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가지 않더라도 함께할 수 있어! 게임에서 만나는 이화인
학교에 가지 않더라도 함께할 수 있어! 게임에서 만나는 이화인
  • 천혜인 기자
  • 승인 2020.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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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개강은 미뤄도 이화인들의 친목은 막을 수 없다. 게임 속에서는 여전히 이화인들의 활발한 소통이 이뤄지고 있었다. 본교 커뮤니티 이화이언(ewhaian.com)과 에브리타임(everytime.kr)에는 다양한 게임게시판이 존재한다. 같은 게임을 하는 이화인들이 모여 함께 게임을 즐기는 일은 어느새 이화인들의 새로운 친목문화가 됐다.

 

△ 벗들과 함께 달려, 쿠키런:오븐브레이크

“경기에서 티켓 모아 골드상자 여시고 크리스탈은 보물뽑기에 집중하세요! ”

게임 ‘쿠키런’을 하는 재학생 69명이 모인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오카방) ‘벗들의 쿠키런’에서는 게임을 위한 정보제공이 끊이지 않는다. 현금으로 살 수 있는 쿠키(게임 캐릭터)와 펫(쿠키를 따라다니며 도움주는 캐릭터) 상품의 효율성을 묻는 질문에는 엑셀로 정리된 효율 분석표가 발 빠르게 제공되기도 했다.

제공=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벗들의 쿠키런
제공=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벗들의 쿠키런

쿠키런:오븐브레이크’는 데브시스터즈가 제작한 모바일 게임으로, 작년 5월 ‘길드전’이 개설됐다. 길드는 온라인 게임에서 형성되는 유저들의 모임을 말한다. 이용자들은 길드전을 통해 다른 길드와 경쟁하고 등수에 따라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쿠키런에 ‘길드전’이 개설된 이후 ▲배꽃맛 쿠키▲대현동 불주먹▲EWHA 벗뜨루▲이화길드 등 다양한 재학생 길드가 생성됐다.

김시연(컴공·18)씨는 ‘EWHA벗뜨루’ 길드의 창설자이다. 김씨는 게임 내 길드 시스템이 생겼다는 공지를 보자마자 “무조건 이화 길드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김씨는 “길드가 생기기 전에는 그저 시간 때우기용 게임이었다” 며 “길드를 만들고 나니 벗들과 함께 한다는 공동체 의식이 생겨 게임에 더 열심히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길드전에 보탬이 되고자 크리스탈(게임머니)을 주고 길드 입장권 5개를 구입한 적도 많다. “길드전을 할때 1등을 하지 못하면 내가 진 것이 아닌, 우리학교가 진다는 느낌을 받아 항상 이기기 위해 노력한다”고 전했다.

김씨가 이끄는 ‘EWHA 벗뜨루’는 길드전 대결에서 숙명여대 재학생들의 ‘창파동불눈송’와 대결한 적이 있었다. 당시를 회상하며 김씨는 “그 순간만은 단순 길드전이 아니라 생각했다”며 “우리학교는 게임도 1등이란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재학생들로 구성된 길드는 학교 상황에 따라 재밌는 상황이 연출된다. 길드의 로비 화면에는 직접 인사말을 입력할 수 있다. 시험기간에는 살려달라는 문구가, 종강때는 기뻐하는 문구와 계절학기로 절망하는 문구가 로비를 가득 채운다. 최근에는 “벗들 코로나19 조심하세요”와 같이 재학생들의 안부를 걱정하는 문구도 볼 수 있다. 김씨는 이러한 모습들이 이화를 더 사랑하게 만든다고 했다.

“우리 쿠키런은 단순히 장애물 피하고 달리는 게임이 아니에요. 쿠키들에게 ◆마법사탕 쥐여주기위해 자본도 탈탈 털어요. 귀여운 쿠키들과 함께 벗들이랑 같이 으쌰으쌰 정넘치는 길드전 같이 해요.”

◆마법 사탕: 쿠키에게 마법의 힘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며 여러개의 사탕을 먹을수록 능력이 강해지게 한다.

 

△ 벗들과 함께라면 레벨업은 가뿐, 메이플스토리

“새로운 벗들 오시면 마중나가 반겨드려요”

'메이플스토리’는 게임회사 넥슨에서 제작한 온라인게임으로 400명이 넘는 본교 재학생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그만큼 ‘메이플스토리’ 에도 다양한 이화인 길드가 존재한다. 대표길드인 ‘우리벗’ 길드 외 학교 주변에 위치한 식당 상호명을 닉네임으로 가진 ‘맛집’ 길드도 있다.

이화의 메이플 유저들이 한 곳에 모여 레벨 250을 달성한 이화인을 축하해주는 모습.  제공=김재정씨
이화의 메이플 유저들이 한 곳에 모여 레벨 250을 달성한 이화인을 축하해주는 모습. 
제공=김재정씨

'우리벗' 길드에는 이제 막 시작한 재학생들에게 좋은 장비를 주는 “소매넣기” 문화가 있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새로운 장비와 메소(게임머니)를 선뜻 빌려주며 사례한다고 하면 도망다닌다고한다. 수업을 못 들은 학우에게 선뜻 필기를 보여주는 현실 이화인들의 모습이 게임에서도 보여진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자유롭게 물어볼 수 있는 분위기도 형성 돼 있다. 실제로 캐릭터를 생성하지 않고 오카방에 온 학우의 게임 캐릭터 직업과 닉네임을 단합해 정해준 적도 있다고 한다.

게임 속 친목은 현실로도 이어진다. 최근 ‘우리벗’ 길드에 소속된 15명은 신대방역 파티룸에 모여 무박2일을 보냈다. 졸업생부터 19학번까지 학교에서는 쉽게 만나지 못할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모여 ‘메이플 T.M.I’ 게임도 하고 술도 마시며 친목을 다졌다.

다양한 학번과 학과가 모인 만큼 학교생활 팁도 얻을 수 있다. 교수님과 학교 주변 맛집 추천은 물론 2016년도 까지 있었던 ‘이화사랑김밥’의 추억도 들을 수 있다. ‘우리벗’ 길드에서 ‘버섯02’로 활동 중인 김재정(건축시스템·19)씨는 “복수전공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길드에 속한 해당 전공 학생이 궁금한 것이 있으면 꼭 연락달라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게임에서뿐만 아니라, 정모에 참여하면서 소속감을 많이 느낀다” 며 “코로나19 전에는 옆자리에 앉아 게임을 같이 했었는데 지금은 그러지 못해 아쉽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김씨는 바깥외출을 자제하고 있을 이화인들에게 이렇게 전했다.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산책하기 힘드시죠? 우리 같이 ◆헤네시스에서 산책해요. 따수운 벗들도 만날 수 있고 몬스터도 잡으며 즐겁게 게임할 수 있는 메이플로 오세요.”

◆헤네시스: 메이플 스토리의 초창기부터 존재했던 빅토리아 아일랜드의 남부에 위치한 지역으로 이곳에서 모험가 궁수로 전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