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학보가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한 뒤에는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강동영 부국장(사진)이 있다. 개편을 담당한 그가 말하는 새로운 이대학보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본지 개편을 이끈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강동영 부국장
본지 개편을 이끈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강동영 부국장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하고 사회에 나와 편집디자인을 시작해 32년째 이어오고 있다. 부족한 능력이지만 다행히 많은 디자인을 경험해 사회에 필요한 시각물을 꾸준히 만들고 있다. 호기심이 많아 뭔가 만들고 바꾸는 것을 좋아해 직업에 대한 만족도는 높다. 몇 년 후엔 편집디자인이 아닌 다른 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간 많은 인쇄매체 디자인을 맡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대표적인 이력은?

편집디자인 일은 1988년 ‘여원’이란 여성지에서 시작했다. 미술기자를 뽑는다기에 응시했는데 미술관련 기사를 쓰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 일이었다. 그 후 여성지에서 다양한 형태의 잡지를 만들었다. 전자출판이 일반화 되지 않았던 시절 사비를 들여 발 빠르게 컴퓨터를 배운 것이 경쟁력이 돼 문화일보(1994년), 경향신문(1995년)을 거쳐 지금은 동아일보(2000년)에서 일하고 있다.

참여한 매체로는 지금은 사라진 여원, 직장인, 소설문 학 등이 있다. 전문지로는 맥마당, 소프트월드가 있고 창간 작업은 경향신문의 TV타임즈(연예오락주간지), 동아일보의 어린이동아(재창간), 고교신문 PASS, 동아일보의 동아비즈니스리뷰(DBR) 등이 있다. 신문은 1996년 경향신문의 제호와 가로짜기 틀을 만든 것을 시작으로 경향신문 디자인팀장, 동아일보 뉴스디자인팀장을 거쳐 현재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부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최근 인쇄매체들의 디자인 트렌드로 크게 보여지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나.

오랜 시간 신문 제작에만 신경쓰다보니 일반 인쇄물의 디자인 동향은 파악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신문도 인쇄매체 중 하나이기에 느끼는 두 가지가 있다. 단순함과 힘이다. 디자인에 있어 장식적 요소를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것이 단순함의 기본이다. 이런 단순한 디자인에 양감을 살려 효과적으로 인식되게 만드는 작업은 힘으로 나타난다. 과거 디자인들에서 많이 볼 수 있던 장식적 요소가 줄어들고 시각적 효과가 인상적인 디자인이 유행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일간지에서 하는 내 작업 대부분은 레이아웃과 정보디자인이라 이런 현상은 보기 어렵다. 그래도 장식적 요소가 많이 줄었고 일반 기자들도 그런 동향을 느끼는지 장식적 요소에 대한 요구가 줄었다.

 

이번 이대학보 디자인 개편을 맡아 했는데, 어떤 부분에 가장 중점을 두었고 이유는 무엇인가.

이대학보는 기사와 사진, 레이아웃을 학생들이 제공하고 지면의 세밀한 디자인은 외주로 처리해왔다. 처음 이대학보를 보고 작은 요소들의 디테일이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 특히 서체의 사용에 있어 고민의 흔적이 없고 눈에 띄는 그래픽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대학보 개편 과정에서 세밀한 디자인 요소 찾아주기와 시각적인 고정요소 만들기에 가장 집중했다. 본문 서체가 바뀌면서 그 설정을 조정해야 했고 왜 조정이 필요한지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그들에겐 신문 만들기가 주업이 아닌 이상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지면을 만들기 어려운 환경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사가 전개되는 공간에 일정한 틀과 규칙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많은 공을 들였다. 이는 서체의 자간과 행간, 문자폭, 띄어쓰기의 간격 등 변화를 감지하기 어렵고 전문적인 영역이지만 지면의 인상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기에 신경을 많이 썼다.

 

제호변화가 눈에 띄는데, 어떤 컨셉(의도)이 담겨있는건가.

이번 제호는 여러차례 방향을 바꿔 완성한 작업이다. 처음엔 단순히 이화가 가지는 ‘전통’과 ‘섬세함’을 키워드로 잡았다. 이를 바탕으로 창간 당시 한문체와 학교의 공식 서체인 이화체를 박스 형식으로 활용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기자들의 의견을 들어보니 초기 설정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기존 서체디자인 중 하나를 이대학보에 맞는 형식으로 수정해 디자인했다.

재미있는 것은 처음 학보사 기자들의 요구에 제호 디자인의 방향을 바꿨지만 그 결과 자연스레 앞서 질문에 언급된 디자인 트렌드에 부합하는 장식이 배제된 힘있는 제호로 완성됐다는 것. 나에겐 습관적인 디자인 작업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바뀐 이대학보를 독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였으면 하나.

독자들이 쉽고 편안하고 재미있게 읽었으면 한다. 네이버가 사용하는 서체인 나눔체를 이용한 것도 친숙한 서체를 활용하기 위함이다. 보이지 않는 작은 서체 조정도 결국 가독성을 위한 것이다. 한 발 더 나아가 지금의 형태에 지속적인 수정과 참여를 더해 결과적으로 이대학보 제작에 관여하는 독자의 수가 많아졌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이번에 개편된 신문에서 멈추지 말기를 바란다. 이대학보는 자유다. 내용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형태와 표현의 자유를 통한 사고의 자유를 누리기 바란다. 고정된 이미지가 아닌 유동적이며 재미있는 한 폭의 오프라인 놀이터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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