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칼럼] 비대면 사회에서 인간의 학습본능 일깨우기
[교수칼럼] 비대면 사회에서 인간의 학습본능 일깨우기
  • 강혜련 경영대학 경영학부 교수
  • 승인 2020.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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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련 경영대학 경영학부 교수
강혜련 경영대학 경영학부 교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사람들의 일상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모여야 인간다움이 발휘되는 것인데 모이는 것을 금하고 있다. 이러한 충격이 산업 전반을 마비시켜 세계 경제가 패닉 상태에 빠지고 있어 큰 걱정이 앞선다. 그러나 인명 희생이나 경제적 타격뿐만 아니라 지금의 감염병 확산이 야기하는 사회적 격리 상태는 타인을 통해 배우는 인간의 학습 본능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

대학은 개강을 했지만 등록학생 전원이 온라인 강의로 원격수업을 받고 있다. 필자도 전공과목 강의를 영상으로 올리고 있지만 60명에 달하는 학생들을 여러 팀으로 구성해 팀별 토론을 진행하고 팀 프로젝트 수행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기업들도 재택근무 체제를 적극 도입하고 있지만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사실 재택근무는 육아문제 등을 해소하기 위한 유연근무제의 일환으로 오래 전에 시작됐지만 국내에서 이번처럼 전면적으로 도입된 경우는 처음이다. 온라인 시스템 구축 등 기술적 문제뿐 아니라 관리자의 감독기능, 구성원 간 원활한 소통, 사무실이 아닌 공간에서의 업무집중 등 ‘대면 의사소통’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어려움에 직면해있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오래 지속된다면 무엇보다도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한 인간의 탐험활동과 학습행동이 위축될 수 있어 우려된다. 심리학자들은 인간이 다른 인간을 흉내내 배운다는 의미로 인간을 ‘호모 이미탄스’(Homo imitans)라 부르기도 한다. 인간은 여러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하고 행동하는 것이 좋을지를 스스로 깨우치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특정 행동(역할 모델)을 효과적으로 따라하는 시도 즉 ‘사회적 학습’을 통해 터득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성공할 수 있음을 깨닫는다. 예를 들어, 실험실에 기자재가 새로 들어왔을 때 설명서를 꼼꼼히 읽어 보는 방법도 있지만 이미 그 장비를 사용해본 옆방 동료를 통해 배우는 방식이 더 쉽고 정확할 수 있다.

사회적 학습의 중요성은 다양한 연구들을 통해 밝혀졌다. 그 중에서도 인상적인 것은 보통 수준의 성과를 내는 사람과 탁월한 성과를 내는 사람 간 차이는 적극적인 탐험활동(exploration) 여부에 있다는 것이다. 고성과를 내는 사람들은 부지런히 자기주변 가까이 혹은 멀리까지라도 누가 우수한 성과자인지 찾아내고 그들을 따라하는 활동에 상당한 시간을 투자한다는 것이다. 결국 최고의 학습전략은 개인의 고독한 경험보다는 주변의 다양한 역할모델 행동들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학습이다.

사회적 학습의 이러한 관점은 우리에게 다양한 시사점을 제공해 준다. 우선 우리 각자가 추구하는 목표들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 자신이 노출돼 있는 주변 행동들을 바꾸어 볼 필요가 있다. 만일 학업부진으로 고민에 빠진 학생이 있다면 그 학생은 자신의 지적능력이나 끈기가 부족한 성격 탓을 할 수 있지만 문제해결에 이르지는 못할 것이다. 학습활동과 관련해 이 학생이 노출돼 있는 주변 동료들의 행동에 해결의 열쇠가 숨어있을 수 있는 것이다.

즉 자기 주변의 인적 환경을 바꾸어 새롭게 탐색활동을 시작하는 것이 학습의 출발이 돼야 한다. 여기에 한 가지 덧붙이면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같은 일을 할 때 즐거움과 자극(motivation)이 배가 된다고 한다. 여러 사람이 같이 노를 젓거나, 많은 사람들이 같이 모여 운동이나 라인댄스를 할 때 긍정의 에너지가 충만하게 된다.

사회적 학습이 갖는 또 다른 중요성은 조직에 새롭게 진입하는 사람들에게 조직적응에 필요한 핵심 요령들을 제공하는 데 있다. 신참자의 고민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사람들은 주로 어떤 옷차림으로 출근하는지, 상사의 갑작스런 업무지시에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대한 의문에 정답은 없지만 교과서에서 배운 적 없는 특정 조직의 규범과 문화는 주변 사람들의 행동을 통해서 학습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2020학번 새내기들에게는 정말 미안한 마음이 든다. 기대하던 대학 생활의 시작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도 없이 원격강의로 시작하고 활짝 핀 이화교정의 목련도 건너뛰게 했으니 말이다. 비록 학교가 의도하지는 않은 일이지만 새내기들의 상실감을 위로해줄 무언가가 필요함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