영상이지만 한편으론 사회적 거리두기를 성실하게 실천하고 있는 모습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3월22일부터 2주 동안 시행한 데 이어 19일까지로 2주 더 연장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집에 있을 만큼 있었다는 입장이다. 학교도 가고 친구도 만나며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싶은데, 언제쯤 사회적 거리두기를 그만두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생활방역으로 전환되려면 몇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 50명 이하, 감염경로 미확인 사례 비중 1주일 평균 5% 미만, 치료 중인 환자 절반 감소 등이다.

오늘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는 나와 가족을 지키는 강력한 방역수단입니다!’라는 안전 안내 문자가 온다. 아직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외출하기엔 이르지 않을까. 코로나19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책임감을 가지고 예방 수칙은 지킬 필요가 있어 보인다. 벚꽃은 내년 중간고사가 시작될 쯤 어김없이 돌아올 테니 너무 속상해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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