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한(武汉)에서 시작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중국을 넘어 한국, 미국, 프랑스, 호주 등 전 세계로 확산했다. 세계보건기구 WHO의 COVID-19(Coronavirus disease 2019) 38차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2월27일 기준 전 세계에서 8만2294명, 중국에서만 7만8630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본교에는 중국 국적의 학위과정 학생 1138명(2019년 10월 기준)이 재학 중이다. 국제처 국제학생팀(국제학생팀)에 따르면 2월24일 기준 중국인 학생 중 446명(교환학생 및 어학연수생 포함)이 이번 겨울 방학 중국을 방문한 후 한국에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중국인 유학생 중 일부는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져 중국에 남아 오도 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우한, 광둥성에서 전해온 中 유학생 근황

“차를 세워서 체온을 재고 마스크를 안 끼면 벌금을 물어요.”

본교 중국인 유학생 구지모(古子墨·심리·16)씨는 작년 12월29일 겨울 방학을 맞아 중국 본가로 귀국했다. 그러나 귀국 후 중국 내에서 코로나19가 심각해져 한국으로 돌아오기 난감한 상황이 됐다.

WHO의 COVID-19 38차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광둥성(广东省)은 후베이성 다음으로 확진자 수가 많은 성(省)이다. 광둥성에 사는 구씨는 “아파트에 들어갈 때 체온을 재고, 배달원은 음식을 아파트 경비실에 맡기는 등 외부인의 침입을 철저히 통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구씨는 중국에서 지내는 동안 외출을 삼가고 부득이한 경우, 외출 시 마스크를 쓰며 손 세정제를 챙기는 등 위생에 각별히 유의했다.

지난 1월31일 예정대로 한국에 돌아온 구씨는 본교의 지침대로 14일 동안 학교 근처 자취방에서 자가격리한 후에야 바깥 공기를 쐴 수 있었다. 구씨는 “방 안에만 있는 것이 조금 답답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 주지 않기 위해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본교에 재학 중인 다른 중국인 유학생 친구들의 근황을 묻자, 그는 “상황이 심각할 경우 휴학까지 고려하는 친구들도 있다”고 전했다.

광둥성 허위안시에서 체온 검사를 하고 있다.  제공=구지모씨
광둥성 허위안시에서 체온 검사를 하고 있다. 제공=구지모씨

코로나19가 시작된 우한에 거주하고 있는 고려대 중국인 유학생 까오즈징(高紫荆·경영·17)씨는 계절학기를 마치고 1월17일 중국으로 돌아갔다. 귀국 후 1월20일부터 상황이 심각해졌고 까오씨는 한 달 넘게 집에 갇힌 신세가 됐다.

그럼에도 까오씨가 전혀 집 밖에 나오지 않고 한 달 동안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동네(小区) 위챗(Wechat, 개인 SNS) 단체채팅방 덕분이었다. 까오씨는 “동네 위챗 단체채팅방에 하루에 한 번 가구당 필요한 음식이나 물품을 말하면 다음 날 동네 직원이 문 앞으로 배달해준다”고 전했다.

해당 채팅방은 동네 관리사무소에서 만든 것이다. 동네 주민, 동네 관리자, 물자를 공급하는 상인, 자원봉사자 등이 채팅방에 참여 중이다.

한국에 돌아올 계획을 묻자, 까오씨는 “우한은 폐쇄됐고, 후베이성 여권 소지자는 2월4일 이후부터 한국에 입국할 수 없게 됐다”며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휴학과 관련해서는 “고려대 측으로부터 외국인학생 특별휴학을 이메일로 공지받았다”고 까오씨는 말했다. ▲코로나19 의심환자 ▲코로나19 확진환자 ▲2020 3월 20일 기준 입국예정일 및 국내 거주지가 확정되지 않았고 비자발급도 지연돼 한국 입국이 어려운 중국(홍콩, 마카오 포함) 체류·방문 학생을 대상으로 특별휴학을 신청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사 측이 비행기 표를 취소하기도 해

항공사 측에서 항공편 예약을 취소해 한국에 돌아오지 못한 학생도 있다. 류이판(刘一帆·커미·18)씨는 대한항공사의 2월28일 인천행 항공편을 예약했다. 그러나 중국 내 코로나19의 감염 상황이 심각해지자, 항공사 측이 사전공지 후 비행기 표 예약을 취소했다.

류씨는 다시 인천행 항공편을 구했다. 하지만 다시 취소했다. 부모님의 회유와 계속 변화하는 학교 상황 때문이다. 류씨는 “현재 휴학을 고려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휴학을 고려하는 류씨의 또 한 가지 고민은 이미 계약을 마친 자취방의 월세 납부 문제다. 류씨는 “이미 계약한 상태라서 취소할 수도 없고, 휴학하더라도 월세는 계약대로 내야 한다”고 토로했다.

텐진(天津)에 사는 류씨는 “동네에 출입할 때에는 반드시 두 가지 단계를 거친다”고 전했다. 하나는 이름과 연락처가 적혀있는 통행증을 확인하는 것이다. 통행증은 이번 코로나19 사태 이후 만들어졌다. 또 다른 하나는 체온을 재는 것이다.

지자체 차원의 검역 외에 류씨는 개인적으로도 “위생에 각별히 신경 쓴다”고 전했다. “밖에 나갈 때는 마스크와 안경을 쓰고, 귀가 후에는 손뿐만 아니라 휴대전화, 열쇠 등 밖에 가지고 나갔던 물건들도 알코올로 소독한다”고 전했다.

 

△졸업 후 대학원 진학까지 결정된 상황, 휴학조차 할 수 없어...

중국인 유학생 장야치(张雅琪·경영·17)씨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장씨는 본교의 지침에 따라 3월1일 한국으로 오는 항공권을 끊었다. 그러나 항공사 측이 일방적으로 출국 날짜를 변경했다. 중국 내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된 것이 이유였다. 장씨는 오는 3월2일 한국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종강 직후 작년 12월21일 본가로 돌아간 장씨는 “춘절 이전에 불가피하게 밖에 나가야 할 때는 차를 타고 목적지와 집만 왔다 갔다(两点一线) 한다”고 전했다. 이어 “춘절 이후에는 한 달간 집에서 아예 나오지 않고 있다”며 “너무 갑갑하지만 인터넷이 발달해 일은 처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문 닫은 상점과 텅 빈 거리. 산둥성 칭다오시의 모습.  제공=장야치씨
코로나19 여파로 문 닫은 상점과 텅 빈 거리. 산둥성 칭다오시의 모습. 제공=장야치씨

이어 “최근 한국도 상황이 악화돼 개강이 더 미뤄질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장씨는 내년 해외 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이다. 만약 개강 연기로 졸업까지 미뤄진다면, 이후 진로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그는 “휴학조차 고려할 수 없는 난감한 상황”이라며 걱정했다.

 

△국제학생팀도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 주시

국제학생팀도 변화하는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코로나19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국제학생팀은 “코로나19 관련 건강 유의 및 안전수칙, 감염병 예방을 위한 행동 요령 등을 이메일, 푸쉬, SMS, 국제학생팀 홈페이지를 통해 안내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모든 외국인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학생들의 체류 현황(출입국 현황)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본교는 교육부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 있으며, 입국이 늦어지고 있는 중국 국적 학생들에게 휴학을 권고하는 안내문을 발송했다”고 국제학생팀은 밝혔다.

한편 중국인 유학생이 많은 경희대, 고려대 등 타대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유학생 관리 지침을 세웠다. 경희대는 2019년 기준 전국에서 외국인 학생이 가장 많은 대학교로 그중 중국인 유학생은 총 2761명이다.

경희대 국제교류처 외국인지원팀은 ▲중국 후베이 지역을 다녀온 학생의 자가격리 ▲중국을 방문한 학생은 학교 측에 신고할 것 ▲학사일정 변경 안내 ▲입국 및 기숙사 입사 안내 ▲입국 시 주의사항 ▲필수 설문조사 등을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특히 입국 및 기숙사 입사 안내와 관련해서는 학생들의 상황을 4가지로 분류했다. ▲2020-1학기 기숙사 선발 학생 중 2월9일까지 한국에 입국하지 않고 중국에서 출발(경유)하는 학생 ▲2020-1학기 기숙사 선발 학생 중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 출발(경유)하는 학생 ▲2020-1학기 기숙사 미 입사자 중 2월9일까지 한국에 입국하지 않고 중국에서 출발(경유)하는 학생 ▲앞의 3가지 상황에 해당하지 않는 모든 유학생, 총 4가지 상황에 따라 입사 및 입국일을 달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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