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아도 막아도 변종이 생겨나는 데다 아주 빠른 속도로 번지고, 피해자를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으니 디지털 성범죄야말로 가장 치명적인 ‘반사회적 바이러스’인 셈입니다.”

얼마 전, KBS 9시 뉴스 앵커의 오프닝 멘트였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문제인 지금, 내 머릿속에는 온통 코로나와 관련된 것들로 가득 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주는 마스크를 살 수 있을까’, ‘지하철에서 아까 누구 기침하던데 불안한데...’ 등 나도 모르게 바이러스에 관한 두려움과 걱정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마친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공식적으로 효과가 인증된 치료제는 없지만 그래도 간간이 가능성이 보인다는 기사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는 제약회사의 소식이 들린다. 전 세계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아직은 끝이 안 보이는 터널 속을 지나고 있지만 언젠가는 이 터널의 끝에서 빛을 볼 수 있는 날이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갑자기 생겨난 코로나 바이러스 말고도 계속 문제가 되고 발전이 없는 바이러스가 있다. 위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반사회적 바이러스’, 디지털 성범죄 문제다. 이 바이러스는 퍼져도 이미 너무 광범위하게 퍼져버렸다. 그리고 보란듯이 변종에 변종을 거듭하고 있다. 사람의 생명과 관련된 바이러스는 언제나 체계가 정해지고 급히 전문팀이 결성되고 수많은 의료진분의 노력으로 치료제가 개발된다. 물론 완벽한 치료제가 안 나온 질병의 경우에는 그래도 환자가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것들이 존재한다. 

n번방 사건과 같은 디지털 성범죄는 왜 해결되지 않는 걸까? 초반에는 특별법이 제정될 것처럼, 마치 엄청난 체계를 꾸릴 것처럼 다들 말한다. 하지만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이야기는 계속해서 나온다. 피해자가 상처로 인해 자살을 해도, 피해자들 가슴에 두 번 못 박는 일들이 일어나도 결국 다 ‘집행유예’다. 

법률 관련 전문가가 아니라 모른다. 성범죄자들이 뭐 얼마나 제대로 된 처벌을 받고 있는지. 그렇지만 지금까지의 관례를 보면 답이 나온다. 피해자들을 일상으로 돌아가게 해주는 방법은 제대로 된 처벌과 도와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확신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나이가 어린 피해자들일수록 말이다. 

하지만 그동안 사회는 피해자의 신상에 더 주목하고 피해자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왔다. 가해자의 이름보다는 피해자의 이름을 먼저 언급한다. 피해자의 상처보다는 가해자의 심신에 더 신경 써준다. 피해자가 향후 고통받을 기간보다 가해자가 감옥에서 얼마나 있을지를 신중하게 고민해준다. 잠잠해지면 그냥 그렇게 넘어간다. 디지털 성범죄는 치료제라든지 예방법은 제자리걸음인 그런 바이러스다. 난 이 바이러스가 죽었으면 좋겠다. 

개개인의 힘으로는 절대 죽일 수 없다. 모두가 연대하고 관심을 가져야만 죽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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