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심리적 불안감과 우울감을 이르는 ‘코로나블루’가 본교에도 퍼지고 있다.

“동생이 저한테 통 밥을 못 먹는다고 했어요. 아버지가 외식하자고 물어봤을 때 거절해서 아버지께서 당황하셨어요. 저는 원래 밥을 잘 먹는 사람이었거든요.” 사회대생 김모씨는 코로나블루로 식욕 감퇴를 겪었다. 남동생은 김씨에게 병원이라도 가보라고 권유했다. 김씨는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낸 것 같다”며 심경을 전했다.

평소 바쁜 생활을 보냈던 김씨는 달라진 일상생활을 우울감의 원인으로 꼽았다. 김씨는 “2월 말 토플학원 과정도 끝나 그만두면서 하루 일과가 텅 비기 시작했다”며 “2월 말에서 3월 초까지 우울감이 정말 심했고 가족이 외출을 하고 집에 혼자 있으면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김씨는 자신과 달리 불안해하지 않는 사람을 볼 때면 괴리감을 느꼈다. “코로나로 같은 일을 겪고 있는데도 아무렇지 않은 사람과 이야기를 하면 ‘내가 너무 예민한가’ 생각했다”고 김씨가 말했다. 현재 김씨는 집안에서 운동하기, 일기 쓰기, 전자책 읽기 등으로 코로나블루를 극복하고 있다.

이서영(사회·18)씨도 코로나블루를 경험했다.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불안감이 컸기 때문이다. 이씨는 “집 앞 콜센터에서 집단 감염 사례가 나와 불안했다”며 “이렇게 확진자가 늘다간 감염됐을 때 제대로 된 의료조치를 못 받을까 걱정됐다”고 말했다.

본교 온라인 강의 시행으로 인한 혼란스러운 상황도 코로나블루의 원인 중 하나다. 이씨는 “학교에 가지 못해 친구들을 못 만나니까 쉽게 우울해졌다”며 “온라인 강의가 처음 도입돼 혼란스럽고, 시험 대체로 과제가 늘어난 것이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국내 재학생들만 코로나블루를 겪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영국에 있는 ㄱ(정외·16)씨는 유럽에서 겪는 코로나블루가 심각하다고 했다. ㄱ씨는 “연고가 없는 해외 생활 그 자체로 불안정한데, 코로나19가 터지니 불안감이 증폭된다”고 말했다.

ㄱ씨가 어학연수를 하고 있는 영국 켄트주에는 923명(4월7일 기준)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유럽 국가 대부분이 봉쇄 조치를 시행하며 혼란은 더 커졌다. ㄱ씨는 “친구들이 영국을 탈출하듯 떠나는 걸 지켜봤다”며 “2년 전부터 어학연수를 계획했는데 깊은 좌절을 느꼈다”고 말했다.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에 대한 일부 시선에 상처를 받기도 했다. ㄱ씨는 “‘돈 많아서 나라 버리고 해외 갔으면서 필요할 때만 찾는다’ 등의 인터넷 댓글을 보고 상처를 많이 받았다”며 “그런 댓글은 해외거주자 상황에 대한 성급한 일반화”라고 말했다. ㄱ씨는 가족과 상의 끝에 영국에 머물기로 결정했다. 무리한 이동이 한국에 있는 가족에게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점과 평소보다 비싼 비행기 값이 이유였다.

학생처 학생상담센터(상담센터)에서는 코로나블루 극복을 위해 ‘코로나로부터 마음 방역하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상담센터는 “학생들이 답답함과 불안감을 호소하고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전화 상담실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상담센터 오혜영 소장은 “학생들에게 전화 상담실이 익숙하지 않아서 코로나19 전화 상담 사례가 아직 많지는 않다”며 “머릿속이 복잡하거나 어려움이 있을 때 상담실로 전화하면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로부터 마음 방역하기’ 전화 상담실은 오전9시~오후5시에 운영된다. 프로그램은 24일까지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1학기 전면 온라인 강의가 시행됨에 따라 기간 연장을 계획하고 있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