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재사용은 한정된 조건 내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마스크 사용 빈도 낮출 수 있어

12일 낮12시 시민들이 공적 마스크 구매를 위해 ECC 세이지 약국 앞에 줄을 서 있다. 이날은 목요일로, 출생연도 끝자리가 4와 9인 사람들만 마스크 구매가 가능했다.민경민 기자 minquaintmin@ewhain.net
12일 낮12시 시민들이 공적 마스크 구매를 위해 ECC 세이지 약국 앞에 줄을 서 있다. 이날은 목요일로, 출생연도 끝자리가 4와 9인 사람들만 마스크 구매가 가능했다.
민경민 기자 minquaintmin@ewhain.net

올해 초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마스크가 필수품으로 떠올랐다. 코로나19가 주로 비말을 통해 전염되는 호흡기 질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스크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마스크 품귀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가격을 안정화한 공적 마스크 판매에 이어 9일 ◆마스크 5부제를 실시했다. 마스크 5부제 이후 상황은 나아졌을까. 기자가 직접 마스크를 구입해봤다.

 

△마스크 5부제 시행에도 마음 졸이는 건 여전, 교내 수급도 불안정

마스크 5부제가 실시된 지 이틀째인 10일, 기자는 출생연도 끝자리에 맞춰 마스크를 사러 동네약국에 갔다. 오전8시20분, 약국은 오전9시에 열지만 판매될 마스크 수량이 넉넉하지 않을 것 같아 일찍 집을 나섰다. 약국에 도착했을 땐 이미 약 40명의 사람들이 건물을 둘러싸고 있었다.

이날 아침 기온은 4도. 비가 오는 쌀쌀한 날씨였지만 잠옷 차림의 어린이부터 추위에 떠는 노부부까지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섰다. 한 고령의 시민은 “힘들어서 다시 못 사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줄을 선 사람들 모두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었다. 몇몇 시민은 “(직장에) 늦으면 안 되는데...”라며 불안해했다. 그럼에도 연신 “내일은 더 빨리와야 겠다, 간당간당하다”며 마스크를 사지 못할까 걱정했다.

약 1시간을 기다린 끝에 약국에 들어갈 수 있었다. 주민등록증을 보여주고 1인에 할당된 마스크 2장을 3000원에 구매했다. 기자가 마스크를 구매할 차례가 왔을 때는 당일 입고된 공적 마스크 중 약 10장만이 남아있었다. 약국 밖에는 여전히 언제 품절될지 모르는 마스크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고 있었다.

교내 마스크 수급 상황은 어떨까. ECC 지하4층에 위치한 세이지 약국은 마스크 5부제 실시 이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후1시에 공적 마스크를 판매한다. 수량은 200~250매로 약 100~125명이 살 수 있는 양이다. 세이지 약국에도 마스크 판매가 시작되기 10~15분 전부터 사람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선다.

약국 앞 길게 늘어선 줄 옆을 지나가는 마스크 구매자. 12일 오후1시부터 판매가 시작된 마스크는 약 30분 뒤 매진됐다.민경민 기자 minquaintmin@ewhain.net
약국 앞 길게 늘어선 줄 옆을 지나가는 마스크 구매자. 12일 오후1시부터 판매가 시작된 마스크는 약 30분 뒤 매진됐다.
민경민 기자 minquaintmin@ewhain.net

세이지 약국장은 “공적 마스크가 조금밖에 공급되지 않는다”며 “공적 마스크는 약국에서 주문하는 게 아니라 보내주는 대로 판매한다”고 말했다. 외부인이 유입되며 마스크는 더 부족해졌다. 세이지 약국이 마스크알리미앱에 등록된 이후 학생과 교직원 등 학교 구성원뿐만 아니라 학교 주변 주민들도 마스크를 사러 오기 시작했다. 그는 “세이지 약국은 학교 학생들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하지만 외부에서 오는 사람들도 막을 수는 없다”고 전했다.

생활협동조합(생협) 관계자는 “마스크 5부제 시행 후에도 마스크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며 “기존 거래처를 통해 일정 분량 면 마스크나 KF(Korea Filter)94 마스크가 입고되지만, 공급가가 안정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개강 전에는 학교 부서나 기관의 단체수요 물량이 대부분이었는데, 마스크 수량은 입고된 당일 혹은 2~3일 내 소진됐다”고 밝혔다.

온라인 강의가 끝난 후 학생들이 등교를 시작할 때 원활한 마스크 공급이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 생협 관계자와 세이지 약국장은 모두 학생들이 등교를 시작하면 수량은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못박았다. 생협 관계자는 “개강 이후 KF94 마스크를 수급할 수 있는 거래선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마스크 가격대는 공적 마스크보다 높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이지 약국장은 “공적 마스크를 우리 약국만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마스크 재사용부터 착용 여부까지, 전문의가 제안하는 마스크 사용법

마스크 수급 안정화가 어려워지자 일회용 마스크를 재사용하는 방안이 떠올랐다. 3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보건용 마스크는 동일인에 한 해 재사용해도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박혜숙 교수(의예과)와 이선희 교수(의예과)는 원칙적으로 마스크 재사용을 권하지 않는다. 마스크 사용주기는 일괄적으로 제시할 수 없고 여유가 있다면 자주 교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교수는 “마스크를 못 쓸 경우 발생하는 위험이, 마스크 재사용으로 생길 수 있는 문제보다 크다고 판단한다”며 “마스크 재사용은 일시적으로 검토되는 대안”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마스크 재활용도 한정된 조건 내에서 활용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염되지 않는 일반 환경에서 8시간 정도 사용하는 것을 1회라고 할 때, 재활용하더라도 5회가 넘지 않는 게 좋아요. 일반 환경은 출퇴근하거나 일시적으로 밀폐된 공간에 잠시 머무는 경우가 대표적이에요. 마스크가 손상되거나 육안으로 오염된 경우 재활용하지 말고 폐기해야 해요.”

마스크 보관법에 대해 박 교수는 “시중에 떠도는 드라이기 사용 등의 방법 말고 끈을 고정해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 교수 역시 “햇빛에 30분 정도 말리는 방법을 추천한다”며 “착용 중 잠시 보관 시에는 깨끗한 용기를 활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마스크를 항상 착용해야 하는지 묻자, 두 교수는 본인이 있는 환경에 따라 판단하면 된다고 답했다. 대중교통 등 다중 이용공간, 다인이 모여있는 밀접환경이나 적은 인원이라도 밀폐된 공간에 오래 머물 경우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박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재택근무, 재택수업 등의 환경을 조성해 가급적 외부활동을 줄이면 마스크 착용 빈도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학교에서 직접 마스크를 배부할 계획은 아직 없다. 홍보실은 “현재까지 마스크 배부를 별도로 논의한 바 없다”고 밝혔지만 변하는 상황에 맞춰 추가적인 대응을 검토 및 시행 중이다. 오프라인 수업 시 방역에 대해 홍보실은 교내 전관 방역, 손 소독제 비치, 교수별 마이크 커버 배부, 수업 시간에 지킬 대응 수칙 등을 안내할 예정이다.

 

◆마스크 5부제: 5일 정부가 발표한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에 포함된 내용으로, 출생연도 끝자리에 해당하는 요일에만 공적 판매처(농협, 우체국, 약국)에서 공적 마스크를 살 수 있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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