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는 저리 가라”

이번 학기 덴마크로 파견 간 정효경(정외·18)씨가 13일 길을 걷던 중 흑인 남성에게 들은 말이다. 정씨는 덴마크 전역에 휴교령이 떨어진 11일 이후 동양인에 대한 현지인들의 반응이 달라졌다고 전했다.

유엔(UN) 인권 최고대표 미첼 바첼레트(Michelle Bachelet)는 2월27일 “코로나19가 중국과 그 외 동아시아 민족에 대한 편견의 물결을 일으켰고 이로 인해 그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고 우려를 표한 바 있다. 그러나 확진자가 서구권 전역 곳곳에 생기며 동양인 혐오는 더욱 심해졌다.

서구권 내 동양인 혐오에 대해 본교 인권센터장 박귀천 교수(법학과)는 “사람들은 천재지변이나 사회적 재난과 같이 개인적으로 극복하기 힘든 어려움이 생기면 그 책임과 비난을 사회적 소수자에게 돌리는 경향이 크다”고 말했다.

전염병이 아시아권에서 시작됐다는 이유로 서구권에서 일어나는 동양인 혐오는 비단 오늘날의 문제가 아니다. 2003년 3월16일 뉴욕타임즈(NYT)는 동남아시아에서 시작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로 인해 동양인 기피 현상의 일환으로 일부 아시아계 업체의 매출이 90% 이상 격감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박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창궐하는 전염병은 어느 한 국가, 어느 한 개인의 힘만으로는 대처할 수 없다”며 “연대와 상생을 통해 대처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17년이 지난 지금도 전염병에 대한 비난의 화살은 서구권에서 비교적 사회적 소수자인 동양인에게 향해있다.

동양인 혐오로 인해 특히 이번 학기 서구권으로 파견된 본교생들은 난처한 상황이지만 이를 이겨내기 위한 움직임 역시 활발하다. 박한나(철학·17)씨는 지난달 29일 서구권에 있는 이화인들끼리 소통할 수 있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오카방)을 열었다.

박씨는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면서 모든 것이 불안했다”며 “유럽으로 가는 이화인들끼리 연락할 수 있는 소통창구가 있으면 서로 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했다. 오카방 내에서는 동양인 혐오범죄를 피하고자 동행을 구하기도 하며, 유럽 내 분위기와 상황을 공유하기도 한다. 박씨는 “네이버 카페 등 다른 여러 경로를 통해 현지 소식을 접했지만, 심리적 안정을 취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이 오카방을 통해 이화인들과 소통하며 정보를 얻는 것은 물론이고 불안감도 해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카방에 참여한 김지우(철학·17)씨는 “오카방을 통해 동양인이 마스크를 쓰면 오히려 혐오 범죄에 쉽게 노출된다는 것을 알고 파견학교 내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본교에서 파견된 교환학생들이 모여있는 오카방에서는 현지 소식 및 상황 공유를 를 활발히 하고 있다.제공=임영현씨
본교에서 파견된 교환학생들이 모여있는 오카방에서는 현지 소식과 상황 공유를 활발히 하고 있다.
그래픽=임영현 기자 dladudgus99@ewhain.net

본교 역시 동양인 혐오 문제뿐 아니라 인권 침해 문제가 국외에서 발생하더라도 해당 학생의 소속 학과, 인권센터 등이 함께 연계해 해당 학생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한편 교육부 내 코로나19 대응팀은 “타국에 나가 있는 교환학생들은 자신들의 소관이 아니다”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현지에서 동양인 혐오 범죄에 노출됐을 시, 24시간 영사 콜센터로 전화하거나 현지 대사관과 연락을 취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영사 콜센터의 경우, 상시 통역 등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으며 대사관과 연계해 법률적 자문 또한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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