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학교…교내 상권 깊어가는 시름
텅 빈 학교…교내 상권 깊어가는 시름
  • 강지수 기자
  • 승인 2020.0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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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측의 ‘임대료 인하’ 배려에 고맙게 생각하고 있죠. 문제는 지금 상황이 한 달이 아니라 5개월은 이어질 것 같다는 거예요. 학생들이 언제 학교로 돌아올지 모르는 상황이라 마냥 기다리고 버텨야 할 뿐이에요.”

‘뚜레쥬르 이화여대ECC점’(뚜레쥬르) 점주 ㄱ씨는 매장 운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오후3시20분, 평소라면 5교시가 끝나고 북적북적할 ECC 지하4층이 텅 비었다. 다음 강의실로 이동하는 학생과 교수도, 테이블에서 간단히 요기하는 학생도, 인쇄업체 후지제록스에서 강의 자료를 인쇄하는 학생도 없다. 6일 기자가 찾은 학교는 그야말로 고요했다.

코로나19 여파에 교내 상권이 직격탄을 맞았다. 본교가 전 학기 온라인 강의 시행을 결정한 지 닷새, 교내 곳곳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임차인들의 걱정은 연일 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1학기 전면 온라인 강의가 시행되면서 평소라면 학생들로 가득 차 있어야 할 교내 입점 매장들에 학생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사진은 이화·포스코관 내 입점한 ‘CU이화포스코관점’이 텅 비어있는 모습. 사진=이다현 기자 9421d@ewhain.net
코로나19로 인해 1학기 전면 온라인 강의가 시행되면서 평소라면 학생들로 가득 차 있어야 할 교내 입점 매장들에 학생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사진은 이화·포스코관 내 입점한 ‘CU이화포스코관점’이 텅 비어있는 모습.
이다현 기자 9421d@ewhain.net

4월 기준, 교내에 입점한 편의시설 매장은 45개다. 상권 입찰을 담당하는 관리처 구매팀(구매팀)에 따르면, 학교 측에 매출 감소로 영업시간을 단축한다고 전달한 곳은 45곳 중 10곳(22.2%)이다. 그러나 본지 추산에 따르면, ECC에 입점한 편의시설 19곳만 해도 10곳이 단축 운영하거나 임시 휴업하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더 많은 매장이 단축 운영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점주 대부분은 매출 하락을 호소했다. 심한 곳은 매출이 평소의 10분의 1로 줄기도 했다.

ECC 지하4층에 위치한 꽃집 ‘소호앤노호’는 3월 매출이 예년의 80~90% 수준으로 줄었다. 점주 전수영(49·여·김포시)씨는 “원래 2~5월이 가장 바빴다”며 “요즘 매출이 좋지 않아 2월 말에는 직원이 그만둬야 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현재 소호앤노호는 약 1시간 단축 운영을 하고 있다. 그마저도 전기료 같은 고정비용이 있는데 매출은 줄어들어 문을 여는 게 오히려 손해인 상황이다. “다행히 화분 식물은 관리만 잘해주면 오래 보관할 수 있어요. 그런데 냉장고 속 생화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시들어 갖다 버리는 게 많아요. 아예 비워 둘 순 없고, 가끔 생화를 찾으시는 분이 계셔서 꽃시장에서 가장 기본적인 꽃들만 사다 두고 있습니다.” 직원 없이 혼자 가게를 지키던 전씨가 말했다.

식품을 판매하는 곳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뚜레쥬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빵 개수를 줄여 약 200개를 굽는데도 약 80개가 남았던 적도 있다. 온라인 개강 이후엔 그나마 상황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적자는 심각하다. 점주 ㄱ씨는 “매출이 평균 5분의 1로 줄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뚜레쥬르의 매장 규모는 체인점 중 큰 편에 속한다. 원래는 제빵기사까지 15명이 일했으나 지금은 직원 4명이 주중, 주말을 모두 일한다. 토요일엔 손님이 40명도 채 오지 않는다. 이에 토요일은 단축 운영을 하고 일요일은 문을 열지 않기로 했다.

“2월 말~3월 중순에 매출 하락이 가장 심했어요. 길거리에 있는 매장과 비교해서는 매출이 매우 떨어졌죠. 아파트 단지 쪽 매장은 아이 부모들이 빵을 한꺼번에 많이 사가서 영업이 잘 된대요.” ㄱ씨가 말했다.

최근 본교가 정문으로 들어오는 방문자들의 학생증·교직원증을 철저히 확인하고 있어 외부인의 발길이 완벽히 끊겼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방침이지만, 외부인의 방문율이 높던 ECC 상권은 걱정이 더 깊어졌다.

ECC를 제외한 교내 곳곳 건물의 입점 매장들도 상황이 어렵다. 학기가 시작됐지만 이화·포스코관(포스코관)에 위치한 ‘CU이화·포스코관점(CU)’은 썰렁했다. 3월 매출이 평소의 10분의 1로 줄었다. 평소라면 학생들이 계산을 위해 매장 가득 길게 줄을 섰던 곳이다. CU 점주는 “하루 평균 약 600명이었던 이용객 수가 많으면 100명, 적을 땐 70명까지로 줄었다”며 “혼자서 종일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원래 있던 아르바이트생 2명의 월급을 부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CU는 평일 오전9시~오후6시까지 단축 운영하고 있다. 본사 직영점이기에 본사와 학교 측이 향후 영업 방침을 조율 중이다.

교내에 입점해있는 식당들은 영업시간을 3~6시간 정도로 단축 운영하기도 했다. ECC 푸드코트 ‘마이델플레이스’는 평일 오전11시~오후2시, 단 세 시간만을 운영하며 주말은 휴점하고 있다. ECC 중식당 ‘케세이호’도 영업시간을 오전11시~오후3시로 기존보다 6시간 단축했다. 포스코관 연구동 지하 1층에 있는 ‘더 벤티’, ‘파리바게트’, ‘오봉도시락’의 주중 영업시간은 오전8시~오후2시까지로 단축됐다.

ECC ‘아트하우스모모’와 의류매장 ‘E:feel’은 아예 임시 휴업하고 있다. 아트하우스모모는 2월25일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된 시점부터 임시 휴업 기간을 연장해오다, 최근 재개관 공지 시까지 임시 휴관을 연장하기로 공지했다.

생협 매장도 비슷한 상황이다. 본교 생협 관계자는 “매출이 많이 나야 그걸 토대로 인건비를 포함해 여러 경상 경비를 지출하는데, 이번 학기 온라인 강의 진행으로 학생들이 없어 매출의 격감을 피할 수 없다”며 “현재 매장의 절반 정도는 축소해서 운영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학교 본부는 교내 상권 점주들의 사정을 충분히 배려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구매팀 관계자는 “몇몇 업체에서 매출 저조의 사유로 임대료 인하 및 운영시간 조정 등의 요청이 있었다”며 “업종 및 운영 상황을 고려해 점주들의 부담을 덜어주려 노력 중이며 4월도 3월과 비슷한 수준으로 최대한 협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