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록탑] 청년·여성 정치인 키운다더니
[상록탑] 청년·여성 정치인 키운다더니
  • 강지수 인물팀 취재부장
  • 승인 2020.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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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열흘도 채 남지 않았다. 총선특별취재팀에서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원 후보자 명부를 살폈다. 이대가 속한 서울 서대문구갑 지역구에는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현역 의원과 미래통합당 이성헌 후보가 또다시 결전한다. 자그마치 여섯 번째 대결이다. 재선, 3선, 심하면 4선 의원들이 굳건히 지키는 텃밭에 어떻게 정치 신예가 싹을 틔우겠나. 여성 공천 비율을 30%대로 끌어올리고 청년에게도 기회를 주겠다는 약속은 허울 뿐이었다. 여성과 청년은 정치로부터 자연히 멀어졌다.

이번 총선에 출마한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의 평균 나이는 54.8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집계한 제21대 총선 후보자 통계에 따르면, 지역구에 출마하는 40세 미만 후보자는 전체의 6.35%에 그쳤다. 여야가 ‘청년 후보’로 분류하는 만 45세 미만 등록자도 135명으로 전체의 12%에 불과하다. 청년 정치인을 키우기보단, 당별 의석 수를 지키려는 의도가 더 짙어 보인다.

여성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다가오는 총선,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 1117명 중 여성 후보의 비율이 19%(213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후보 비율은 81%(905명). ‘여성의 사회 참여가 활발하다’고 말하는 한국 사회의 민낯이다. 가장 공정해야 할 선거판서부터 어긋났다.

국제의회연맹(IPU)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1월 기준 한국의 국회의원 여성 비율은 17.1%(51명)로 세계 193개국 평균 24.3%에도 미치지 못한다. UN이 권고하는 여성 의원 비율은 30%라고 한다. 16대 국회에서 5.9% 수준이던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17대에서 13.0%, 19대에선 15.7%를 기록했다. 여성 의원 비율은 꾸준히 상승했지만, 한국 인구 절반에 이르는 여성 인구에 대비해보면 터무니없이 적은 수다. 비례대표 후보자의 절반을 여성에게 공천토록 하는 의무 조항 덕분에 20대 국회에 들어서 여성 의원이 17%의 문턱을 겨우 넘었다. 아직 정치권이 목표하는 30%는 그림의 떡이다.

2019년 기준 여성 국회의원 비율(하원 기준)이 가장 높은 국가는 르완다로 60%가 넘는 의석이 여성으로 채워진다. 쿠바나 볼리비아도 여성 의원 수가 전체 의석의 절반을 넘는다. 선진국인 주요 7개국의 여성 의원 비율은 프랑스(39.7%)가 가장 높았고 이탈리아(35.7%), 영국(32.0%), 독일(30.9%) 순으로 뒤따랐다. 한국은 세계적 추세도 따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며칠, 집 근처 지하철역을 오가며 젊은 여성 국회의원 후보가 연신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하는 모습을 봤다. 50~60대 기성 정치인이 판치는 상황에서도 새싹은 피어나는구나 싶어 조금의 위안이 됐다. 세대교체가 시급한 국회가 하루빨리 이런 정치 신예들을 품을수 있길 바란다.

코로나19 여파로 민심에 가까이 다가가기 어렵다고 호소하는 후보들이 많다. 그러나 정작 멀어진 건 청년과 여성을 위한 정치가 아닐까. 총선 기획을 준비하며 이대학보 온라인 패널단 학보메이트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여성을 위한, 청년을 위한 진정한 정책을 펴는 정치인을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정치적 사안엔 나날이 무관심 해져가는 모습이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요즘 총선 관련 언론 보도를 볼 때면 씁쓸함이 앞선다. 초등생 시절이던 2000년대 후반, 학급 친구 중엔 국회의원, 대통령을 꿈꾸는 이들이 많았다. 요즘엔 주위에 정치에 참여하는 또래를 찾아보기 힘들다. ‘정치는 피곤한 것’, ‘정치인들은 모두 꼰대’라며 회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무엇이 그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개정된 선거법이 이번 총선부터 적용되지만, 그 내용과 목적을 정확히 알기는 커녕 관심조차 주지 않는 청년들이 많다. 민주주의의 꽃, 투표에 참여하기 자체를 포기하는 이도 많다. 그들에게 4월15일은 어떤 날일까. 그저 ‘쉬는 날’은 아니길 바라본다.

헌법만이 고고하게 정치 참여에는 남녀노소가 없다고 외친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는 ‘대한민국 국민은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가 균등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누구에게나 정치가 친숙한, 그런 대한민국이 오길 간절히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