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인이라면 공감 장전, 이대생 채리씨
이화인이라면 공감 장전, 이대생 채리씨
  • 김유정 기자
  • 승인 2020.0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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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이 공감하고 함께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시작했어요.”

어눌한 한국어와 ‘힙(hip)’스러운 캐릭터의 몸짓. 영상 속 주인공은 ‘이대생 채리씨’다. 인스타그램(Instagram) 계정 ‘이대생 채리씨’ 영상은 진부할 수 있는 일상의 이야기를 해학적으로 풀어냈다. 2일 개설된 이대생 채리씨 계정(@cherryssi_video)은 개설 5일만에 약 1500명의 팔로워를 기록했다. 계정 운영자이자 현재 제52대 철학과 학생회 ‘철들무렵’ 공동대표로 활동 중인 이채리(철학·18)씨를 만났다.

'이대생 채리씨'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라온 영상의 한 장면. 실시간 강의가 진행되는 상황을 현실적이고 재밌게 표현했다.
출처=이대생 채리씨 영상캡처

이씨는 동생이 만들어준 플로타곤(Plotagon) 영상을 보고 플로타곤 앱에 관심을 가지게 돼 영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플로타곤은 간단하게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수 있는 모바일 앱으로 최근 트위터(Twitter)에서 유행하고 있다. 과제하다 심심할 때마다 만들었던 영상 한두 개가 모여 영상 계정을 만들 만큼 많아졌다.

“제 콘텐츠의 핵심은 공감이에요.” 이씨는 콘텐츠를 만들 때 ‘남들도 공감할 수 있는가’를 1순위로 둔다. 팔로워가 많이 모인 지금도 함께 즐기기 위한 콘텐츠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다.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없으면 다같이 웃고 떠들기 힘들잖아요. 개인적인 일도 공감이 가면 만들지만 대부분 학교 일상이 주제인 것은 이 때문이에요.”

이씨는 1분 내외 영상 하나를 만드는 데 30분에서 1시간을 들인다. 영상 제작에 1시간이나 걸리는 이유는 감칠맛 나는 발음을 위해서다. 한국어 지원이 안 되는 플로타곤은 한국어 발음 출력을 위해 영어를 입력해야 한다. 하지만 외래어 표기법을 반영하더라도 의도한 발음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감칠맛 나는 발음을 위해서는 직접 입력하고 들어보는 과정을 여러 번 거쳐야 한다. “예를 들면, ‘~해라’ 할 때 ‘~해’의 외래어 표기법은 ‘hae’인데 그대로 입력하면 ‘~해’ 발음이 제대로 안 나와요. 미국인이 말 걸듯이 ‘hey’라고 입력해야 ‘~해’ 발음이 나죠.”

인스타그램 계정 ‘이대생 채리씨'의 영상 제작자이자 영상 속 주인공인 이채리씨. 이씨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영상을 만드는 것에 집중한다고 말했다.사진=민경민 기자 minquaintmin@ewhain.net
‘이대생 채리씨'의 영상 제작자이자 영상 속 주인공인 이채리씨. 이씨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영상을 만드는 것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민경민 기자 minquaintmin@ewhain.net

이렇게 탄생한 영상에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은 열광적이다. “이 억양과 말투, 빼앗고 싶다” 등의 댓글이 달리고 친구를 태그해 홍보한다. 공감과 재미 둘 다 잡은 ‘이대생 채리씨’ 영상 댓글창은 각 에피소드에 공감하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과 대표(과대)의 애환을 다룬 ‘집부 모집’ 에피소드 영상 댓글창에는 전 과대, 현 과대들이 찾아와 댓글을 달았다. ‘실시간 강의’ 에피소드 게시물은 온라인 강의를 듣고 같은 생각을 한 본교생들로 복작인다.

영상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각자의 특징을 반영하고 있다. 이씨 캐릭터는 평소 본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집에 있을 때는 안경을 쓰고 앞머리를 올린 모습을, 학교에 있을 때는 학교 상징색인 이화그린 과잠을 입은 모습을 본인의 캐릭터로 정했다.

본교 사이버캠퍼스(사캠)를 의인화해 나타낸 캐릭터에게는 이화그린 자켓과 이화그린 숏컷스타일, 그리고 배꽃무늬 바지를 입혔다. “사캠 캐릭터의 바지에 있는 꽃은 제 나름대로 배꽃무늬라고 생각하고 넣은 거에요. 그걸 알아보는 분들도 가끔 계시더라고요.”

이씨의 영상은 학교 커뮤니티를 통해 인기 반열에 올랐다. 계정을 개설한 날은 팔로워가 약 70명 내외였다. 계정을 만든 지 이틀째 되는 날 ‘이대생 채리씨’를 소개하는 글이 학교 커뮤니티 이화이언(ewhaian.com) 조회수 1위가 돼 팔로워가 늘었다. 이씨는 “팔로워가 70명인가 80명인 상태에서 새로고침을 했는데 1080명으로 늘어났다”며 “이화이언 조회수 덕을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영상이 주목 받은 후 학교 커뮤니티에 본인 이름을 검색해본 이씨는 “내 이름이 일반명사같이 이야기되는 것이 신기했다”고 전했다. 이씨는 “이대로 조회수를 유지해 대동제 때 철학과 소시지를 홍보하겠다”며 웃었다.

해당 계정을 팔로우하는 김지민(교공·19)씨는 줌(zoom)으로 진행하는 필수교양 강의에서 ‘이채리’라는 이름의 학생이 발표하는 것을 봤다. 혹시나 했는데 ‘이대생 채리씨’임을 확인한 뒤 내적 반가움을 느꼈다. 김씨는 “어떻게 생기셨을지 궁금했는데 캐릭터랑 똑같았다”며 “과동기들에게 이채리씨랑 같은 수업을 듣는다고 자랑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영상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부정적인 댓글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팔로워에 본교생들이 많아 응원과 격려만 받고 있다. “가끔씩 댓글에 어머님들이 ‘딸아이가 재밌다고 해서 팔로우했어요’라고 댓글 남겨주실 때가 있어요. 그럼 ‘열심히 하겠습니다 어머니’ 이렇게 답해요.”

이씨는 영상 계정을 만들며 일일연재를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호응을 많이 얻고 난 후 일일연재를 약속한 것이 아니다. 한꺼번에 너무 많이 업로드하는 것을 자제하기 위해서다. 영상 계정을 만들기 전에는 6편 정도를 하루 만에 만들어 한 번에 올린 적도 있다. “‘하루에 한 편씩 만들기로 약속하면 나를 좀 자제할 수 있겠지’ 이런 취지였어요.”

이씨의 측근을 비롯한 팔로워들은 영상을 인스타그램에만 올리지 말고 유튜브에도 올려보라고 한다. 이씨는 아직까지는 유튜브 업로드를 고려하고 있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어디까지나 취미생활이었지만 유튜브에 올리면 본격적인 활동으로 변할 것 같아요. 제 신상을 비롯해 검열할 것들이 있어 고민 중이에요.” 

이씨는 홈트레이닝, 과제 등 누구나 겪을 법한 일이나 경험을 해당 시리즈의 다음 영상으로 만들 계획이다. “여러분이 영상을 보다가 다음 에피소드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겠다’고 상상한다면 저도 그걸 똑같이 상상하고 있어요. 그건 아마 다음 시리즈로 만들어질 수도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