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의 닻을 내릴곳은… 『어휴, 골치아파』 서점에 진열된 사회과학잡지를 호기심에 들추어 모았다가도 「딱딱하고 어려운책」, 「나와는 거리가 먼 책」이라는 생각에 이내 덮어버리기 일쑤인 우리는 자기도 모르게 「이론기피현상」에 젖어버린 것 같다.

그러나 이런 인식들은 흥미·재미에 이끌리기 쉬운 독자에도 문제가 있긴하지만 다은 연구자들의 글에 말꼬리를 물어 논쟁을 위한 논쟁거리로 삼는다든지 현실과 괴리된 장황한 이론나열에 그쳐 그야말로 「이론지」에 불과했던 기존 학술잡지의 책임도 부인할 수 없다.

독자들은 학술지를 통해 자신의 실천을 검증받고 싶어하고 새로운 이론으로 실천방안을 제시받아 가슴과 머리가 함께 하는 삶으로 나아가길 원하기 때문이다.

실천과 이론은 개인의 삶과 아울러 사회변혁을 이끌어나가는 맞물린 톱니바퀴로, 대중으로부터 소외된 이론은 공허한 언어의 유희일 수 밖에 없다.

더우기 국민의 뜻-여론-이라는 걸 가장한 제도언론의 「벽」이 대중들을 변혁운동으로부터 가로막고 있기 때문에 대중속으로 파고들 수 있는 「진보매체」가 절실한 때인 것이다.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바로 최근 창간호를 선보인 「사회평론」과 「과학세대」등에서나타나는데, 기존의 학술적 성격에다가 현실에 바탕을 둔 이론과 현실의 이론적 해명을 가미해 현실과 이론사이의 긴장관계를 유지시켜나가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또한 현대과학기술의 야누스적인 양면성과 이데올로기적 측면을 밝히려는 노력들이 「과학세대」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자연과학분야에서 「장미빛미래로 가는 타임머신」정도로 여겨졌던 과학기술에 대해 현실과 역사속의 산물로서 과학을 인식하고자 하는 움직임의 일환이라 하겠다.

여기에 극히 제한된 「학문·사상의자유」로 인해 실천과 괴리된 탁상공론에 그칠 수 밖에 없는 연구실정에 대하 연구자의 주체적 개혁의지와 대중 추수주의를 스스로 지양해나가려는 독자들의 태도역시 발맞춰나가야할 것이다.

이제 더이상 학술잡지는 「감히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을 다룬 소수만의 전유물일수는 없다.

긴남주 시인이 사회평론의 창간축시 「사상의 거처」에서 밝혔듯이 대중과 함께 호흡할 때만이 역사속에서 그 생명력을 보장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알았다…사상의 닻은 그 뿌리를 민중의 바다에 내려야 파도에 아니 흔들리고 사상의 나무는 그 가지를 노동의 팔에 감아야힘차게 뻗어나간다는 것을… 」 김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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