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동구권 연구의 황무지에 단비

소련·동구권의 개방이후 계속 되어온 교류로 이화인의 사회주의권에 대한 관심은 날로 증대되었으나 그동안 본교에는 여기에 부응할 만한 강의나 강연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석좌교수운영위원회는 5월부터 실시하게 된 석좌교수제의 첫 행사로서 「러시아의 교육과 문화」라는 주제로 지난 5월 29일(수) 오후 5시 가정관 318호에서 「이화여자대학교 창립 105주년 기념 석좌강좌」(이하 석좌강좌)를 개최했다.

첫번째 발제에서는 유.엔. 마주르교수(모스크바대)가 「소련의 교육과 대학」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먼저 소련의 교육제도에 대해 마주르 교수는 좬소련의 교육은 11년의 의무보통교육제와 직업기술학교, 종합대학교, 연구소에서 이루어지며 모든 학교는 국립으로 대학에서도 등록금과 기숙사비는 무료이고 거의 모든 학생이 생활보조비로 장학금을 받는다좭고 설명하고, 좬그러나 소련에는 고급전문가를 양성시키는 제도가 없어 학문진전에 다소 한계가 있다좭고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어 마주르교수는 직업을 가지고 야간대학에 다니는 학생에게 국가가 5년중 3백일의 휴가를 주고 생활비를 지급하도록 하는 「통신학생제도」에 대해 설명하고 좬소련에서는 학생이 전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좭며 소련의 교육혜택이 많은 사람에게 주어지는 점을 강조했다.

또, 소련의 교육현황에 대해서는 좬페레스트로이카 이후 교육체계의 개혁을 시도하면서 전에는 필수적으로 배우던 마르크스·레닌주의 철학, 정치경제학의 과목들을 정치학설사 등으로 대치하고 있다좭고 설명하고, 좬지금까지는 졸업생들에게 국가가 직업을 배치해 실업자가 없었다.

그런데 시장경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많은 젊은이들이 「국가배치」를 거부하자 벌써부터 실업자가 다수 나타나고 있다좭며 「국가배치」의 장점을 역설하기도 했다.

두번째 발제에서는 이인호교수(서울대 서양사학과)가 「러시아문화와 한국문화」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교수는 변화나 개선을 통하지 않고 급격한 변혁을 추구하는 러시아인의 「양분법적 사고」라는 측면에서 러시아사를 분석하는 유리 로트만의 이론을 제시하며 좬12세기 그리스로부터 기독교가 유입될때 이전까지의 이교도를 이단시해 배격했던 것과, 17세기 종교개혁때 개혁파가 승리한 후 구교도가 이단시되었던 것, 표트르대제의 개혁에 있어서 유럽의 제도·문화를 받아들이면서 구문화와 신문화의 단절이 시도 되었던 것 등에서 러시아인의 「양분법적 사고」를 찾아 볼 수 있다좭고 설명했다.

그리고 러시아 혁명에 대해서도 좬러시아 민중의 「양분법적 사고」로 마르크스주의가 지지를 받고 혁명이 볼셰비키주의자들의 승리로 끝난 결과 「프롤레타리아 독재」라는 이름하의 권위주의적 독재가 가능했다좭고 주장하고, 좬이런 「양분법적 사고」의 측면에서 한국과 소련문화의 유사성을 찾아볼 수 있다좭고 덧붙였다.

이후 계속된 토론에서는 소련 사회에 대한 질문과 이교수의 주장에 대한 반론이 주를 이루었는데, 먼저 사회를 맡았던 소홍렬교수(철학과)의 좬소련민중이 과거의 혁명이나 지금의 개혁과정에 겪는 위기를 이겨내는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좭는 질문에 대해 마주르 교수는 좬소련민중은 사회주의 건설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있으며 애국주의와 희생정신이 강하다.

이것이 바로 기존의 질서가 무너지는 혼란속에서도 사회를 유지시키는 힘이 되고 있다좭고 답변했다.

이어 이교수에게는 최민숙교수(독문과)가 좬소련의 역사를 「양분법적 사고」라는 측면에서 보는 것은 역사의 발전을 민족성에 기인해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설득력이 없다.

그리고 소련과 한국의 유사성도 「양분법적 사고」라는 측면보다는 관·민의 대립속에서 시민의식이 싹트지 못한 점으로 봐야하지 않겠느냐좭고 반론을 제기했는데, 이에 대해 이교수는 좬이 분석방법이 구체적인 사실을 연대의 틀에 넣고 설명성을 부여하는 하나의 방법일 뿐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좭라고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또, 한 학생이 마주르교수에게 좬사회주의에 대한 신념의 근거는 무엇이며 프랑스에서 일고 있는 사회주의를 비판하는 「신철학」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좭는 질문을 하기도 했는데, 이에 마주르교수는 좬사회주의 사회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아온 사람으로서 그 장점을 많이 체험했기 때문에 보수파는 아니지만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믿고 있다좭고 답변하고 좬소련에서는 의료혜택을 무상으로 받을 수 있고 집세도 매우 낮다.

그런데 서울에서는 치과치료를 받는데 20만원이나 내야했다좭며 실례를 들기도 했다.

이날 강좌에는 170여명의 교수·학생이 참여한 가운데 진지한 토론을 벌여 그동안 소련에 대한 관심이 높았음을 보여주었다.

이 석좌강좌를 주최했던 석좌교수운영위원회의 회장을 맡고 있는 서광선교수(기독교학과)는 좬이번 강좌는 학구적 논문 발표 형식의 전문성보다는 소련의 문화적 기반에 대한 이해를 돕고, 이화인의 소련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킴으로써 그동안 이화에서 등한시 되어온 소련·동구권 연구의 활성화에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뜻에서 석좌교수제의 첫번째 행사로 개최하게 되었다좭고 석좌강좌 개최의 의의를 밝혔다.

또, 좬동구권교수의 강연유치도 계속 추진중좭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덧붙이기도 했다.

이번 석좌강좌는 마주르교수화의 의사소통의 불편함과 시간상의 부족 등으로 인해 깊이있는 토론에는 어려움이 많았으나 소련에 대한 이화인의 문화적·교육적 이해를 돕는 좋은 기회였던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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